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파는 곳’이 아닌 여성들의 밤 ‘문화’를 바꾼다

누가 봐도 ‘꽃미남’ 20명의 남자들이 한꺼번에 김포공항에 나타났다. 그들은 탑승수속 절차를 밟고 차례대로 비행기에 올랐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물론 심지어 스튜어디스들조차 이 낯선 꽃미남들의 ‘대거 출현’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두 명도 아닌 무려 20명 꽃미남들의 동시 출현은 가히 색다른 풍경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사람들은 주변에 TV카메라가 있는 것이 아닌지 두리번거리기까지 했다. 도대체 이들은 누구였을까. 그리고 왜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인원이 비행기에 올랐던 것일까. 국내 최대의 여성전용바 ‘김동이의 레드모델바’의 ‘부산서면 습격사건’은 이렇게 시작됐다.
강남 꽃미남들의 부산서면 습격사건은 부산 여성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특별한 이벤트. 당시 상황을 지켜봤던 한 스튜어디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저는 갑자기 무슨 TV 프로그램 촬영을 하는 줄 알았어요. 키가 훤칠하고 검정양복을 유니폼마냥 차려입은 세련된 남자 20명이 한꺼번에 나타나 비행기를 타는 모습이 어디 흔한 풍경인가요. 제가 올해로 스튜어디스 생활 10년째인데 이런 일은 처음이었거든요. 너무 궁금해 무슨 일이냐고 물어 보고 싶었지만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그렇게는 못했지만 정말 궁금하긴 궁금하더라구요.”
20명의 꽃미남들은 다름 아닌 ‘김동이의 레드모델바’ 서울과 수도권지역의 나름 에이스들이다. 이곳은 연매출 200억 원을 돌파하고 있는 국내 최대의 여성전용클럽이다. 전국 20여 지역에 지점을 두고 있으며 심지어 홈페이지에는 ‘레사걸(레드모델바를 사랑하는 여성들)’이라는 여성 팬들이 있을 정도. 가히 그들의 인기를 실감하고도 남는다. 그렇다면 그들이 한꺼번에 부산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이곳에서 시행하는 아주 특별한 이벤트 때문이었다. 정기적으로 각 지점 ‘최고의 에이스’들을 모아 특정 지점으로 가서 홍보도 하고 분위기도 돋워주며 또 지역 손님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는 대형 이벤트이다. 대한민국에 이런 이벤트가 이뤄지는 곳이 없기 때문에 전국의 ‘레사걸’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이벤트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이벤트는 서울과 수도권의 주요 에이스들이 모두 부산으로 내려갔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일이기도 했다. 이 이벤트를 기다렸던 부산 여성 손님들은 ‘간만에 서울권의 한 인기한다는 매니저오빠들을 구경해보자’는 호기심을 안고 부산서면 지점으로 몰려왔다는 것이다.
오후 영업이 시작되자 예상대로 업소는 하루 이틀 전부터 예약한 여성손님들도 ‘대박’을 쳤다. 발 디딜 틈 없이 손님들이 밀려와 일부 손님들은 업소 외부에서 대기를 해야 할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여성 손님들의 불만도 터져 나왔지만 이는 레드모델바 에이스들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반증하는 것이다.
당시 상황을 지켜봤던 한 스텝은 자신도 이 진풍경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강남 꽃미남들에 대한 여성손님들의 열렬한 지지가 이 정도인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물론 평소에도 손님이 많아 늘 바쁜 나날을 보냈지만 그 날 만큼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번 이벤트로 부산 지역에 상당한 입소문이 돌았고 이는 업소 홍보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앞으로도 가끔씩 이런 이벤트를 하게 되면 손님들에 대한 서비스가 강화되는 것은 물론 업소 자체의 매출도 꾸준히 높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듯 하다.”
‘김동이의 레드모델바’는 ‘강남의 전설적인 호스트바 마담출신’이라는 이색적인 경력을 가지고 있는 김동이 사장이 건전한 여성유흥문화를 창출해보겠다는 각오로 철저히 합법적이면서 손님들을 향한 ‘서비스 지향적’, ‘문화지향적’ 경영 방침으로 여성전용바 업계에서는 드믄 큰 성공을 거두어 현재 독보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랭키닷컴 주류창업부분 1위라는 자리에 줄곧 올라있을 정도로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깊은 결속력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과거 호빠의 선수와 마담생활을 겪었던 김동이 사장은 그 누구보다 호빠의 어두운 면과 부정적인 면을 많이 봤기에 ‘레드모델바’에서는 그러한 것들을 철저하게 배제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여성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인가’에 대해 노하우를 쌓아왔던 것이 끊임없이 큰 도움이 됐다.
여성들의 문화를 파는 곳
부산 서면점의 얼굴마담(?)이라는 황수환 점장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사실 많은 사람들이 여성전용바라고 하면 술을 팔고, 잘생긴 남자들의 얼굴과 몸매를 파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런 생각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여성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편하고 여유롭게 술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며, 자신과 함께 소통하고 고민을 들어줄 가슴 따뜻한 남자들이다. 여기에 잘생기고 몸매가 좋은 것은 그저 옵션에 속한다. 물론 그렇다고 외모가 중요하지는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결코 여성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레드모델바’의 성공비결을 꼽으라면 바로 이러한 전혀 다른 경영방침, 기존과는 다른 접근 방법이었다고 할 수 있다.”
황씨는 실제 ‘레드모델바’는 ‘술을 팔기보다는 ‘문화’를 파는 업소다’라며 그간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들만의 유흥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여성들에게 새로운 ‘일상탈출의 공간’, ‘해방구’를 만들어 주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꽃미남 남성들의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재미있는 쇼와 게임 시간들이 여성 손님들의 마음을 열었고 이곳을 새로운 ‘여성들의 명소’로 만들어낸 비결이라고 한다.
실제 이곳의 남성 직원들은 치열한 자기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단지 ‘몸짱’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머리’가 있어야 손님과 제대로 소통한다는 경영 방침에 따라 매일 서너개의 경제신문을 읽으면서 시사적인 면에도 관심을 가지고 심리학, 자기계발 서적 등을 통해 스스로의 상담능력은 물론 대화 능력도 높이고 있다는 것. 특히 직원들이 이렇게 자신들의 일에 열심인 것은 대부분의 바(bar)들이 아르바이트 형식의 근무형태인 것에 반해 레드모델바의 경우 직원 모두가 4대 보험이 적용되는 ‘정식직원’이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한때 부나방처럼 이 업소 저 업소를 옮겨 다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전문성’을 길러 분업해나가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볼 수도 있는 회사의 특별한 방침과 우수한 조건이 이들에게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직원들의 노력과 김동이 사장의 독특한 경영방침을 적용한 결과 이제는 술을 먹는 유흥의 공간이라기보다는 편하게 쉬면서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전국적인 체인망을 가진 ‘문화공간’으로 변모했다.
‘김동이의 레드모델바’는 향후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을 엮어 실질적인 한국 여성유흥문화의 품격을 향상시킴은 물론 여성들의 생활문화전변에 일익을 보태는 것에도 열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영민·헤이맨라이프 대표] www.heymanlife.com
#레드모델바 전략팀 상무 김범수 인터뷰
“건전한 커뮤니티가 무엇보다도 마음에 들었다”
김범수 상무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일본으로 유학, 졸업 후 일본의 한 대기업에 입사한 후 줄곧 무역파트에 전념한 해외통이다. 그런 그가 한국에 돌아와 레드모델바에 입사하게 된데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 여성전용바를 운영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가?
▲ 일본의 경우에는 호스트빠라는 것이 무척 대중화되어 있다. 직장 여성이라면 누구나 부담없이 들러 즐겁게 놀고 가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라 일반남성들도 그곳에서 일하는 남성들을 백안시 하지 않는다. 심지어 TV에도 출연을 자주 하니 오히려 일본 젊은이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우연히 호스트바를 한다는 사람과 이야기 나눈적이 있었는데 경영방식도 영 마음에 들지않고 관심사는 오로지 업소를 방문하는 손님, 쉽게 말해 여성고객들과의 개인적인 관계나 친밀도를 악용해 어떻게 하면 돈을 뜯어낼 수 있을까에 골몰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헤드헌팅을 통해 입사제의를 받았을 때 처음에는 같은 연장선상의 업종이라는 선입견이 있어 제의를 거부했었다.
- 레드모델바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사실 처음에는 레드모델바 홈페이지가 업소홍보가 아닌 커뮤니티화 되어 있는 게 눈을 확 끌었다. 처음에는 ‘거리도 그저 그런 여성전용바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들의 이야기가 너무도 긍정적이었고, 또 레드모델바 자체를 사랑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건전하고 고객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라면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겠다’ 싶어서 레드모델바를 선택했다.
- 선택에 후회는 없나?
▲ 솔직히 말하면 전혀 없다. 누구도 포인트를 맞출 생각을 하지 않았던 여성유흥문화의 대중화내지는 활성화의 첨병이라고 자부하기 때문에 이제 생각할 것은 앞으로의 발전 밖에 없는 것 같다. 한국 여성문화의 역사를 새로 써보고 싶다. 이곳을 통해 배출된 모델이나 연기자도 십여 명이 넘으니 이른바 짐승남, 꽃미남마케팅의 선두주자라고 자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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