네티켓 꼴불견은 누구
네티켓 꼴불견은 누구
  •  기자
  • 입력 2010-10-26 11:14
  • 승인 2010.10.26 11:14
  • 호수 861
  • 4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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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방의 그녀,알고 봤더니 남자?
스스로 남자이면서도 여자 행세를 하면서 채팅을 하는 남성들이 있다. 채팅으로는 상대의 얼굴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하는 목적은 다양하다. 남자들로부터 얼마간의 돈을 얻어내기 위해 사기 행각을 벌이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보도방 업주가 자신이 데리고 있는 여성을 성매매 시키기 위해서 일종의 ‘영업’ 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다. 또 극히 일부의 경우지만 성매매를 원하는 남성들을 골탕 먹이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남성들도 있다. 최근에는 트랜스젠더들이 성매매를 위한 작업 대상을 찾기 위해 이용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하지만 그 어떠한 경우라 하더라도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채팅을 하는 것은 ‘네티켓’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이런 경우는 우리나라 인터넷 문화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어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기고 채팅을 하는 남성들의 세계를 엿봤다.


“택시비 좀 보내주실래요?”

채팅을 즐겨한다는 직장인 이 모 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여성과 채팅을 하던 중 은근히 야한 이야기를 즐겨하는 상대 여성에게 ‘작업’을 걸었던 것. 물론 최씨는 ‘음흉한 속내’를 가지고 있었다. 하룻밤을 같이 즐기는 ‘원나잇 스탠드’ 여성을 찾고자 했기 때문이다. 상대 여성이 전화번호까지 알려주자 이 씨는 더욱 상대방이 여성임을 확신했다. 아니, 처음부터 그는 상대가 남성일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문제는 상대 여성이 택시를 타고 자신의 근처로 오기 위해서는 ‘택시비’가 필요하다는 것. 어차피 성매매를 해도 10만 원 정도는 우습게 쓸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생각해봤을 때 상대방 여성이 원하는 5만 원이라는 돈이 그리 아깝지 않게 생각이 들었다. 또 어차피 별도의 ‘화대’가 들지 않기 때문에 이 씨의 입장에서라면 오히려 이익이기도 했다. 일단 송금을 한 뒤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여성은 오지 않았다. 물론 중간 중간 이 씨는 여성에게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냈다. 그때마다 꼬박 꼬박 답장도 잘 왔다. ‘이제 택시를 탔다’, ‘10분만 가면 도착할 것 같다’는 등의 문자가 계속해서 오갔다. 하지만 ‘마지막 10분’은 한 시간이 넘어도 끝나지 않았다. 결국 이 씨는 휴대전화로 직접 통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휴대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는 기대했던 가냘픈 여성의 목소리가 아닌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였다. 남성은 ‘누구시냐’를 연발했고 자신은 문자를 보낸 적도 채팅을 한 적도 없다고 딱 잡아뗐다. 이 씨는 순간적으로 ‘사기’임을 직감했고 남성에게 욕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성의 반응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상대방도 같이 욕을 한 뒤 곧 전화기를 꺼버린 것. 이 씨는 말 그대로 ‘닭 쫓던 개’가 되어버렸다.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제일 열 받는 건 5만 원이라는 돈이 아니었다. 그때까지 여자인 줄 알았던 상대방과 희희낙락했던 나의 모습과 그 모습을 멍청하게 생각하고 즐겼을 상대 남성이었다. 정말이지 치욕적인 경험이었다. 하지만 막상 남자가 전화기를 꺼버리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법적으로 봐도 뭔가 거래를 약속한 것도 아니었고 그저 내가 상대방에게 돈을 주었던 것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없었다. 비록 상대방의 아이디를 알고는 있다고 하지만 그런 것쯤이야 얼마든지 다른 주민번호로 만들 수 있으니 문제가 될 것도 없었고 아이피 추적을 해봐야 PC방으로 나올 것은 뻔한 일이었다. 아주 당해도 제대로 당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속아도 대책이 없어

이 같은 일로 한 남성이 구속이 되는 일도 발생하기도 했다. 해당 범죄자가 구속되기까지 피해자는 수백 명에 이르렀고 그들은 한결 같이 속만 태우며 가슴앓이를 했을 뿐이었다.

이렇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고 채팅을 하는 대표적인 사람들의 하나가 바로 ‘보도방 사장’들이다. 보도방은 흔히 룸살롱이나 노래방에 도우미들을 제공하는 사람들. 해당 업소에서 연락이 오면 자신이 데리고 있는 아가씨를 봉고차에 태워서 배달을 나가는 일을 한다. 그것만으로는 돈 버는 것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들은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바로 인터넷 채팅을 통한 성매매다.

하지만 각자의 여성들에게 이런 일을 맡겨 놓으면 관리도 쉽지 않고 스케줄을 맞추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보도방 사장들은 자신들의 숙소나 특정 PC방에 자리를 잡고 앉아 다양한 남성들에게 추파를 던지며 자신의 ‘먹잇감’을 고르게 된다.

물론 이렇게 하려니 당연히 여성 흉내를 내야한다. 하지만 이렇게 하더라도 나중에 발각되거나 문제가 되는 일은 거의 없다. 어차피 약속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실제 현장에는 자신이 데리고 있던 여성이 나가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대개 채팅의 내용은 거의 엇비슷하기 때문에 여성이 대충 이야기를 해도 그날 밤의 성매매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스스로 채팅고수라고 하는 조 모 씨는 그간의 수많은 경험을 토대로 나름 채팅을 하면서 ‘보도방 업주’들을 골라내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남자들이 더 여성스러워

“대부분의 보도방 사장들은 오히려 여성보다 더 여성스럽게 채팅을 한다. 이모티콘을 쓰는 것에도 매우 능숙하고 타자도 엄청나게 빠르게 친다. 그런데 한 가지 특징적인 것은 채팅을 하다가 중간 중간 약간의 공백시간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매우 빠르게 타자를 치면서 응대를 해오다가 갑자기 30초나 1분 정도 공백이 생긴 뒤에 또다시 대화가 이어져 나가는 특징을 보인다. 이게 바로 보도방 사장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어차피 그들은 한 사람하고만 채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수많은 남성들과 채팅을 한다. 그러다 보니 다른 남성들과 채팅을 할 때에는 잠시 이야기가 중단될 수밖에 없다. 만약 일반 여성이라면 ‘잠깐 물 좀 먹고 오겠다’,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는 등등의 이야기를 친절하게 써주지만 이들 보도방 사장들은 그렇게 까지는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보도방 사장들은 남성들로부터 ‘야한 이야기’를 끌어내는데 상당한 고수라고 한다. 어차피 이들의 목적은 유일무이하기 때문에 채팅 시작한 후 최대한 빠르면서도 자연스럽게 이러한 이야기를 꺼내고 이것으로 상대방의 ‘간’을 본 뒤 가능성이 있겠다 싶으면 계속해서 작업을 들어가고 그게 아니라면 또 다른 작업 대상을 찾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인다는 것.

한편 채팅을 통해서 여자를 만나 원나잇 스탠드를 하거나, 혹은 성매매를 하려는 남성들의 수요가 많으면 많을수록 이렇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기고 채팅을 하는 남성들도 더욱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영민·헤이맨라이프 대표] WWW.heymanlife.com


#된장 채팅녀 공략법

채팅을 하다보면 의외로 자주 만나볼 수 있는 여성의 부류가 다름 아닌 ‘된장 채팅녀’라고 한다. 현실에서는 만나기가 쉽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채팅에서는 많이 만나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는 지나치게 많은 남성들이 여성과 채팅을 하려다보니 그녀들은 서서히 ‘공주화’되어 가고 그것이 된장녀라는 형식으로 표출된다는 것이다.

그녀들의 특징은 남자들에게 잘 응대를 하지 않고 설사 채팅을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노골적으로 잘난 척을 많이 한다는 것. 하지만 실제로 그녀들의 외모가 된장녀가 될 정도냐 하면 그건 또 전혀 아니라는 것이 채팅 마니아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현실에서 된장녀를 많이 만나볼 수 없는 것 역시 이러한 맥락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현실에서는 그저 평범한 여성에 불과하지만 채팅에서만큼은 오로지 여자라는 이름만으로 된장녀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그녀들을 공략하는 별도의 방법이라는 것이 있는 것일까. 우선 남성들은 된장녀의 기를 죽일 수 있는 방법으로 ‘돈 자랑을 하라’, ‘잘난 척 하라’, ‘좋은 직업을 사칭하라’고 말한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의 방법이다. 실제 된장녀들 스스로가 특정한 물적인 토대가 없는 만큼 그녀들도 된장녀를 사칭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 초기에는 연예를 하거나 원나잇 스탠드를 할 욕심을 과감하게 버리고 오히려 강하게 나가면 그녀들이 의외의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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