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기기에 밀린 PC, 하락세 지속
모바일 기기에 밀린 PC, 하락세 지속
  • 송철복 수석 편집위원
  • 입력 2015-07-20 10:36
  • 승인 2015.07.20 10:36
  • 호수 1107
  • 2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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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세계 출하량 6614만대 … 전년比 11.8% 감소
정보 검색에서 상품 구매까지 모바일이 휩쓸어

[일요서울 | 송철복 수석 편집위원]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에 밀려 PC(개인용 컴퓨터=데스크톱+랩톱)가 계속 위축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가 7월 9일 발표한 2015년 2분기(4~6월) 세계 PC 시장 자료에 따르면 세계 6대 PC 업체 중 5곳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출하량이 줄었다. 애플만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며 독야청청했다.

2015년 2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6614만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7499만대보다 11.8% 줄었다. 1위 업체 레노버는 PC 1344만대를 출하해 마이너스 7.5% 성장했으며, HP와 델도 각각 10.4%, 8.7% 출하량이 줄었다. 513만대를 출하한 애플만 전년 동기보다 16.1% 늘었다. 애플에 이은 에이서와 에이수스는 각 433만대를 출하해 26.9%, 7.7% 감소했다.

PC 업체들은 오는 7월 29일 출시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새 운영체제 ‘윈도10’에 기대를 걸고 있다. 새 운영체제 출시는 PC의 교체수요로 곧잘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로렌 로버드 IDC 부사장은 “올해 하반기에도 PC 시장은 한 자릿수 수준의 감소를 보일 것”이라며 “많은 사용자들은 PC를 새로 구입하기보다 윈도우10 무료 업그레이드를 선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태블릿에도 출하량 밀려

PC가 맥을 못 추는 것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모바일 기기에 밀리기 때문이다. PC는 올 한 해 약 3억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스마트폰 판매 예상치 14억 여대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게다가 올해 PC는 출하량에서 사상 처음 태블릿에도 밀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에 나온 IDC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보다 11.3% 증가한 14억4730만대로 예상된다. 이러한 증가율은 2014년의 27.6%에 비해 크게 둔화된 것으로 이는 스마트폰 시장이 어느 정도 포화상태에 접근했음을 가리킨다. 스마트폰 시장의 증가세가 앞으로도 크게 개선되지는 않겠지만 스마트폰 수요는 꾸준히 늘어 2019년 19억 대에 도달할 것으로 IDC는 예상한다. 2015년은 2.5%로 예상되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이 사상 처음 세계 전체 성장률을 밑도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역시 중국 시장의 성장세 둔화와 관련이 있는 현상으로, 2015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성장률이 8.5%로 역시 세계 전체 성장률을 하회할 전망이다. IDC는 이 두 추세가 2019년까지 지속되리라 본다. 2014년 세계 전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출하량의 36%를 떠안았던 중국의 성장세 둔화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성숙도가 높아졌음을 말해준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개인적 욕구 충족을 위해 활용하는 IT 기기가 갈수록 모바일로 수렴되어 가면서 PC는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페이지는 “우리는 더 이상 ‘모바일 우선(優先)’ 세상에 있지 않다. 우리는 ‘모바일 유일(唯一)’ 세상에 있다”고 말했다. 다소 과장된 이런 언급은 스마트폰이 인류의 삶 속에 얼마나 깊이 들어와 있는지 잘 말해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지난 2월 24~27일 개최된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모바일 산업 박람회(MWC)’에는 세계 200개 나라에서 전시업체 2000여 곳, CEO 5000명, 관람객 9만 명이 참여했다. 이 행사로 바르셀로나의 호텔 객실은 동이 났고 이 지역에서 4억4000만 유로(약 5500억 원)의 경제효과가 창출되었다.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이 행사의 인기 스타였다. 3년 전만 해도 MWC는 장비 업체들과 주요 통신 운영사들에 초점을 맞춘, 장거리통신 산업의 부속 행사였다. 그랬던 것이 이제는 인터넷, 디지털, 그리고 콘텐트를 다루는 행사가 되었고 명실상부하게 모바일에 관심이 집중됐다.

인류의 디지털 활동은 가히 모바일로 통일될 추세다. IDC의 2014년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폰, 태블릿, 패블릿(화면이 큰 스마트폰)이 모든 개인 컴퓨터 구매의 83%를 차지했다. 랩톱은 9.5%, 데스크톱은 고작 7.4%였다.

치솟는 모바일 광고 지출액

콘텐트도 갈수록 모바일 기기를 거쳐 유통된다. 모바일 트래픽은 2014년 모든 디지털 트래픽의 40%를 차지했다. 그리고 언론사의 경우에는 이 수치가 평균치를 훨씬 넘었다. 《뉴욕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스》에서는 웹사이트 방문자의 50%가 모바일 기기를 거쳤고, 미국의 스포츠 전문 방송 《ESPN》과 뉴스·오락 웹사이트인 ‘버즈피드’에서는 그 수치가 각각 67%와 70%였다.

모바일이 이토록 인기다 보니 디지털 광고도 갈수록 모바일로 몰리고 있다. 모바일 광고 지출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 미국과 중국에서 특히 그렇다. ‘eMarketer.com’에 따르면, 모바일 광고 지출은 2016년 세계 디지털 광고 지출 가운데 2014년의 28%에서 껑충 뛰어 51%를 차지할 전망이다. 그 액수는 1010억 달러(약 113조 원)에 이른다. 전체 디지털 광고 지출은 1980억 달러, 세계 전체 광고 지출은 6150억 달러로 각각 예상된다. 추세는 단연 모바일로 향하고 있으며 데스크톱과 랩톱은 여기서도 뒤처지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 분석기관인 미국 ‘컴스코어’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모바일은 쇼핑에서도 주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2014년 여름 인터넷 쇼핑에 소요된 시간 가운데 55%가 모바일 기기를 거쳤다. 기기별로는 스마트폰 44%, 태블릿 11%였다. 정보 검색에서건 상품 구매에서건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확산은 소비자와 상인 간의 관계에 혁명을 가져왔다.

하지만 모바일에 거부감을 지닌 비타협적인 소비자도 여전히 있다. 디지털 마케팅 전문업체 E컨설턴시가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23%는 그들의 모바일 기기를 이메일 확인이나 전자상거래 사이트 검색에 사용하지만 정작 물건을 구매할 때는 집에 있는 데스크톱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더군다나, 스마트폰으로 쇼핑하는 사람들은 정작 물건을 살 때 태블릿 사용자들보다 18%, 평균 쇼핑객보다 88% 돈을 덜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PC 사용자들과 전통적인 가게 방문 쇼핑객을 모바일 이용 쇼핑객보다 결코 홀대해서는 안 될 측면이라고 마케팅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그렇더라도 세계적 추세인 PC의 하락세를 멈출 수는 없을 것이다.
scottnearing@ilyoseoul.co.kr 

송철복 수석 편집위원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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