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전 경기지방경찰청장 퇴직 ‘내막’
윤재옥 전 경기지방경찰청장 퇴직 ‘내막’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0-09-13 17:45
  • 승인 2010.09.13 17:45
  • 호수 855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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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밝혀지기에 할 말 가슴 속에 묻어두고 가겠다”
윤재옥 전 경기지방경찰청장

윤재옥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이 지난 8일 명예 퇴직했다. 그동안 윤 전 청장이 해양경찰청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정작 지난 7일 발표된 치안감 고위 경찰인사에 윤 전 청장이 낙마했다. 윤 전 청장은 그동안 에이스 자리를 놓치지 않고 선두를 달리던 인물이라 이번 인사 낙마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그 역시 이번 인사에 대해 “갑작스런 일이라 시간을 갖고 정리 할 것”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남 합천 출신인 윤 전 청장은 경찰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윤 전 청장은 200대 1이라는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한 경찰대 1기에 수석으로 입학·졸업하며 ‘경찰대 선두주자’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는 2008년에 동기생 중에서 가장 먼저 치안감으로 승진하는 등 총경·경무관·치안감·치안정감 등 승진 때마다 ‘경찰대 출신 1호’ 타이틀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지난 퇴임식에서 “공직자는 마지막까지 자중자애 해야 하며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진다고 생각하기에 할 말은 가슴 속에 묻어 두고 가겠다”며 “몸담았던 조직에 작은 낙서라도 해서는 안 된다는 심정으로 겸허히 퇴임하고자 한다”고 진한 여운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경찰대 VS 비경찰대, 갈등인가

윤 전 청장이 인사이동에서 낙마한 배경에 대해 일각에서는 경찰대와 비 경찰대간 갈등으로 인한 조직 균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 분석에는 두 가지 설이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경찰대 1기 출신인 서울 채수창 전 강북경찰서장이 경찰의 지나친 성과주의를 정면 비판하며 항명파동을 일으켰다. 채 전 서장은 경찰의 성과주의가 지나친 실적 경쟁을 불러일으켰다며 당시 상급 지휘관인 현 조현오 경찰청장의 퇴임을 주장했다. 이 항명 파동은 지휘부에 대한 경찰대 출신들의 불만이 아니냐는 확대 해석을 불러 일으켰다. 또 그 배경에 윤 전 청장이 지목 되는 등 의심을 받기도 했다.

또 최근 조현오 경찰청장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적 논란이 뜨거웠다. 조 청장의 “고 노 전 대통령이 차명계좌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발언이 실린 CD가 외부로 유출된 것.

이 발언으로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진실공방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가열되고 있다. 조 청장은 “우발적으로 나온 이야기”라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유족들이 조 청장을 상대로 명예훼손 고소 고발 해 관련 검찰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두 사건 배후에 윤 전 청장이 있다는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때문에 이의 경찰대 출신 간부와 비 경찰대 출신 간부사이에 권력 암투가 경찰 조직 전체의 분열과 혼란을 가져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강덕 부산지방청장과의 경쟁에서 밀렸다?

하지만 경찰대 비 경찰대 사이의 권력 다툼 또는 경찰대 출신 전체에 대한 견제로 보기 힘들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윤 전 청장과 경찰대 1기 동기생인 이강덕 부산지방경찰청장이 경기경찰청장으로 승진이 내정됐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로 이 청장은 치안정감 승진과 더불어 경기청장 자리를 꿰차게 된 셈이다.

그동안 윤 전 청장과 이 청장은 경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1인자는 늘 윤 청장의 몫이었다. 올해 1월 치안정감 인사에서도 두 사람은 경쟁관계였다. 당시 대통령실 치안비서관으로 있던 이 청장은 경찰청 정보 국장이었던 윤 전 청장과 경합해 패배의 쓴 잔을 마셨다. 이에 반해 당시 윤 전 청장은 경찰대 출신 1호 치안정감과 더불어 경기청장으로 발탁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상황은 반전되기 시작했다. 경북 포항 출신인 이 청장은 최근 논란의 핵으로 떠오른 ‘영포회’의 핵심 멤버로 알려졌다. 그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을 거쳐 지난 해 3월 치안감인 청와대 치안비서관, 부산청장으로 승진하며 승승장구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이 청장을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경찰청장으로 기용할 사전 포석으로 경쟁자인 윤 전 청장을 퇴진시킨 것이 아니냐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 청장과 줄곧 대립각

이와 함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라는 국제적 행사를 앞두고 경찰이 안정적으로 조 청장 체계로 가기 위한 인사였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조 청장 체계에 윤 전 청장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계심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윤 청장이 그동안 조 청장의 성과주의에 뚜렷한 대립각을 세워왔던 데다 쟁쟁한 경쟁 후보로 거론되어 왔기 때문. 조직의 안정을 꾀한 인사라는 평도 나오고 있다. 6명의 치안감 승진 내정자 가운데 서울경찰청부장(경무관)이 4명으로 조 청장의 주도권에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 조 청장은 “G20 행사가 끝나고 연말 정기인사에 경찰대와 간부후보생 등 출신과 지역을 반영해 균형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윤 전 청장은 이 모든 설과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퇴임식에서 공자가 말한 ‘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를 언급하며 “나무는 고요하려 하나 진원지를 알 수 없는 바람이 멈추지 않았다”고 한 것. 또 “자신의 퇴임을 끝으로, 조직 내 바람직하지 못한 일들이 종지부를 찍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개인의 명예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는 이런저런 얘기들이 여과없이 언급되고 있다”면서 “특정 출신끼리 문화를 만들고 요직을 독차지하거나 특혜를 주고 받고 있다는 주장은 하나의 추측에 불과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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