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학영재 출신, 골프도 확률스포츠…승부처에서 강력한 집중력 발휘
준비된 승자, 약점 없는 샷에도 불구 꾸준한 교정으로 완성도 높여
전인지는 지난 13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랭커스터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 4라운드에서 4타를 줄이며 합계 8언더파 272타를 기록해 2위인 양희영을 1타자로 제치고 역전 우승했다.
이로써 우승 상금 81만 달러(약 9억1400만 원)를 손에 쥔 그는 세계랭킹에서도 단숨에 20위에서 10위로 뛰어 올랐다.
특히 전인지는 처음 출전한 US여자오픈에서 최소타 타이기록을 세우며 자신의 우승이 행운이 아닌 실력임을 여실히 입증했다. 기존 US여자오픈 최소타 기록은 1996년 아니카 소렌스탐(스웨텐)과 1999년 줄리 잉스터(미국)가 갖고 있다.
여기에 올해 70회를 맞은 US여자오픈에서 첫 출전해 정상까지 오른 골퍼는 전인지를 포함해 4명뿐이라는 사실도 골프팬들에게 놀라운 소식이다.
이뿐만 아니라 전인지는 한국, 미국, 일본 메이저대회를 모두 재패한 선수가 됐다. 2013년 KLPGA 투어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했고 지난 5월 JLPGA(일본여자프로골프) 투어의 메이저대회인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에 초청 선수 자격으로 출전해 덜컥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어 US여자오픈에서도 우승컵을 들어 올려 골프 한류의 주인공임을 입증했다.
최종라운드 맹타로
역전 일궈내
그의 진기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올 시즌 한국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 세계 골프 역사상 한 시즌 한·미·일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한 첫 선수로 등극하게 된다.
지난 14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전인지는 “우선 미국에서 좋은 결과를 안고 한국에 귀국해 기분 좋다”며 “생각지도 않았는데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기 위해 오셔서 너무 기쁘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이후 전인지는 K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1라운드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마지막 18번 홀에서 보기를 하는 바람에 멋지게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조금은 아쉽다”면서도 “15, 16, 17번 홀에서 연속버디를 한 뒤 18번 홀에서 티샷을 할 때 한국여자오픈에서 4개홀 연속 버디를 했지 하는 생각이 떠오르더니 바로 미스샷이 나왔다. 골프는 생각을 하면 안된다는 것을 또한 깨달았다”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올 시즌 LPGA 진출에 대해 “엄마 아빠랑 상의한 후 결정할 생각인데 너무 바빠 같이 앉아서 얘기할 시간이 없었다. 꿈인 올림픽 출전을 위해서는 가는 게 유리하겠지만 한국에서 이루고자 약속하고 계획했던 것들도 있어 아직 잘 모르겠다. 신중하게 생각해서 결정하겠다. 주위 분들과 LPGA 투어에서 뛰는 언니들에게도 조언을 듣고 있다”며 심사숙고 중임을 드러냈다.
스마트 골프 선도
이처럼 전인지가 승승장구하면서 그가 추구하고 있는 스마트 골프에도 갤러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평소 전인지는 치밀한 계획을 바탕으로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스마트 골프’를 구사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그는 초등학교 때 IQ 137로 전국수학경시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수학영재’ 출신이다.
전인지의 인생을 바꾼 건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 친구가 티칭 프로로 일하는 골프연습장을 갔다가 재능을 발견했다. 이에 전인지의 아버지는 사업을 접고 딸 뒷바라지에 나섰고 그의 어머니가 작은 식당을 운영해 경비를 마련하며 뒷바라지했다.
어느덧 프로의 길로 접어든 전인지는 수학영재의 집중력을 살려 골프를 확률 스포츠로 인식하며 승수를 쌓고 있다. 평소 그는 “수학 공부를 할 때 늘 ‘왜 그럴까’를 생각하면서 주어진 문제에 무섭게 집중했다”면서 “골프를 할 때도 코스 형태나 날씨, 스윙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확률이 높은 곳에서만 버디를 노려야 스코어를 낮출 수 있다”고 자신만의 장점을 강조한다.
이 같은 장점은 승부처에서 엄청난 폭발력을 보이며 짜릿한 역전극을 연출하고 있다. 지난해 조선일보·포스코 챔피언십에서도 마지막 라운드에 이글과 버디를 몰아치며 승부를 뒤집었고 이번 US여자오픈에서도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지켜낸 양희영을 마지막 라운드에서 추월하며 승기를 잡았다.
특히 전인지는 드라이버부터 아이언 샷, 퍼팅까지 큰 약점이 없다는 것이 최대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대회 우승까지 3개월간 꾸준한 연습과 교정을 통해 우승확률을 대폭 끌어올렸다.
전인지는 “제가 지난해까지 고질적으로 갖고 있던 퍼팅 습관이 있었는데 올 초에 LPGA 대회를 하면서 ‘이걸 고쳐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초반에 바꿨다. 그런 것들이 제가 경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또 6월 초부터 샷 부분에서 교정하기 시작해서 조금씩 익숙해지다 보니깐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승승장구에
후원사들 대박행진
전인지 덕분에 후원사들 역시 싱글벙글이다.
메인 후원사인 하이트진로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약 2000억 원에 달하는 광고효과를 누렸다. 전인지가 입은 파란색 티와 흰색 모자에 새겨진 브랜드 명이 실시간 전 세계로 생중계되면서 하이트의 브랜드와 기업 이미지 제고에 막대한 효과를 이끌어냈다.
여기에는 하이트진로의 과감한 투자와 지원이 밑받침됐다. 하이트진로는 2012년 2부 투어 시절부터 전인지를 후원했고 지난 1월 재계약을 체결하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전인지의 계약조건은 국내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인지가 3년째 사용하고 있는 핑 골프와 핑 골프웨어는 우승 소식이 전해지자 전화문의로 몸살을 알았다. 특히 전인지가 우승 당시 입고 있던 골프웨어는 이틀 만에 완판되는 기염을 토해냈다.
전인지의 공식 팬 모임 역시 북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우승 후 2~3일 사이에 팬클럽에 700명 이상 가입하며 회원수가 4000명을 돌파해 인기를 실감하게 하고 있다. 특히 전인지 팬 모임은 국내 골프 선수 중 최다 인원을 자랑한다.

이번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는 메이저 퀸후보들이 대거 포진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우선 해외투어 경험이 풍부한 ‘초대 챔피언’ 강수연과 2009년 우승자 서희경(29·하이트진로), 2011년 우승자 김하늘(26·하이트진로), 전미정(33·진로재팬) 등이 이끌며 노련미를 선보인다.
또 디펜딩 챔피언 김효주(20·롯데)가 대회 2승에 도전하고 시즌 3승을 챙긴 이정민(23·비씨카드), 고진영(20·넵스) 등도 메이저 대회 첫 우승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전인지는 부담을 버리고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겠다는 자세다.
그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3대 투어 메이저대회 우승 기록에 도전하고 싶다”며 “코스가 메이저 대회답게 전장도 길고 까다로운데 이렇게 어려운 코스에서 우승해서 진정한 챔피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면 정말 짜릿할 것”이라고 각오를 전해 또 어떤 깜작 놀랄 결과를 이끌어 낼지를 놓고 골프팬들의 기대가 급증하고 있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