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 전창진(52) 감독에 대해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전 감독은 승부조작 혐의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21일 오전 9시 서울 중부경찰서는 브리핑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전 감독 등 9명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오는 22일 구속영장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전 감독의 지인인 강모(38)씨 등은 경기 정보 제공 및 차명계좌 관리, 자금조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중 강 씨와 김모(38)씨는 지난 5월 29일 구속 송치됐다.
경찰은 조사결과 전 감독이 KT를 이끌던 올해 초 사채업자로부터 3억 원을 빌린 뒤 지인들을 통해 불법 도박 업체에 베팅한 다음 큰 점수 차이로 진 다음, 이 같은 방식의 승부조작을 통해 이득을 챙겼다고 밝혔다
지난 2월 20일 이들은 서울 SK전과 같은 달 27일 고양 오리온스전, 3월 1일 전주 KCC전에 대한 경기 정보를 지인들에게 제공해 일부 경기에선 수억 원을 불법 스포츠토토 베팅을 했다고 경찰은 언급했다.
전 감독은 지인인 연예기획사 대표 A(49)씨와 강씨 등에게 SK전에서 ‘전 감독 팀이 6.5점 이상 차이로 패한다’는 경기 정보를 제공했다.
또 경기를 앞둔 2월 15일부터 19일까지 전 감독은 대포폰을 이용해 A씨와 강시에게 대리베팅을 지시했다. 지시를 받은 A씨는 연예기획사 기획이사인 B(37)씨에게, B씨는 고향친구 C(37)씨에게 순차적으로 베팅을 지시했다. 최종적으로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에서 ‘KT가 패한다’는 결과에 2억 원을 베팅했다.
강씨의 경우 친구 김씨에게, 김씨가 자신의 또 다른 친구에게 지시해 같은 결과에 1억원을 베팅해 이익을 취했다. 경기는 KT가 60-75로 패했다.
이러한 조작을 통해 이들은 총 3억원을 베팅, 1.9배 수익을 올려 총 5억 7000만원을 챙겼다. 이 돈은 2월 27일 고양 오리온스전에 한 번 더 베팅됐다.
전 감독은 A씨와 강씨에게 ‘KT가 패한다’는 정보를 제공하면서 대리 베팅할 것을 지시했다. A씨 쪽은 1억 9000만원, 강씨 쪽은 3억 8000만원을 걸었다. 경기 결과는 75-80으로 이번에도 KT가 패했다.
지난 3월 1일 KCC전을 앞두고 전 감독이 강씨에게 ‘상대팀이 승리한다’는 경기 관련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당일 경기에서는 KT가 오리온스에 92-77로 승리했다. 이날도 불법 스포츠토토에 베팅을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전 감독이 해당 경기에서 주전 선수 대신 후보를 투입했다는 점, 지고 있는데도 적극적으로 작전 타임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점 등 속임수를 사용해 고의 패배를 유도했다고 밝혔다.
또 승부조작 혐의로 처분을 받았던 강동희 전 감독의 판례를 들며 "'대가관계와 연결시켜 상대팀에 져주기 위해 후보선수 등을 기용하거나 시기에 맞는 적절한 작전을 일부러 펼치지 않는 등 소극적이거나 외견상 재량범위 내의 행위까지 속임수에 포함한다'고 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감독이 본인 소속팀의 경기에 대리 베팅을 한 후 패배를 시도한 사안"이라며 "베팅을 통해 금전적 이득을 얻게 된다는 점에서 (강 전 감독의) 판례가 판시하는 '속임수'의 동기로 인정될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전 감독은 앞서 구속된 강씨 등 2명이 자신의 이름을 빌려 벌인 일이고 경기 중 선수 기용 등의 부분에 대해서는 “그건 제 권한이다”며 혐의를 부인해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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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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