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론과 낙관론 교차하는 미국 셰일산업
비관론과 낙관론 교차하는 미국 셰일산업
  • 송철복 수석 편집위원
  • 입력 2015-07-13 11:50
  • 승인 2015.07.13 11:50
  • 호수 1106
  • 2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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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 보장할 국제 유가 60달러 좀체 회복 안 돼
부활할지 애물단지 전락할지 국제사회의 관심거리

[일요서울 | 송철복 수석 편집위원] 한번 내려간 세계 원유 값이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세계 원유 생산의 5%를 담당하는 미국 셰일오일(땅 속 바위에서 뽑아내는 원유) 산업의 장래를 놓고 비관론과 낙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셰일오일을 채굴하는 “프래킹”(물, 모래, 화학물질을 사용해 바위에서 원유를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해 일약 미국 경제 부흥의 견인차로 떠오르며 지난 몇 년 사이 호황을 누렸던 셰일기업들은 셰일오일의 경제성을 보장할 배럴 당 최소 60달러라는 원유 시세가 좀체 회복되지 않아 고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미국 원유 탐사·생산(E&P) 기업들은 2015년 1분기(1~3월) 신주 발행으로 108억 달러라는 기록적인 자금을 조달했다. 그랬던 것이 2분기(4~6월)에는 그 액수가 37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이처럼 어려워지다 보니 E&P 기업들 가운데 규모가 작은 곳은 도산하지 않기 위해 자산을 내다파는 것도 고려해야 할 정도가 됐다. 이런 추세와 함께 E&P 업계에 도산과 인수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셰일산업 투자액 5700억불

미국에서도 텍사스 주와 노스다코타 주에 집중된 셰일오일 채굴은 현재 거대 산업을 형성하고 있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대형 셰일기업들이 셰일산업에 투자한 돈은 5700억 달러(약 640조 원)에 이른다. 이 투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은 사채(社債) 발행을 통해 얻은 빚이다. 비(非)상장 셰일기업들이 끌어다 쓴 빚까지 포함하면 셰일산업계가 일으킨 빚은 그리스 국가 채무 총액(약 354조 원)과 맞먹는다. 셰일기업들이 이처럼 빚을 많이 지다 보니 미국은 물론 국제 금융계에서 “한때 미국 경제의 구원투수로 기대되었던 셰일산업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셰일산업이 유가하락에 현명하게 대응했다는 점을 들어 셰일오일의 장래를 낙관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물론 셰일산업 내부자들이다. 지난 2011~2014년 기간 중 석유 소비 붐에 힘입어 셰일오일 생산이 급증했다. 그러자 셰일기업들은 마구잡이로 돈을 빌려 여기저기 땅을 확보해 무차별적으로 구멍을 뚫어 셰일오일과 셰일가스를 퍼올렸다. 그러다 2014년 중반 세계 원유 값이 100달러에서 43달러까지 폭락하자 지난해 말부터 셰일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매 비용을 아끼는 한편 더 유망한 유정(油井)을 골라 집중적으로 시추하기 시작했다. 반 년 남짓 사이 새로 뚫는 유정의 수가 절반으로 줄었는데도 생산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 이를 입증한다. 다시 말해 셰일기업들이 유정의 경제성 올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유정의 경제성은 따지기 간단하다. 채굴비용이 낮을수록, 국제 원유 값이 올라갈수록 경제성은 높아진다. 관건은 결국 국제 원유 값이다.

채굴비용을 줄이고 유정을 더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새로운 투자로 돈을 벌 수 있음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셰일기업들은 국제 원유 값이 60달러만 유지해 주면 새 유정에서 연 수익 25%를 달성할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현재 미국 내 원유 값은 57달러). 게다가 채굴 비용을 앞으로 더 줄일 태세다.

미국에만 있는 셰일기업들은 “프래킹”과 빚을 바탕으로 에너지 산업에 혁명을 일으켰다. 이 셰일기업들 덕분에 10년 전 세계 원유생산의 8%를 차지했던 미국의 점유율이 오늘날 13%로 올라갔다. 그러자 가장 긴장한 것은 세계 원유생산 1위 국가인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맏형 사우디아라비아였다. 사우디는 지난해 중반 갑작스레 찾아든 석유 값 폭락 사태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달리 석유 값을 반등시킬 원유 감산(減産)을 단행하지 않았다. 사우디는 원유 시세가 낮게 지속되면 자국도 손해를 보지만, 저유가를 계속 방임하여 경쟁자인 미국 셰일산업을 이번 기회에 완전히 고사(枯死)시키는 것이 자국의 장래 이익을 위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사우디의 이런 기대와는 달리 유가 폭락 이후 6개월 간 셰일기업 수백 곳 가운데 망한 곳은 5곳에 불과했다. 미국의 원유 생산은 오히려 약간 늘어 지난 6월 하루 960만 배럴에 도달했으며, 셰일가스 생산 역시 예전 수준을 유지했다. 미국 셰일산업을 초기 단계에서 아예 주저앉히려던 사우디의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다.

사우디의 공격은 실패로

셰일기업들은 올해 상반기 주식시장에서 약 150억 달러, 사채(社債)시장에서 약 200억 달러를 조달했다. 한때 무적인 것 같았던 셰일산업이 유가하락의 직격탄을 맞고 비틀거리자 셰일기업들에 돈을 빌려주겠다는 투자가들이 멈칫거리는 바람에 지난 2월 셰일기업 굿리치사는 1억 달러 후순위 사채를 발행하면서 8%라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만 했다.

굵직한 셰일기업들은 천문학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현재 거의 이익을 못 내고 있다. 그런데도 투자가들은 셰일기업들의 가치를 투자된 자본 이상으로 평가한다. 이것은 셰일오일 채굴비용이 앞으로 추가 하락하거나 석유 값이 상승하리라고 투자가들이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투자가들은 또 다급해진 셰일기업들이 수익성이 높은 유정을 과거 호황기보다 더 잘 찾아내리라고 기대한다. 이러한 투자자들에 대해 셰일기업들은 비용을 더 아끼고 유정 발굴에 더 집중한다면 앞으로 높은 수익을 내겠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이러한 낙관주의를 뒷받침하듯 일단 생산을 시작한 새 유정에 돈을 대는 일종의 “2차 시장”도 형성되고 있다. 유정 개발 단계에는 잠자코 있다가 새 유정에서 원유가 나오기 시작하면 그 유정을 사겠다며 돈을 들고 달려오는 2차 시장 참여자들은 연금기금, 그리고 투자에 대해 세금을 면제받는 기구들이다.

석유산업은 무엇보다 높은 원유 시세에 베팅한다. 셰일산업의 장래를 낙관하는 사람들은 미국경제가 강한 회복세를 보이며 중동에서 폭력사태와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음을 그 근거로 제시한다. 하지만 원유 선물(先物) 시장은 단지 미약한 회복세만을 가리키고 있을 뿐이다. 셰일산업은 근년 들어 “프래킹”이라는 지질학적 기술과 자본 조달이라는 금융공학을 통해 미국 특유의 기업가 정신을 보여준 신종 산업이다. 셰일산업이 미국 경제의 활력소로 부활할지 애물단지로 전락할지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scottnearing@ilyoseoul.co.kr 

송철복 수석 편집위원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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