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에 내원하는 일본 환자들과 비교해보면 시술 횟수의 경험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미용시술의 경험이 많다. 미에 대한 관심이 다른 나라보다 많기도 하지만 보험 진료의 저수가 극복을 위한 노력이 반영됐다.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가장 앞선 경험과 기술을 보유한 나라가 한국이다.
그러나 지금도 가끔 ‘얼굴의 여기가 꺼진 거 같아요. 보톡스를 맞아서 볼록해지고 싶어요’라든가 ‘눈이 쳐졌어요. 이마에 보톡스를 맞아서 위로 당겨지게 해 주세요’, ‘보톡스는 빨리 꺼진다는데 오래가는 필러만 맞고 싶어요’라는 주문을 듣게 된다.
이런 질문들이 시작되면 사실 상담의 신뢰가 유지되기 힘들다. 환자의 기대와 실제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상담이 시작되면 금세 환자의 얼굴에 실망감이 드러난다. 또 의사에 대한 불신, 기대하던 것과 다른 치료법을 들을 때의 두려움 등 수많은 어려움이 동반된다. 상담은 길어지지만 그 끝도 개운치 않은 경우도 많다. 그래서 보톡스와 필러에 대한 설명을 하고자 한다.
보톡스와 필러를 헷갈리게 하는 영역은 아무래도 주름 치료에 둘 다 사용된다는 점이다. 주름 치료를 어렵게 하는 말은 ‘보톡스는 빨리 꺼진다고 해서 필러를 맞고 싶어요’다. 보톡스와 필러는 서로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다. 서로 작용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만 필요하기도 하고 둘 다 필요하기도 하나 그 적용은 주름의 상태에 달려있다.
얼굴의 주름은 주로 얼굴의 표정 근육의 움직임에 따라 피부가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생긴다. 눈썹을 위로 치켜뜨는 행동은 이마 주름을, 미간을 찌푸리는 행동은 미간 주름을, 웃는 행동은 눈가 주름을 만든다. 또 입을 새침하게 오므리는 습관은 입술 위 치마 주름을, 입만 웃는 사교적 웃음을 짓는 행동은 입가 아래 마리오네트 주름을, 교정기나 못생긴 치아를 가리기 위한 입 다물기는 턱 가운데의 자갈턱 주름을 만든다.
보톡스는 이러한 근육의 움직임을 마비시킨다. 근육이 마비되므로 피부가 따라 움직이지 못하고 주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초기 주름은 보톡스만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표정을 짓지 않아도 피부가 이미 패여 버린 후기 주름이라도 보톡스를 맞아야 더 진행하지 않는다.
이미 패여 버린 주름은 필러의 주입이 필요하다. 이때도 보톡스는 함께 시술하는 것이 필러도 오래가고 더 이상 주름이 진행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주름에 보톡스는 언제나 필요하다.
이미 패여 버린 주름에는 필러가 필요하다. 필러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히알루론산 필러가 널리 사용된다. 우리 몸에 실제 있는 물질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다. 패인 곳에 볼륨 효과를 주어 밀어 올려주면 어느 정도 주름이 회복된다. 주름 아래쪽에 공간을 만들어 부드럽게 움직이는 효과도 있다.
주름에 따라 나란한 방향으로 시술하기도 하고 수직으로 시술하기도 한다. 다만 이마의 주름을 필러로 완화시키려고 할 때 난해한 경우가 있다. 깊은 주름이라면 적당히 넣으면 대개 호전이 되지만, 주름이 얕은 경우 눈썹을 치켜 뜰 때와 눈을 감았을 때 모두 좋아 보이게 시술하는 것이 쉽지 않다. 눈을 치켜 뜰 때 라인이 맞더라도 눈을 감아서 눈썹이 내려오고 이마가 펴졌을 때도 울퉁불퉁하지 않게 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눈이 처졌을 때 이마 보톡스로 끌어올려달라는 요구를 간간이 받게 된다. 보톡스는 근육을 마비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마에 보톡스를 맞게 되면 눈-눈썹이 더욱 내려오게 된다. 이마에 주름이 있더라도 이마 보톡스 후에 눈이나 눈썹이 많이 처지게 돼 인상을 더욱 악화시키거나 생활을 불편하게 만들 것이 예상되면 상안검 수술이나 이마 거상술을 시행해야 할 수 있다. 이마의 보톡스는 상안검 수술이나 이마 거상술 하기 전까지 임시방편의 시술이라 할 수 있다.
이마에 보톡스를 맞아서 볼록해지고 싶다는 요구도 듣게 된다. 흔히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의 얼굴이 어색하게 빵빵하고 볼록한 경우 보톡스를 맞고 그리됐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미용시술이 보톡스이므로 보톡스가 미용시술의 부작용 범인의 오명을 쓰게 된 경우다.
대개 얼굴이 부어서 나오는 경우는 지방이식 후 붓기가 덜 꺼져 나온 경우이고 보톡스는 전혀 볼륨을 볼록하게 만드는 효과는 없다. 이마가 볼록해지기 위해서는 지방이식, 필러, 실리콘 보형물 등을 사용한다.
보톡스를 사용해 팔자주름을 펴달라는 요구도 있다. 팔자주름의 치료에는 보톡스를 사용하지 않는다. 주로 필러를 사용하여 개선을 하게 된다. 지방이식이나 귀족수술보다 필러가 효과가 좋다. 지방이식이나 귀족수술 후에 필러를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좋다.
<한상혁 라렌 피부과성형외과 대표원장>
<정리=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