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고분벽화 도굴’ 어떻게 돼가나

지난 2000년 중국 지린(吉林)성 집안(集安)시에서 고구려고분벽화가 도굴 당했다. 삼실총(三室塚)과 장천(長川) 1호분 등 고구려 벽화무덤 두 곳의 벽화가 도굴된 것. 이 고구려고분벽화는 고구려인의 풍속과 불교문화를 보여주는 중요 사료로 손꼽히고 있다. 당시 중국사법당국은 벽화를 도굴한 조선족 4명을 붙잡아 사형판결까지 내렸지만 현재 벽화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이 사건을 경찰에 처음 제보하고 수사를 의뢰한 인물은 고미술 수집가 K씨로 알려져 있다. K씨는 “고구려벽화도굴 사건을 제보했지만 오히려 한국고미술협회 김종춘 회장은 나를 ‘무고죄’로 지난 8월 고소했다”고 주장했다. [일요서울]은 K씨와 직격인터뷰를 통해 내막을 들어봤다.
[일요서울]은 지난 9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K씨를 만날 수 있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K씨는 격앙된 모습이었다. K씨는 지난 4일 종로경찰서로부터 자신 앞으로 온 ‘피의자 출석요구서’를 보여주며 “인사동 고미술업자 손에 의해 문화유산이 무참하게 도굴당하고 매매되는 사실을 수사기관에 제보한 것이 오히려 화가 돼 돌아왔다”고 말했다.
고구려벽화도굴사건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K씨는 “약 10여 년 전부터 김 회장이 고구려벽화를 오동상자에 담아 사무실에 펼쳐놓고 와서 보라며 자랑하고, 팔러 다닌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K씨에 따르면 김 회장이 J 회장에게 10억 원을 차용하고 고구려벽화를 담보로 맡겼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돌았다고 한다.
K씨는 2009년 11월 초 중국에서 왔다며 도자기를 보여주겠다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청계천에서 만난 조선족 A씨는 도자기 이야기 대신 뜻밖의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K씨는 “A씨가 고구려벽화도굴은 L씨의 사주에 의해 사형판결을 받은 조선족 4명이 관여하게 된 것이라고 토로했다”며 “A씨가 죽은 조선족 동료들이 불쌍하고 억울해서 견딜 수 없다며 J 회장 별장에 도굴된 고구려벽화가 있다고 알려줬다“고 했다.
K씨는 “A씨가 벽화의 소재지인 별장 약도를 정확히 제시해 제보의 신빙성 있다고 판단했다”며 “A씨의 이야기를 듣고 난 이후, 포털 검색 결과 L씨가 조선족에게 동력절단기를 건네 고구려벽화를 절단케 한 후 컨테이너 박스에 넣어 싣고 왔다는 기사가 있었다”고 말했다.
K씨는 지난 2월 1일 이메일로 경찰청장에게 관련 내용을 제보했다고 한다. K씨는 “이 제보는 시경 광역수사대에 전달돼 수사가 진행됐다”며 “이후 경찰도 수사과정에서 J 회장의 별장과 김 회장의 집 등 7곳을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고구려 벽화는 발견되지 않아 사실관계는 확실하나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수사가 일단락 됐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 막강한 배후 가졌다는 소문
K씨는 경찰청장 앞으로 보낸 제보서에 김 회장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K씨가 경찰청장 앞으로 보낸 제보서를 살펴보면 김 회장과 관련한 소문이 적혀 있기는 하다. ‘벽화 도굴을 교사한 ooo은 호남지역출신 골동품 밀매업자로서 고가 골동품의 진위판정, 거래선 결정 등을 좌지우지 하는 한국 골동업계 실력자다. 엄청난 축재를 했으며 십 수 년 전부터 정·관·재계의 호남인맥을 중심으로 수십억 원의 뇌물을 뿌려 ‘한국에서는 나를 건드릴 사람이 없다. 장관도 못 건드린다’며 위세를 자랑한다고 함’이라고 적혀있다.
K씨는 당시 김회장과 관련 한 소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며 자신은 이를 제보서에 썼을 뿐이라는 것이다. K씨는 “김 회장이 J 회장에게 고구려 벽화를 담보로 맡기고 10억 원을 빌렸고 J 회장이 동 물건을 팔려고 한다는 내용 녹음도 있었다”고 주장하며 이 테이프도 경찰에 전달됐다고 말했다.
한편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김종춘씨가 K씨를 무고로 고소했고, C씨를 명예훼손과 무고, 손해배상으로 고소했다”고 말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PD수첩 “고구려고분벽화 도굴 고미술협회장 연루됐다” 의혹 제기
얼마전 MBC PD수첩은 ‘사라진 고구려 벽화’편을 통해 고구려 벽화의 도굴과 국내 반입 및 판매에 한국 고미술협회 김종춘 회장이 관여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PD 수첩은 이 사건과 관련한 중국 인민법원의 판결문과 고미술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도굴 진상을 추적하고 파악했다.
이에 김 회장은 “불분명한 짜깁기와 나에 대한 흠집내기”라며 한국고미술협회 감정위원인 이모 씨의 증언이 조작되었다고 주장했다. 또 벽화에 대해서도 실제로 본 적이 없다고 반박하며 민형사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PD 수첩은 2차 보도를 통해 김 회장의 주장을 반박하며 근거를 제시했다. 이씨가 MBC측에 보낸 사실 확인서를 공개해 이씨의 진술이 조작된 것이 아님을 명백히 했다.
사실 확인서에 따르면 이씨는 김 회장의 연락으로 변호사 사무실로 불려가 김 회장이 요구하는 대로 대필된 사실 확인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씨는 사실 확인서를 통해 MBC 녹취서 내용이 사실과 같다고 밝혔다.
고구려 벽화의 매매에 관련이 없으며 고구려벽화 구입 의사를 물어본 전화를 받았을 뿐이라는 김 회장의 주장에 대해 “김 회장에게 고구려 벽화 판매 제의를 했으나, 집안 지역의 벽화가 아닌 통화지역의 벽화”라는 김 모씨의 증언을 확보해 보도했다.
한국고미술 협회 측은 인터뷰 내용이 왜곡되었다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지 않은 상태다.<은>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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