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강영원(64)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17일 재판에 넘겨졌다. 강 전 사장은 캐나다 정유업체 하베스트(Harvest Trust Energy)를 부실하게 인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강 전 사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해외 자원외교 비리를 수사하며 에너지공기업 고위 관계자를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사장은 2009년 10월 캐나다 자원개발 회사 하베스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부실 계열사인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날)을 부실 인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날을 시장 평가액보다 5500억 원 높은 1조 3700억 원에 사들인 것으로, 석유공사는 5500억 원 상당의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강 전 사장은 투자의 적정성과 자산 가치 평가 등에 대한 내부 검토·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석유공사 창사 이래 최대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철저한 검토가 없었던 셈이다. 투자전문사였던 메릴린치 측은 하베스트 측에서 제시한 수치를 원용해 자료를 만들었고, 강 전 사장은 이 자료를 믿고 날을 인수하기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검찰은 석유공사가 하베스트에 1조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줬다는 석유공사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만일 하베스트가 이 돈을 갚지 않으면 정부가 100% 출자한 공기업인 석유공사가 그 부담을 안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이 부담은 정부 몫이고, 세금으로 메울 수도 있는 부분이다.
부실 인수의 배경으로 검찰은 강 전 사장이 당시 이명박 정부의 평가 지표였던 ‘자주개발률’을 높이고 정부기관장 평가를 잘 받기 위해 무리한 인수 추진을 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08년 당시 강 전 사장은 정부기관장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지만, 하베스트를 인수한 2009년엔 A등급으로 오른 바 있다. 검찰의 설명을 뒷받침하는 셈이다.
인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었던 최경환(60) 경제부총리 등을 상대로 검찰은 그간 서면 및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하베스트 부실 인수에 대한 최종 책임이 강 전 사장에게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강 전 사장은 출석해 ‘최 경제부총리에게 하베스트 인수 내용을 보고했지만 최종 결정은 강 전 사장이 직접 했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강 전 사장의 구속 기소가 최 부총리의 책임론을 퇴색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하베스트 인수를 관할하는 최종 책임자였던 지식경제부 장관의 책임을 사실상 강 전 사장에게 돌렸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편 검찰이 17일 소환한 김신종(65)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법처리가 이뤄지면 지난 3월부터 본격 진행된 해외 자원개발 비리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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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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