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과거사 문제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준으로 깨끗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측과 청와대와 여권의 공세가 다분히 정치적인 만큼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측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박 대표가 여권과 청와대의 공세를 민생과 경제 문제로 유연하게 받아 넘길 경우 오히려 입지가 강해질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여권 전체가 박 대표를 너무 일찍 과거사 문제로 몰아붙여 결과적으로 박 대표의 무게감을 더해줬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명박 시장은 서울시 교통체계 혼란으로 누구보다 사면초가에 처해있다. 어떤 사안보다 서민의 실생활에 큰 혼란과 불편을 끼쳤다는 점에서 이 시장이 이를 회복할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이 시장의 측근은 청계천 공사 준공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1년 앞으로 다가온 청계천 공사의 준공으로 눈에 보이는 업적이 시민들에게 펼쳐질 경우 이 시장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아직 대선까지 시간이 꽤 남아 있으므로 이후 이 시장의 업적을 최대한 부각시킨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표나 이명박 시장과 달리 손학규 지사는 여권의 공세와 시민혼란에서 자유롭다. 오히려 외자유치 등으로 건전하고 발전적 이미지를 구축해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손학규 지사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현재까지만으로 볼 때 손 지사에게 갈수록 기회의 문이 넓어지고 있다. 손 지사는 지금까지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실속을 차려왔다. 일단 가장 크게 부각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외자 유치다.
손 지사는 지난 2월부터 4차례에 걸쳐 외자유치 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올해만 22건에 10억 6천여만 달러의 외자 유치에 성공했다. 민선 3기 2년 동안을 합치면 총 40개 기업에 1백 17억 3천여만 달러의 유치 성공이다. 이는 외형적인 면보다 신규 산업 시설 유치와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경기도는 이를 위해 평택과 포승, 현곡 등 30만 평 규모의 외국인 전용 산업단지 조성과 입주 기업 20년 무상 임대를 진행 중에 있다. 또 화성 금의단지와 평택 오성단지, 파주 협력단지 등에 40여만평의 산업단지도 조성 중이다. 특히 손학규 지사를 중심으로 한 미주·구주·아주팀과 뉴욕사무소는 투자 유치를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처럼 눈에 띄는 성과로 인해 경기도는 흥분된 분위기다. 그리고 타 지자체들의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도 있다. 따라서 손 지사의 측근은 발로 뛰는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과거사에 얽매이거나 현재의 혼란을 일으키는 이들과 달리 미래를 보고 움직이는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손 지사는 잇따라 노 대통령과 박 대표, 이 시장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7월 12일 그는 노 대통령의 ‘수도이전 반대는 불신임 퇴진운동’발언에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또 박 대표가 당내에서 독주체제로 가려는 것에도 일정한 견제를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시장과도 거리를 두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서울시의 교통체계 혼란이 경기도와 서울시간 충분치 못한 협의로 촉발된 것임을 감안할 때 손 지사의 방관도 일정부분 원인이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손 지사의 행보를 곱게 보지 않는 측도 많다. 이미 오래 전부터 손 지사가 경기도청을 대권 캠프로 만들고 대권에만 신경 쓰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게다가 여권에서도 슬슬 손 지사를 견제하는 분위기다.
유시민 의원이 ‘손학규 지사는 분수를 지켜라. 당신의 상대는 나’라고 말한 것이 최근의 분수령이다. 그리고 손 지사의 주변에 개혁 성향의 인사들이 모여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를 두고 정치권은 손 지사가 만약 한나라당에서 여의치 않을 경우 또 다른 세력을 구축하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더불어 한나라당 내 비주류 의원들이 박 대표에게서 상당부분 멀어져 있어 이들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재오, 홍문표, 김문수 의원 등은 당직을 거부하고 있다.
특히 이재오 의원은 박 대표에게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들뿐 아니라 박 대표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몇 의원들이 현재 친이명박 또는 친손학규 노선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의 반박근혜 분위기는 결국 이명박 시장이든 손학규 지사든 어느 한쪽으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재의 상황으로는 이 시장 보다는 손 지사가 더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한나라당 내 비주류 또는 반박근혜 성향의 의원들이 자신의 정치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잠룡을 선택하고 킹 메이커로 나설 경우 잠룡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목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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