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MB정권 비리 의혹의 핵심
[단독보도] MB정권 비리 의혹의 핵심
  • 김재현 프리랜서
  • 입력 2015-07-20 14:49
  • 승인 2015.07.20 14:49
  • 호수 1107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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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실세 이모씨 파면 ‘내막’

MB-원세훈-이 씨 서울시청서 맺은 인연 승승장구
이 씨, 국정원 인사권 쥐고 인사 정보력 붕괴 주

[일요서울 | 김재현 프리랜서] 국정원 해킹 의혹으로 정·관계가 ‘성완종 리스트’에 이어 또 다시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아울러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재판이 파기환송돼 국정원 발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잇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지난 16일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64) 전 국정원장의 상고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재판부는 원심이 증거능력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고 사실관계를 잘못 판단한 오류가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원 전 원장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과거 국정원을 둘러싼 여러 비리 의혹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무엇보다 원 전 원장이 국정원을 운영할 당시 원 전 원장을 배후에서 움직인 인물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모씨가 바로 그 인물이다. 국정원 주변에서는 이 씨가 이명박 정부 때 국정원이 관련된 여러 비리 의혹의 최고 핵심인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원 전 원장은 그야말로 바지원장일 뿐이라는 말이 파다하다.


재판부는 “원심의 사실관계는 검찰이 제출한 핵심 증거인 이메일 첨부파일의 증거능력이 부인되면서 유지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종국적으로 판단할 사건은 정치관여나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실체 문제인데, 전체적으로 사실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법원은 법률심이기 때문에 사실 심리를 할 수는 없다”면서 “적법 증거에 의해 국정원 심리전단의 사이버 활동 범위를 다시 확정하라고 파기환송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았고 원 전 원장측이 청구한 보석 신청도 기각했다. 대법원이 이 사건의 핵심 증거인 국정원 직원의 이메일 첨부파일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형사소송법에 따른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정치ㆍ대선개입의혹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에 지난 정권 때 핵심실세로 분류됐던 내부 인사들에 대해 대대적인 인사조치를 감행해 주목을 끌었다. 국정원이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시 국정원은 MB 정권 당시 국정원 핵심으로 알려진 3급 직원 이모씨를 파면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국정원은 추가 인사조치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을 비롯해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이 인사조치를 두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 수사와 관련된 조치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온다. 댓글작업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이들을 인사조치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또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일부에서 “국정원이 댓글사건 등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축소하려는 모종의 조치일 수도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국정원 정치ㆍ대선 개입의혹과 관련, “몸통은 원 전 원장이 아니라 이 씨”라는 소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이 이 씨를 파면하면서 이 씨의 향후 행보에 사정기관과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친이계와 친박계 내부에서 “이 씨가 국정원에서 수행한 업무내용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경우 큰 파장이 일 수도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판도라 상자 열리나

원 전 원장 재임 시 최측근 인사로 분류됐던 이 씨를 국정원이 인사전횡 등을 이유로 파면한 이후 지금까지 그의 흔적지우기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여러 분석과 전망이 나돌고 있다.

국정원 소식통에 따르면 국정원은 최근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이 씨를 “직원들로부터 각종 인사청탁을 받고 부당하게 인사권을 행사했다”는 명목으로 파면했다. 또 국정원은 이 씨의 부당한 인사를 돕거나 이 씨에게 인사청탁을 한 직원 5〜6명에 대해서도 각각 중징계와 경징계 처분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은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장호중 감찰실장을 팀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내부 제보 내용 등을 바탕으로 6개월 이상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끝에 이 씨의 인사비리를 사실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본인에게 청탁을 한 가까운 직원들을 요직에 배치하고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들은 지방이나 한직으로 발령을 낸 사실 등이 확인됐다. 이 씨는 자신의 상관인 1〜2급 직원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형태로 인사권을 휘두른 것으로 전해져 “원 전 원장이 아닌 이 씨가 국정원 핵심실세”라는 세간의 소문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씨는 2009년 2월 원 전 원장이 취임할 당시 5급이었으나 이후 원 전 원장의 신임을 얻어 4년 만에 3급으로 고속 승진을 했다. 복수의 국정원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 씨는 원 전 원장의 배후에서 수렴청정(垂簾聽政)을 했다. 그는 국정원 내 모든 인사권에 개입했으며 이외에 국정원 핵심 업무의 주요 결재권한도 일부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내부 실세였던 이 씨가 파면된 이후 원 전 원장에 면죄부가 내려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와 관련된 여러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에 최근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이 씨가 MB정권 비리의 핵심”이라는 말과 함께 “검찰이 원 전 원장 처벌에 실패할 경우 이 씨를 여러 비리 의혹으로 수사할 수도 있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이명박 X파일 존재?

국정원 주변에서는 이 씨가 MB정부 시절 생산된 극비 X파일을 관리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이 씨는 박주원 전 안산시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사실상 배후조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 수사에도 개입해 박 전 시장의 검찰구속을 뒤에서 지원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박 전 시장은 검찰 수사로 옥살이를 하다 결국 무죄판결을 받고 석방됐지만 아직 당시 수사 배후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국정원 내부에서는 이 씨 등에 대한 중징계를 조직 내에서 ‘원세훈 잔재’ 청산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남재준 원장 취임 이후 시도된 내부 개혁 작업이 본격적으로 형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정원에서 조만간 대규모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 “이 씨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을 염두한 국정원이 이 씨에게 미리 면죄부를 준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정원 직원이 아닌 일반인 신분이 되면 직원으로 근무하던 때와는 많은 것이 바뀐다. 우선 현직이 아니기 때문에 현 국정원 내부 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 또 국정원직원법에 의거, 재직 중 취득한 정보는 발설할 수 없다. 이런 점들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원 전 원장의 수상한 행보

검찰 주변과 야권 일각에서는 검찰의 국정원 수사를 두고 “유인책에 말려 실체를 못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몇 가지 정황이 석연치 않아서다.

예컨대 국정원 정치개입과 관련해 대선 전에는 경찰이 ‘없다’고 했다가 대선 후에 특별한 이유 없이 ‘있다’고 말을 바꾼 것, 원 전 원장이 자리에서 내려오자마자 보란 듯이 해외로 출국하려 했다는 점 등은 쉽게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다. 말하자면 애초 원 전 원장의 행동은 이 씨를 관심의 대상에서 제외시키려는 ‘시선 끌기’였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원 전 원장에 세간의 이목이 쏠린 사이 이 씨가 MB정부의 비밀문건 등을 파기 또는 소각하거나 다른 곳으로 빼돌릴 수 있는 시간을 벌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정권이 바뀐 직후 원 전 원장의 출국시도는 국정원 내부에서도 여러 말이 무성하다. 국정원 여직원 사건으로 파장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 원 전 원장은 보란 듯이 해외출국을 시도하다 출국금지조치에 막혀 주저앉았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원 전 원장이 시선 끌기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대선개입 수사가 국정원 내부로 옮겨 붙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인 것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 시절 비밀 기록물을 둘러싼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사정기관의 한 소식통은 “MB정부는 들어서자마자 노무현 정부가 청와대 비밀기록물을 빼돌렸다고 주장하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시작했다”며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다른 모습이다. 이명박 정부를 승계한 박근혜 정부는 이전 정부의 문건이 파기된 사실을 확인했으면서도 이를 특별히 문제 삼지 않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비밀기록’을 한 건도 남기지 않고 모두 폐기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인 적 있다.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은 지난해 3월 7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MB정부가 비밀기록을 단 한 건도 남기지 않았다는 것, 지정기록물 자체도 이전 정부에 비해서 30% 줄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만약 폐기했다면 이는 엄중한 사안이라고 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때 드러난 내용을 들여다보면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 측은 MB정권 청와대 대통령실과 대통령 자문위원회 등에서 지난 4년간 통보한 기록물 생산건수는 총 82만5,701건으로 밝혀졌다. 연평균 20만6,425건의 자료를 생산한 셈이다.

반면 노무현 정부는 5년간 총 825만3,715건, 연평균 165만743건의 기록을 남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참여정부의 기록물을 문제 삼았던 MB정부 기록물이 참여정부에 비해 8분의 1 수준(12.5%)에 불과했다.
ilyo@ilyoseoul.co.kr 

김재현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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