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정 원장의 한의학 이야기] 여성 일생의 1/3이 갱년기 적응하기에 달려
[김준정 원장의 한의학 이야기] 여성 일생의 1/3이 갱년기 적응하기에 달려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5-07-15 13:07
  • 승인 2015.07.15 13:07
  • 호수 1106
  • 5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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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란 폐경 전부터 폐경기 이후 일정기간을 포함한 폐경전후기로서 여성 인구의 평균 30% 이상이 갱년기 여성이다. 또 한 여성의 일생으로 보면 1/3이 갱년기에 해당한다. 다만 갱년기가 됐다고 이미 여성으로서의 삶이 끝났다는 생각에 상실감과 무기력함에 빠지기에는 살아가야할 날이 많이 남아있다.

갱년기의 가장 뚜렷한 증상은 생리불순과 폐경이다. 난소기능이 감퇴해 생리주기가 길어지거나 띄워지는 등의 증상으로 발현되나 대부분은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과 구별하기 힘들어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또 에스트로겐이 결핍되면서 이로 인해 한동안 안면홍조, 진땀, 잦은 열감, 가슴 두근거림 등으로 불편감을 느끼게 된다. 심리적으로는 더욱 불안하고 초조하며 무기력을 느끼게 된다.

사실 이러한 갱년기 증상들은 수년에 걸쳐 서서히 발생하기 때문에 평소 장부 균형이 양호하거나 대외적인 활동이 잦은 여성들은 크게 불편함 없이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자궁적출술이나 양측 난소 절제로 인해 조기폐경(40세 이전 폐경)을 겪는 경우에는 위의 증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나거나 골다공증 및 심혈관계 질환의 빈도가 높은 만큼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여러 호르몬의 수치가 폐경으로 인해 변화되고 이로 인해 발현되는 증상들도 다양하지만 그 중 가장 큰 영향은 에스트로겐에서 시작된다. 에스트로겐은 폐경으로 인해 거의 분비가 되지 않으나 복부 지방 등에서 전환되기도 하므로 비만 여성의 경우는 혈중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고 이로 인해 자궁내막암 위험률이 높아진다.

마른 여성의 경우는 혈중 에스트로겐이 낮아 골다공증 위험률이 높아지기도 하니 적정 체중을 유지하거나 조절하시는 것이 필요하다. 또 에스트로겐은 피부 속 콜라겐 복구나 소실 예방에 도움을 주는 만큼 건조감, 탄력저하, 재생력저하, 질건조증, 성교통 등 피부가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느껴 피부에 관심을 갖게 되는 시기이다.

사실 적절한 연령(40대 후반~ 50대 초반)에 겪는 폐경은 건강의 척도라고도 볼 수 있다. 건강하기에 자연스레 발현되는 증상이다. 하지만 일부 여성의 경우(특히 출산경험이 있는 여성일수록)는 생식능력의 상실로 받아들여 우울감을 심하게 느끼기도 하고 일부 여성의 경우 궁극적인 피임이자 생리통으로부터의 해방으로 환영받기도 하니 마음먹기 나름이다.

다만 갱년기 즈음에 자녀의 독립과 사회적 지위, 노후의 삶 등을 고민하게 되는 시점이여서 심리적 스트레스가 겹쳐지기 때문에 그만큼 우울, 불안, 초조 등을 호소하게 된다.

한의학적으로 갱년기는 “女子…五七陽明脈衰 面始焦 髮始墮(35세에 양명맥이 쇠해지면서 얼굴이 타들어가기 시작하고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며)…”라고 해 대표적으로 신허(신장기능의 허쇠)로 인함을 설명한다. 신허로 인한 증상들은 상열감, 진땀, 손발의 열감, 어지러움과 이명, 기억력 감퇴, 허리가 시리며 힘이 없는 등이 대표적이며 그 외에도 가슴 두근거림이나 답답함, 수면량이나 질이 떨어지는 등의 심신 기능 부조화, 정신적 긴장감과 우울감, 화가 자주 나는 등의 간울, 얼굴이 잘 붓고 식욕이 없으며 무기력한 등의 심비의 기능 부조화 등 평소 장부의 부조화와 갱년기 즈음에 발현된 갑작스런 장부 불균형으로 인해 증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에 개개인의 증상과 정도, 불편감 등을 살펴 치료 및 관리가 들어가야 한다.

갱년기는 신허를 기본으로 한다. 그렇기에 갱년기 이전의 여성이라면 혹은 갱년기 즈음의 어머니를 둔 딸이라면 우리 몸의 아궁이에 해당하는 하복 부위가 따뜻한지, 하복에 위치한 대장, 자궁, 방광 등의 기능이 평소 양호했는지, 말초를 데워주어 손발은 따뜻했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아랫배를 따뜻하게 하기 위해 평소 걷기를 자주 하시거나, 속옷과 양말을 잘 챙겨 입고 차가운 음료보다는 따끈한 음료를 즐기는 습관을 갖도록 해야 한다. 말랐다면 체중을 늘리고, 비만이라면 체중을 감량하는 것도 중요한 관리법이다.

또 약재로 보면 간과 신을 보강하는 구기자, 오미자, 산수유, 복분자 등을 처방에 넣어서 구성하는 예가 많으니 모두 과실인 만큼, 수확 시기를 미리 알아두어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다. 특히 불면, 불안으로 힘들다면 약쑥(애엽)과 식용 국화를 따서 말려두고 차로 우려서 오후 무렵 한두 잔 마시면 도움이 된다. 물론 모든 약재들은 약성이 있는 만큼 과하지 않게 복용해야 한다.

갱년기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기 마련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되 가능한 편안하게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럴 때 남은 일생의 1/3을 여유롭게 보내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준정 미가람 한의원 원장>
<정리=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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