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날조해 범행 은폐 시도
유서 날조해 범행 은폐 시도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0-10-05 12:12
  • 승인 2010.10.05 12:12
  • 호수 858
  • 16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거녀 모친 살해 후 자살로 위장하려다 덜미
동거녀의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후 유서를 작성하는 등 비관자살로 위장해 은폐하려한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변심한 동거녀의 어머니 염모(46)씨를 흉기로 살해하고 자살로 위장하려한 조모(25)씨를 강도 살인 혐의로 지난달 28일 검거했다. 조씨는 염씨를 살해한 후 치밀하게 범행을 은폐하고 신용카드를 훔쳐 현금 90만 원을 인출했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경찰은 유서 내용 등으로 미뤄 자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했으나 곳곳에서 발견된 허점들이 타살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줬다. 결국 살해를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 날조한 유서에서 발견된 허점이 조씨의 발목을 잡아 범행의 전모가 드러났다.

조씨는 약 1년 6개월간 고양시 일산구의 자신의 집에서 동거했던 신모(25·여)씨와 잦은 갈등을 빚어왔다. 거듭되는 갈등에 급기야 조씨가 신씨를 심하게 폭행했고 이를 견디지 못한 신씨가 “마음이 맞지 않는다”며 지난 8월 아무런 말도 없이 짐을 싸 집을 나갔다.


동거녀 행방 묵인하자 범행

조씨는 신씨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지난달 16일 오후 7시께 염씨가 운영하는 서울 송파구 송파동의 모 노래방에 술을 마시고 찾아갔다.

조씨는 신씨의 행방을 물었지만 염씨는 딸의 행방을 함구한 채 알려주지 않았다. 딸이 조씨로부터 폭행당했다는 사실을 알았던 데다, 그동안 염씨를 비롯한 가족들과도 자주 갈등을 빚어왔기 때문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염씨는 딸의 행방 대신 딸과 헤어져줄 것을 요구했고, 이때문에 실랑이가 길어지자 조씨에게 욕설을 했다.

이에 격분한 조씨는 염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홧김에 노래방에 있던 흉기로 염씨의 가슴 부위를 두 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유서 날조 등 완벽한 범죄 꿈꿔

조씨는 숨진 염씨의 소지품에서 신용카드를 훔치고, 노래방에 숨진 염씨를 내버려 둔 채 노래방 문을 잠그고 나왔다. 집으로 돌아온 조씨는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범행 은폐 계획을 치밀하게 세운 조씨는 이튿날 오후 6시 40분께 노래방을 다시 찾았다. 조씨는 숨진 염씨가 술을 마시고 비관 자살한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조씨는 자신의 집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A4 용지 두 장 분량의 유서를 작성해 들고 왔다. 날조한 유서에 가족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신씨에 대한 구체적 신상을 적어 의심을 피하려고 했던 것. 경찰에 따르면 이 유서 속에는 재정문제와 생활의 어려움, 자녀들에 대한 불만들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조씨는 숨진 염씨의 상·하의를 내실에 있던 옷으로 갈아입히고 노래방의 핏자국을 닦아냈다. 또 염씨의 손목을 그어 자해할 때 머뭇거린 흔적인 주저흔을 남겼다. 이처럼 전문 수사관들만 알 법한 주저흔을 남기는 등 치밀함을 보인 것. 또 술을 마신 것처럼 보이기 위해 소주병 등을 염씨 사체 주변에 남겨뒀다.

또 염씨 명의의 도장을 만들고, 노래방 출입문 열쇠를 복사했다. 날조한 유서에 염씨의 도장을 찍고 열쇠가게에서 복사한 열쇠로 가게 문을 밖에서 잠궈 자살한 것처럼 위조했다.


날조 유서에 덜미 잡혀

염씨가 수일 동안 연락이 되지 않자 큰 딸이 119의 도움을 받아 노래방 문을 뜯고 들어가 노래방 바닥에 숨진 채 누워있는 염씨를 발견했다.

염씨는 자살을 한 것처럼 위장되어 있었으나 자연스럽지 못한 점이 수사관들의 눈에 띄어 타살 의혹을 샀다.

경찰이 출동해 확인한 결과 사체 주변에 비산 혈흔이 없고 주저흔 역시 조작된 정황이 포착됐다. 또 유서를 작성한 날짜인 9월 17일과 염씨의 최종 통화일인 9월 15일이 다르고 발견 당시 옷차림이 출근 복장과 다르다는 점이 타살 가능성의 여지를 남겼다.

결정적으로 유서가 범행 적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숨진 염씨는 평소 컴퓨터를 잘 다룰 줄 몰랐던 데다 평소 사용하지 않는 도장으로 날인돼 의심을 샀던 것.

결국 경찰은 통신 수사를 벌여 조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검거해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