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김상곤 혁신위원장의 혁신안이 공개되면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세 번에 걸쳐 발표된 혁신안에 대해 정파별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2차안에 포함된 최고위원회와 사무총장제 폐지관련 ‘당 대표 권한을 너무 강화했다’고 비노 측에서 날을 세우고 있다. 반면 친노 측에서는 선거를 9개월 앞두고 사무총장직을 폐지해야 한다는 발표에 부글부글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혁신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위원장직을 사퇴하겠다’는 배수진을 치고 통과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결과는 20일 소집된 중앙위에서 나올 예정이다. 만약 부결될 경우에는 문재인 대표뿐만 아니라 혁신위 자진 해체까지 당 최대의 위기를 맞을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 1차 ‘무난’, 2차 ‘파격’ 3차 ‘탄핵안’
- 공직자평가위 구성 대표 권한 강화 ‘논란’

김상곤·조국 ‘혁신안 무산 시 사퇴’ 배수진
당시 김 위원장이 발표한 내용의 핵심은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3분에 2이상을 외부인사로 구성하고 정성평가와 정량평가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개인 지지도를 고려한 교체지수를 적용해 공천에 반영하고 해당행위자와 윤리 규범을 어긴 인사에 대한 선출직 도전에 제한을 두기도 했다. 또한 재·보궐선거 원인을 제공 시 무공천 원칙도 밝혔다.
한 마디로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잘못으로 재보선 지역이 발생할 경우 해당지역에 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한 정치신인들의 선출직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현역 중심의 지역위원장에 대해 공직선거 120일전에 사퇴하도록 해 예비후보자 신청 시점과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1차 혁신안에 대한 당내외 반향은 크지 않았다. 기존 혁신위에 담겼던 내용인 데다 혁신위 출범후 첫 혁신안이라는 점에서 ‘지켜보자’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실제로 선출직공직자 평가위의 경우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이 발표한 내용과 흡사했다. 김 위원장의 1차 쇄신안은 ‘파격’보다는 ‘실천’여부에 방점을 둔 셈이다.
그러나 8일 발표한 2차 혁신안은 당내외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현행 최고위원제도와 당 사무총장 직제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현 최고위가 계파별 수장으로 이뤄져 있어 기득권 다툼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게 혁신위의 생각이다. 대신 혁신위는 지역·직능·세대별 대표자 회의로 대체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사무총장 직제를 없애는 대신 ‘총무본부장’, ‘조직본부장’을 신설해 사무총장의 권한을 분산시켜 공천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혁신위는 선출직공직자평가위에 대한 세부 구성안도 2차 혁신안에 포함시켜 발표했다. 위원장을 포함해 15명 이내로 구성하되 전원 외부인사를 영입하기로 했다. 평가위원장은 당 대표가 임명하며 평가위원은 위원장의 추천을 받아 대표가 임명하게 된다. 2년 임기의 위원들은 1년에 한 번씩 평가를 하도록 했으며 평가 내용은 공천 심사에 반영토록 했다.
2차 혁신안은 1차때와 달리 당내외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평가위원 전원에 대한 임명권이 당 대표에게 주어져 문 대표의 권한 강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비노 진영에서 나왔다. 당장 내년 총선에서 공천에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반면 주류 측은 어렵사리 관철시킨 ‘최재성 카드’가 한달도 되지 않아 날아가게 돼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혁신위에 질문 있다’ 도발적 반발도
새정치민주연합 한 관계자는 2차 혁신안 관련 ‘혁신위에 질문 있습니다’는 제하의 글을 통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인사는 “내년 총선을 통해 20대 국회 권력이 새롭게 만들어지는데 ‘총선 직후 지도부 총사퇴’를 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예를 들어 총선에 패배하면 현 지도부나 혁신위는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 되고 승리하면 대선 승리를 위해 힘차게 혁신을 추진하면 된다”고 밝혔다.이 인사는 “총선을 준비하는 지도부가 직후 무조건 사퇴하면 총선을 어떻게 책임을 지라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또한 공직자평가위관련해서 이 인사는 “공직평가위는 평상시에 주기적으로 하는 것이지 총선 9개월을 남겨두고 당 대표가 위원장을 임명하여 급조한 외부인들이 어떻게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는 지 의문”이라며 “급조된 평가위는 주류 입맛에 맞는 살생부를 작성하는 도구가 될 공산이 높다”고 우려했다.
오히려 이 인사는 공천룰에 대해 빨리 결정을 해달라고 주장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출마자 모두가 예측가능한 공천이 되도록 총선 1년 전에 공천 룰을 만들겠다고 공약을 했지만 총선이 9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 아무것도 된 것이 없다”며 “어느 누가 당에 들어와 공정하게 경쟁해서 후보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외 반발이 심해지자 김 위원장은 10일 오전 3선 이상 의원들과 조찬 자리를 만들어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28명의 의원 중 10여 명만 참석할 정도로 저조했고 분위기는 ‘혁신안에 대한 성토의 장’으로 흘렀다는 후문이다. 특히 다수의 3선 의원들은 ‘공론의 장’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되는 혁신안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고 20일 중앙위원회에서 바로 의결절차에 들어가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반발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은 “기득권을 모두 해소하고 판을 새로 짜는 정동의 개혁이 아니면 안 된다”면서 “어느 것은 되고 어느 것은 안 되고의 수준이 아니라 새정치연합이 다시 한번 당원들과 국민에게 다가가기 위해선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특히 김 위원장과 조국 혁신위원은 중앙위에서 혁신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사퇴하겠다’는 배수진까지 쳐 놓은 상황이다.
동시에 김 위원장은 10일 조찬을 마친 이후 혁신위는 바로 3차 혁신안을 발표해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3차 혁신안의 핵심은 당원들의 권한과 위상을 강화시키는 안이 대폭 포함됐다. 특히 당 대표를 포함해 선출직 공직자를 당원들이 ‘탄핵’할 수 있는 ‘당원 소환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당헌·당규 및 윤리규범 위반, 직무유기 등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 당원이 직접 선출직 당직자의 소환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당원 소환제에 대한 심사는 새로 설치되는 당무감사원에서 맡게 했다. 즉 10분의 1이상 당원들이 소환을 요구해 심사를 통과해 투표에 붙여져 과반 이상이면 직을 박탈하도록 했다.
비주류 반발 공직평가위 대표 임명권한 ‘제한’
또 혁신안에는 당무감사원(위원장 포함 9명 이내 외부인사 3분의 2이상)을 통해 상시적 직무감찰을 실시하도골 했다. 그 대상도 기존의 시도당 및 지역위원장에서 선출직·임명직 당직자 및 사무직 당직자로 대폭 확대시켰다. 아울러 사무직 당직자에 대한 직무평가도 실시해 인사고과에 반영 이른바 ‘놀고 먹는 당직자’를 퇴출시키겠다는 안도 담았다.
혁신위는 당원들의 권한을 높여준 대신 책임도 부여했다. 당비 결제 시 무통장입금을 금지시키고 당비 대납을 원천 봉쇄하고 선거권이 부여되는 당비 납부 기준을 현행 연간 ‘3회 이상’에서 ‘5회 이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불법당비 센터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대의원의 경우 지역위원장의 독점적 지배를 방지하고 계파에 구애받지 않도록 하기위해 지역 대의원에 대한 상향식 선출제를 실시하고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대의원 규모를 현행 50%에서 70%로 늘리는 방안도 포함됐다.
한편 2차 혁신안에서 비노 진영이 ‘공직자평가위원장을 당 대표가 임명해 권한이 너무 막강하다’는 비판 관련 혁신위에서는 “최고위의 의결을 거쳐 당 대표가 임명한다”로 보완해 비주류의 의견을 반영했다. 그러나 비주류 진영에서는 여전히 2차 혁신안 관련 “최고위원회와 사무총장 폐지는 당헌을 바꿔야 하는 사안으로 중앙위가 아닌 전 당원 투표에 붙여야 한다”는 주장이 강해 향후 혁신위가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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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