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지난해 11월 21일 출범한 지 약 7개월 간의 수사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현재까지 정옥근(63)·황기철(58) 전 해군참모총장, 김양(62) 전 국가보훈처장을 비롯해 모두 63명(구속 47명, 불구속 16명)이 기소됐다. 수사 중인 대상은 현재 41명이다.
합수단의 결과에 따르면 그동안 모두 12건의 방위사업 비리 사건을 수사했다. 비리 사업 규모는 총 9809억 원에 달했고, 해군이 8402억 원으로 비리 규모가 가장 컸다. 공군은 1344억 원, 육군은 45억 원, 방사청은 18억 원 규모의 비리가 적발됐다.
또한 방위사업 비리로 전직 해군참모총장 2명을 포함, 모두 63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중 전·현직 장성급은 10명, 영관급은 27명이 기소됐다. 범행이 발생한 지 수 년이 지나 수사가 이뤄졌기 때문에 대체로 예비역이 더 많았다. 방사청 직원은 전·현직이 각각 1명씩 기소됐다. 군별로는 해군이 28명으로 가장 많았다. 공군이 6명, 육군이 4명으로 그 위를 이었다.
죄명별로는 문서 관련 범죄가 25건으로 가장 많았다. 시험평가서 등을 위조·변조해 특정 장비 납품 업체에 편의를 봐 준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사기 등 재산범죄와 뇌물수수·공여가 각각 23건, 21으로 그 뒤를 이었다. 외에 군사 기밀 관련 범죄가 7건, 알선수재가 2건, 기타 범죄가 6건으로 집계됐다.
이번 수사 결과로 미루어 본 방위사업비리의 특징은 공소시효 기간인 5~10년 전이나 그 이전부터 비리가 꾸준히 발생했던 점이다. 특히 무기 비리는 소유 결정부터 계약 체결, 납품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범행 역시 장기간에 걸쳐 발생했다.
방위사업 전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비리가 일어난 것도 특징이다. 방탄복·소총 등 개인 장비부터 잠수함과 해상작전헬기 등 대형 장비·무기, EWTS와 같은 첨단 무기까지 전 사업에 걸쳐 비리가 발생했다. 무기 도입과 관련된 범죄의 경우 '소요 결정→제안요청서 작성→제안서 평가→시험 평가→가격 협상→기종 결정→납품'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비리가 발생했다.
현재 합수단은 비리로 발생한 범죄 수익을 환수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추징 예정 금액은 21억 2900여만 원에 달한다. 이 중 1100억 원대 EWTS 납품 사기를 벌인 이규태(66·구속기소) 일광공영 회장이 소유한 서울 성북동 자택 등 113억 원 상당의 가압류·가처분 신청이 포함됐다. 법무부와 서울고검, 방사청 등은 이 회장을 상대로 이달 내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낼 예정이다.
비리 원인으로 합수단은 방위사업 절차 전반에 대한 감시·감독 시스템의 미흡을 꼽았다. 무기구매 예산이 2005년 7조원 수준에서 10년 만에 11조원 수준으로 늘어나는 등 방위사업 시장이 급격히 확대됐으나, 사업 자체를 감시·감독하는 게 어렵다는 지적이다. 군사기밀과 관련된 정보이기 때문에 접근이 제한되고 전문성을 띠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또한 방위사업 관리감독과 인허가, 예산 집행, 계약 등 대부분의 권한이 집중된 방사청마저 통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합수단은 지적한다. 방사청은 사업 당사자와 자주 접촉하기 때문에 비리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고 설명한다. 방사청에 파견된 군인의 경우 원래 소속됐던 군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한계도 있다. 또한 기무사와 국방기술품질원 등 비리를 예방하기 위해 만든 기관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다.
회전문 인사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예비역들이 무기중개 업체나 방산 업체 고문·임직원으로 활동하며 현직 군인을 상대로 로비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사 문제 해결과 취업 알선, 금품 수수 등을 매개로 유착하는 것도 원인으로 분석됐다.
김기동 합수단장은 "비리 혐의자 처벌에 그치지 않고 비리 발생의 원인이 되는 구조적·제도적 문제점을 찾아내 방위사업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며 "합수단 구성원들의 파견 기간을 당초 6월 말에서 12월 말까지 연장한 만큼 강력한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합수단 수사로 통영함·소해함 납품 비리, 해상작전헬기 도입 비리, 불량 방탄복 납품 비리,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납품 비리 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바 있다.
yon88@ilyoseoul.co.kr
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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