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후반기] 국정 승부수 띄운다
[박 대통령 후반기] 국정 승부수 띄운다
  • 류제성 언론인
  • 입력 2015-07-20 09:27
  • 승인 2015.07.20 09:27
  • 호수 1107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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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동력가동 특사·개각·남북정상회담 추진
▲ photo@ilyoseoul.co.kr
당정청 군기 잡기…친위 세력 포진 조기 레임덕 돌파
김무성-원유철 라인은 ‘화약고’…최경환 복귀 임박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박근혜 대통령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 자신감에 넘친다. 7월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회동 때 박 대통령 모습을 본 정치권 인사들은 “새로운 활력을 찾은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6월 25일 국무회의에서 비장한 표정으로 ‘배신의 정치’를 언급한 것과 달리 과거의 온화한 모습이 되살아났다는 의미다. 실제로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 분위기를 설명하면서 “웃음이 빵빵 터졌다”고 했다.

“대통령 웃음 빵빵 터졌다”

박 대통령의 그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올까. 정치권의 한 인사는 “손톱 밑 가시 같았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 문제를 처리한 데 대한 만족감만은 아니다. 5년 임기의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주변 여건들이 호전되고 있는 데 따른 자신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박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은 전반기와 180도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전반기 2년 반은 ‘악재’의 연속이었다. 출범을 전후한 인사 참극, 집권 2년차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와 정윤회 문건 파동에서부터 최근의 메르스 사태까지 각종 돌출 변수가 정상적인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았다. 그 사이에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서 비주류 지도부인 ‘K-Y 라인’(김무성 대표-유승민 원내대표)이 들어서는 바람에 정치권의 지원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결국 참다못한 박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 물갈이를 시도했고, 친박 핵심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성공시켰다. 내각에 대해서도 “국민을 대신해서 각 부처를 잘 이끌어 주셔야 한다. 여기에는 개인적인 행로가 있을 수 없다”(7월 7일 국무회의)는 말로 군기를 잡았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각료들도 ‘자기정치’를 해선 안된다는 엄중한 경고였다.

임가 반환점을 앞두고 여권에 각성을 촉구한 박 대통령은 스스로도 변할 준비를 하고 있다. ‘후반기 국정운영 플랜’의 핵심은 지금까지의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국민의 곁으로 다가서는 일이다. 여권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의 변화는 8·15 광복절 특사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 대통령은 원래 특사에 부정적이었다. 2012년 대선 때 “대기업 지배주주.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를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다. 대통령의 고유권한 가운데 한 가지를 내려놓겠다는 선언이었다.

당선인 시절엔 대변인을 통해 “과거 대통령 임기 말에 이뤄졌던 특별사면 관행은 그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 특히 부정부패나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사면은 국민을 분노케 할 것이고, 그러한 사면을 단행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말 특사를 단행했고, 박근혜 당선인은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2014년 설에 순수 서민생계형 범죄에 대해서만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지난 4월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노무현 정부 때 두 차례 특사를 받은 일이 문제가 되자 “국민도 납득하기 어렵고 법치의 훼손과 궁극적으로 나라 경제도 어지럽히는 일”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7월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올해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라며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이루기 위해서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사면 범위와 대상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16일 열린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선 이른바 ‘통큰 사면’을 건의 받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통큰 사면’은 생계형 범죄자뿐만 아니라 재벌 총수 등 경제인과 정치인 사면이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 이 경우 재계에선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인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집행유예 확정 판결을 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혜택을 받게 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은 항소심 판결 후 대법원 상고가 이뤄진 상태여서 일단 광복절 특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상득 박영준 포함될지 관심

정치인 가운데는 금품수수 혐의로 처벌된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이명박 정부 인사가 포함될지 주목된다. 현 정부는 자원외교 비리를 포함한 이명박 정권 시절의 일을 파헤치고 있는 중이어서 이들이 특사에 포함된다면 신-구 정권의 화해라는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광복절 특사에 이은 후반기 국정운영 플랜 2단계는 여권 인적개편이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7월 10일 두 달 가까이 공석이던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에 현기환 전 의원을 임명했다. 이로써 이병기 비서실장 체제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황교안 국무총리 체제의 행정부에는 개각 요인이 넘친다.

당장 메르스 사태 초기 대응에 실패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경질해 여론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이 때 다른 장관들까지 교체해 분위기 쇄신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박 대통령 입장에선 내각의 서열을 정리해야 한다. 법무부 장관이던 황교안 총리가 내각 수장이 되면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와 서열이 뒤바뀐 까닭이다. 법무부 장관을 지휘하던 입장에 있던 황우여 부총리는 황교안 총리가 위로 올라서자 사표를 내야 하지 않느냐는 뜻을 주변에 전했다고 한다.

때마침 총선이 다가오는 만큼 최·황 부총리뿐만 아니라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등 지역구를 가지고 있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조기에 당으로 복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 부총리는 최근 사석에서 “나는 어차피 정치인이다. 적절한 시점에 당으로 돌아가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K-W라인도 반기들 소지

여권 일각에선 친박계 핵심인 최 부총리가 당에 복귀해 비박계 지도부인 ‘K-W 라인’(김무성 대표-원유철 원내대표)을 견제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K-W 라인’이 지금은 유승민 파동의 여파로 청와대와 밀월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언제든 박 대통령에게 반기(反旗)를 들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다 박근혜 정부 출범부터 2년 반 동안 장관직을 수행해온 1기 내각 멤버들이 이번에 일제히 교체될 수도 있다. 윤병세 외교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윤성규 환경부 장관 등 4명이 해당한다. 또 인사잡음을 일으킨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도 경질 대상으로 거론된다.

결국 자의든 타의든 교체 대상자로 꼽히는 각료가 10명 안팎에 이르는 만큼 박 대통령이 결심하기 따라선 대규모 개각이 단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역대 정권에서도 임기 반환점을 맞으면 대규모 개각으로 분위기를 바꾸곤 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전반기 국정운영을 외적 요인으로 인해 제대로 하지 못한 만큼 성공한 정권의 초석을 놓기 위해서라도 대규모 개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물론 특사와 개각만으론 국정운영의 동력을 회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올려 하나로 만들기엔 부족한 카드인 까닭이다. 이 때문에 여권 주변에선 박 대통령이 국민의 호응을 받을 수 있는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란 견해가 많다. 광복 70주년인 올해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이 성사되면 역사적으로 뜻 깊은 행사가 된다.

과거 정권에서 집권 3년차에 남북대화를 통해 국면을 전환한 사례도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집권 3년 차인 1990년에 남북 고위급회담을 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집권 3년 차인 2000년에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을 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집권 3년차부터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임기 마직막 해인 2007년에 성사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했지만 집권 3년차에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해 흐지부지됐다.

박 대통령은 일단 회담을 위한 회담은 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회담 성사를 위한 경제적 지원이나 밀사 교환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그러나 ‘통일대박론’을 펼치고 있는 박 대통령이 여건만 성숙되면 광복 70주년을 맞는 올해 전격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해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ilyo@ilyoseoul.co.kr 

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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