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부부들, 아이 얻기 위해 대리모 꺼리지 않아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최근 비욘세(33)와 제이지(45) 부부가 대리모를 통해 둘째 아이를 가져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대리모가 새로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리모 시장은 음성화 돼 있어 브로커들의 횡포가 심하다. 많은 대리모 지원자들이 브로커들에게 돈을 갈취 당하고 있고 신체적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거의 전무한 대리모의 현주소와 문제점에 대해 살펴본다.
기자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불임부부와 대리모를 연결해주는 ‘출산 브로커’와 쉽게 접촉할 수 있었다. 불임카페에 ‘대리모를 지원합니다’라는 글을 남기자 잠시 후 몇 명의 브로커들로부터 휴대전화 번호가 담긴 쪽지가 날아왔다.
그중 가장 친근감 있는 답장과 함께 전화번호를 남긴 A씨와 통화를 시도했다. 그는 먼저 기자의 신원, 즉 나이와 혈액형, 키와 몸무게, 가족관계 등을 체크했다.
기자가 적당한 가상인물의 조건을 대자 A씨는 “대리모를 하기 전에 피검사, 소변검사, 자궁내막검사 등을 실시해야 한다”며 “지정된 병원이 있으니 먼저 배란기 때 모든 검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는 현재 기자의 혈액형을 원하는 부부가 몇 있으며 시험관 시술, 난자 공여 등의 임신 방법에 따라 4000만~6000만 원까지 준다고 밝혔다. 이 외에 의뢰인 부부들이 원하는 옵션, 원하는 아기 출산에 따라 추가적인 돈이 지불될 것이라며 난자를 공여하거나 쌍둥이를 낳으면 500만 원을 더 주기로 한 부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간혹 4대독자를 원하는 집에서 검사 결과 딸일 경우, 아기를 지우고 다시 시술하는 조건으로 1000만 원을 지원자에게 추가 지불하는 부부도 있다”고 귀띔했다.
또한 “의뢰인 부부를 만나 면접에서 통과되면 그 자리에서 100만 원의 선수금을 받고 계약서를 작성하게 된다”며 “착상 후 8주 첫째 날엔 500만 원을, 6~8개월이 지나면 1000만 원을 미리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매달 100만 원씩 생활비도 지급되고 출산 후엔 조리원비로 약 150만 원이 지불되기 때문에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부연했다.
A씨에 따르면 대부분의 의뢰인 부부들은 ‘얌전하고 자신들과 비슷한 이미지의 대리모’면 된다고 하는 반면 일부 의뢰인 부부는 아기를 위해 대리모의 학벌, 외모, 성격, 집안 내력을 보기도 한다.
원하면 4대 보험 들어줘
기자가 “대리모와 불임부부들을 소개시켜주는 분(브로커)들 중에 횡포가 심한 분들도 있다던데… 몸을 빼앗는다든가 돈을 요구한다든가…”라고 말을 흐리며 우려의 빛을 보이자 A씨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는 “매니저들 중 그런 사람도 간혹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며 스스로를 매니저라 칭했다. 그러면서 “물론 대리모의 입장에서 봤을 때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안심되고 편하겠지만 여자 매니저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가끔 다른 남자 매니저에게 호되게 당하고 나에게 넘겨지는 대리모도 있긴 하다”고 전했다.
A씨는 “대리모를 하게 되면 주로 지방에 마련된 숙소에서 지내기 마련인데 숙소에서 잘 생활하는지 등을 거의 매일 매니저가 체크한다. 이때 매니저가 대리모에게 하룻밤을 요구하거나 치근거리기도 한다”며 “지방 숙소에 매니저가 직접 못가는 경우도 많아 혹시나 대리모를 하다가 중간에 도망갈지도 모른다고 의심해 ‘말 안 들으면 부모님에게 다 말할 것’이라고 협박하는 매니저도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지원자(대리모)의 입장에서는 중간에서 총체적으로 관리하고 돈을 주는 사람이 매니저이기 때문에 그들의 횡포에 묵묵히 따를 수밖에 없다”며 “만약 불안하면 의뢰인 부부에게 계약은 나를 통해서 하더라도 관리는 여자 매니저에게 받겠다고 말하라”고 친절하게 조언했다.
A씨는 부드럽게 모든 것을 말해줘도 기자가 망설이자, 대리모의 혜택에 대해 더욱 열심히 설명했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대리모는 계약이 성사됐을 시 대체적으로 풍족하고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게 된다. 우선 대구의 15평짜리 아파트에서 또 다른 대리모와 단둘이 생활하게 되며 만약 임신 후에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면 강의를 들어도 되고 문화센터 등에 다녀도 된다. 물론 비용은 의뢰인 부부가 모두 부담한다. 의뢰인 부부는 한 달에 한 번 들를 수 있고 태교를 무리하게 요구하지는 않게 돼 있다. 병원 검진 날짜만 확실하게 지켜주면 자유롭게 외출도 할 수 있다. 4대 보험도 원하면 들어준다. 매니저가 사업장을 가지고 있어 그곳의 직원처럼 꾸미면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모레 만나서 아예 의뢰인 부부와 면접을 본 후 병원 검사 일정을 잡자고 종용했다.
그는 “이틀 뒤 약속 잊지 마라”면서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통장사본, 신분증 사본을 꼭 챙겨오라”고 신신당부했다.
한편 우리나라 인터넷 불임카페에 들어가면 “대리부 지원, 학비 등이 필요해 심사숙고 끝에 지원합니다”, “등록금도 벌고 생활비도 벌기 위해 대리부 지원합니다. 유전자 우수하니 메일 주세요” 등의 글을 올린 대리부(정자 제공 후 돈을 받는 자) 지원자도 상당수였다.
대리모 계약은 법적으로 무효…“대리모가 엄마다”
불임부부의 의뢰에 따라 제3의 여성에게 인공수정시키거나, 수정란을 이식하여 임신 및 출산하게 하는 방법을 대리 출산이라고 한다. 이때 불임여성 대신 임신·출산해주는 제3의 여성이 대리모다. 대리모의 유형에는 대리모의 난자와 자궁을 모두 활용하는 인공수정형 대리모가 있고 대리모의 자궁만 활용하는 자궁대리모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리모 계약은 생명윤리법에서 불법으로 규정돼 있고 민법상으로도 반사회적 계약으로 간주돼 효력이 없다. 따라서 계약 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계약의 내용에 들어있는 대리모의 친권포기 부분을 이행하지 않아도 법률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난자와 자궁을 모두 공여한 인공수정형 대리모는 아기와 혈연관계이자 유전적 모자관계기 때문에 친권을 주장할 수 있는 법적 아기 엄마다. 따라서 만약 대리모가 10개월이 지난 후 친권을 주장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는 연예인 부부가 대리출산으로 얻은 아기의 유전적 부모임에도 친생자 출생신고가 거부되자 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때 최고재판소(대법원)는 “대리모가 법적 어머니다”라고 판결하고 구청의 손을 들어준 예도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도 민법의 해석상 “자녀를 낳은 사람이 엄마”이기 때문이다.
영미권에서는 이 경우 유전적 부모를 대리모보다 우선하여 친자관계를 인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일본, 독일, 프랑스 등은 법률상으로 자녀를 낳은 사람, 즉 대리모가 엄마다.
또한 대리모 자체가 현행법상 인정되지 않는 계약인 만큼 그 자체를 파기해도 파기당한 다른 일방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근거는 없으며, 대리모를 알선하거나 대리출산을 지원한 그 자체는 처벌대상이 아니다. 물론 대리모를 의뢰한 부부도 마찬가지다.
단, 난자매매나 정자매매를 한 당사자들과 이들의 매매를 알선한 브로커들은 처벌대상이다. 설사 외국에서 정자와 난자를 매매했어도 그 사실이 적발될 경우 형법 제13조 규정에 따라 처벌받게 된다.
대리모는 불임인 부부들이 많이 찾고 있지만 고령화로 인해 건강상태가 좋지 못하거나 재력가인 경우엔 몸매유지를 위해서 활용하는 예도 더러 있다.
최근엔 서민층 불임부부들이 국내 대리모를 활용할 경우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해외 대리모를 구해 진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인도 대리모는 합법화 돼 있어 안전하게 아기를 출산할 수 있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많이 찾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시험관 안에서 체외수정된 배아(embryo)를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킬 수 있게 되면서, 아기를 가질 수 없던 부부가 자신들의 유전자를 가진 아기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이 방법은 건강한 난자가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아기를 낳을 수 없는 여성들을 위한 것이다.
입양할 수 있는 아기의 수가 줄어들고, 발생학(發生學) 기술이 발달하면서 오래 걸리고 불확실한 입양 과정이나 자식 없이 지내는 것 대신 택할 수 있는 이 방법은 세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 대리모 방법은 아기를 만드는 기계로서의 대가와 이 과정에 관련된 각자의 권리 가운데 어떤 것을 포기해야 하는가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대리모 산업은 음으로 양으로 계속 확산되고 있다. 상업적 대리모를 인정한 국가는 인도를 포함해 그루지야, 러시아, 태국,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일부 주가 있다.
동북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일본은 불법이고, 한국은 부부의 정자·난자 매매와 알선을 규제할 뿐 아직 대리모에 관한 법적 조항이 없다.
대리모 천국은 인도다. ‘아기공장’이라는 오명이 붙은 인도는 2002년부터 대리모 시술이 합법화 됐다. 인도 대리모 산업은 연간 수익이 10억달러(1조320억 원) 이상이고, 연간 3만 명 이상의 아기들을 출산하고 있다.
대리모 출산에 대한 찬반론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0)가 현재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몇 년 전 아들을 출산했다는 기사가 났었다.
허나 생모는 밝히지 않은 상태다. 언론에서는 상대자를 찾지 못하였고 혹시 대리모로 아기를 출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소문에 의하면 호날두는 정자를 대리모의 난자와 수정시킨 다음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켜 아기를 출산했다.
동성 애인인 데이비드 퍼니시와 지난해 12월 결혼식을 올린 동성애자, 영국 팝 가수 엘튼 존(68)도 미국에서 대리모를 통해 아들 자카리(4)와 딸 일라이저(2)를 얻었다.
엘튼 존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서 “시험관 아기는 정상인과 게이를 포함해 수많은 연인들에게 아기를 갖는 꿈을 허락한 기적이다”며 “시험관 아기를 갖게 해준 대리모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비욘세(33)와 제이지(45) 부부 또한 슬하에 딸 블루 아이비 카터(3)가 있지만 대리모를 통해 둘째 아기를 갖는다고 발표했다.
비욘세와 제이지 부부는 “노력했지만 아이 운이 없어 대리모를 통해 아기를 갖는 것을 선택했다”며 “특히 제이지는 함께 스포츠를 하며 소통할 수 있는 아들을 바란다”고 전했다.
미국 연예전문지 할리우드라이프는 “비욘세 제이지 부부가 자연수정은 불가능하지만 인공수정(시험관 아기)을 통한 대리모 활용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시험관 아기라는 것은 시험관에서 인공적으로 난자와 정자를 수정시킨 후 자궁에 착상시키는 것을 말한다.
대리모는 난자 주인인 친모의 자궁에 이상이 있을 때 대신 자궁을 빌려줘(?)서 아기를 출산하는 사람이다.
너무 사랑해서 결혼했더라도 아기가 없어서 불행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부부가 의외로 많다.
특히 자궁의 이상으로 인해 아기를 가질 수 없는 아내는 우울증에 걸릴 정도로 정신적 고통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의 강한 혈연의식·가족주의 의식과 입양 후 재산 상속, 가족 승계 문제 등이 파생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입양을 꺼리게 하기 때문에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럴 때 대리모를 구하면 자신의 친자식을 가질 수 있다. 그로 인해 친모가 정신적 건강을 찾을 수 있고 행복한 삶을 찾아 갈 수 있다는 점은 대리모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의뢰인 부부가 전자와 난자를 모두 제공했을 경우에도 대리모가 나중에 자신의 자식이라며 친권(엄마로서의 권리)을 주장할 수도 있다. 반대로 10개월 후 아기를 낳아서 친부모에게 보낼 때 대리모가 정신적 상처를 크게 받을 수도 있다. 10개월간 아기를 품고 지내면서 애착이 생겼을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길음동에 거주하는 주부 나미경(43)씨는 “윤리적으로 봤을 때 대리모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비록 친부모들에게는 기쁜 일이겠지만 대리모의 입장에서 보면 돈 문제를 떠나서 인생의 한 부분을 앗아갈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피력했다.
돌체앤가바나의 창업자인 도메니코 돌체는 “시험관 아기는 합성한(synthetic) 인조 아기”라며 “아기는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태어나야 한다”고 말해 대리모를 통해 아기를 키우게 된 엘튼 존의 분노를 사 분쟁하기도 했다. 그러나 돌체는 여전히 “임대된 자궁에서 태어나는 아기들이 초래할 결과에 대해 정신의학자들은 제대로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 사회학자는 “대리모 출산 문제는 현실이고, 그것이 현실이라면 쉬쉬하는 것보다 공론화시켜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며 “다만, 대리모 출산 계약에 관한 입법은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부작용이 없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을 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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