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빠지는 ‘유흥중독’ 욕정에 인생 망친다
도박이나 경마, 경정 등의 사행성 취미활동은 한번 중독되면 헤어 나오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일에 집중하지 못해 자신의 직장을 잃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의 돈까지 모두 끌어들이다가 결국은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섹스 중독, 혹은 유흥 중독 등도 심각한 폐해를 남긴다. 적게는 한 달에 5백만 원에서 많게는 1천만 원이 넘는 돈을 유흥업소에 쏟아 붓는 경우도 있다. 유흥 역시 도박이나 경마 못지않은 강력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들 역시 당시에는 그 중독적 활동을 스스로 멈추지 못한다. 여러 가지 중독 중에서도 유독 유흥중독이 사각지대에서 방치되어 있는 것. 그렇다보니 한번 이를 겪어본 사람들이나 이들의 주변 사람들은 이 유흥중독 폐해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사회생활과 경제활동에 많은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야기다. 유흥중독의 모든 것을 취재했다. 직장인 최 모 씨(35)는 유흥업소에 거의 출입하지 않는 사람이다. 생김새도 유순하고 직장 생활도 성실해서 ‘유흥’이라는 것과는 아예 거리 자체가 먼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의 과거는 화려하다.
한때 각종 룸살롱에 안마 시술소, 대딸방 등에 빠져 그간 자신이 모아온 돈 3천만 원을 탕진했다. 이렇게 돈을 모두 잃게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딱 6개월. 그는 시간이 흐른 뒤 자신의 통장을 보면서 한없이 좌절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정신을 차린 뒤 그는 유흥을 딱 끊었다. 그리고 그 이후는 단 한 번도 유흥업소에 출입한 적이 없다. 친하던 친구들도 모두 만나지 않고 오로지 회사와 집만 오가고 있다. 이제야 ‘유흥중독의 실체’를 알게 됐다고 말하는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정말이지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미친 놈 같았다. 6개월에 3천만 원을 날렸다는 건 한 달에 500만 원을 썼다는 이야기다. 그때는 매일 유흥가에 가는 것이 삶의 낙이었고 내 인생의 즐거움이었다. 술집 여자들이 나에게 ‘재벌집 아들이냐’라고 물어볼 때에도 마음 같아서는 정말 재벌집 아들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돈을 쓰는 감각에 무뎌지고 그 감각이 무뎌지니까 점점 더 쾌락에만 빠져들기 시작했다. 통장에 3천만 원이 있다고 생각하면 하루 밤에 쓰는 50만 원이 그리 아깝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잃은 건 돈 뿐만이 아니다. 매일 그렇게 술을 먹고 회사에 나가서 어떻게 일에 집중하겠는가. 계산상의 실수로 회사에 손해를 끼쳐 시말서를 쓰기고 했고 그로 인해서 승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가지고 있는 모든 돈이 바닥이 나자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도대체 내가 이제까지 뭘 했는가 생각이 들면서 나 자신에 대한 좌절감과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는 그 이후로는 더 이상 그 어떤 유흥생활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지금 한창 유흥에 빠져있는 사람을 볼 때면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고.
한때 안마시술소에 푹 빠져 자타가 공인하는 ‘탕돌이’ 생활을 했다는 이 모 씨 역시 마찬가지의 과정을 겪었다.
대학시절까지 여자 친구를 한 번도 사귀어보지 못한 이 씨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안마시술소의 세계에 입문하게 됐다. 그가 처음 겪어본 ‘밤의 세계’는 놀라운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후 그의 모든 생활은 안마 시술소에 초점이 맞춰졌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돈을 벌어 안마를 받기 위한 것이었고, 친구와 술을 먹지 않고 집에 일찍 들어가는 것도 내일 받을 안마를 위한 ‘체력안배’였던 것이다.
그렇게 안마에 푹 빠져 산지가 1년. 그 역시 일주일에 2~3번 정도는 안마에 갔으니 한 달이면 족히 300만 원 이상을 썼다. 하지만 사회초년생인 그가 받는 월급은 고작해야 150만원 안팎. 카드빚을 쓰지 않고는 도저히 감당하기가 힘든 액수였다. 결국 그는 10개나 되는 카드가 모두 정지되고 그 스스로 신용불량자가 된 이후에야 안마 시술소에 대한 미련을 접을 수 있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내 눈에는 보이는 것이 없었다. 아침에 눈 뜨면 안마시술소 도우미 아가씨 생각이 났고, 낮에도 그녀들을 생각하면 불끈 불끈 욕정이 타올라 회사 화장실에서 자위를 한 경우가 있을 정도였다. 물론 돈도 전혀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아가씨들에게는 정해진 돈 이외에 별도의 팁까지 3~4만원씩 주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안마 시술소의 장단점이 보이고 서서히 돈이 떨어지자 이제까지 내가 했던 안마 출입이 얼마나 허무한지 알게 됐다.”
룸살롱 출입으로 가정파괴 위기까지
결혼한 지 2년차인 박 모 씨의 경우는 유흥중독이 가정파괴 직전까지 간 경우다. 유난히 접대 자리가 많은 영업 일선에 있는 만큼 그는 룸살롱을 자주 갈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 남편이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던 아내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늦어지는 남편의 귀가시간과 영업일선에 있는 남성들의 유흥문화에 대해 알게 됐다. 아내는 박 씨를 채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박 씨의 입장은 단호했다.
자신이 회사에서 맡은 일이 어차피 영업이니 룸살롱 출입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주일에도 1~2회 이상 잡히는 업무상 접대를 ‘아내가 싫어한다’고 해서 일 자체를 거부할 수만도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 문제로 한동안 아내와 심각한 충돌을 빚었다.
‘당신이 이해를 해야만 하는 문제이다’라는 박 씨의 주장과 ‘그렇게 하지 않아도 영업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그게 아니면 차라리 조그만 가게라고 차려서 먹고 살자’는 아내와의 의견 차이를 줄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박 씨는 심각한 후유증 속에서 자신도 어느 정도 유흥문화에 중독됐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물론 처음에는 아내의 단호한 입장을 도저히 수긍할 수가 없었다. 어차피 내가 버는 돈은 모두 아내가 관리하는 마당에, 나에게 접대를 하지 말라는 것은 곧 나의 앞길을 막는 것과 같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혼 직전에 이르러서 회사보다는 가정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조그만 만두가게를 시작했다. 그나마 음식솜씨가 좋은 아내 덕에 현재 굶지는 않고 살아가고 있다. 만약 내가 조금 더 고집을 피웠다면 아마도 이혼을 했어도 벌써 했을 것이다. 물론 접대문화가 나에게 영향을 끼친 것도 있지만 사실 나도 은근히 ‘회사 일’을 명분으로 어느 정도는 유흥에 빠졌었다. 그것이 즐거웠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 생활을 즐겼다.”
그런데 때로 이렇게 중독 증상까지는 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의 유흥이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다. 남들이 볼 때는 ‘재수 없는 경우’인 셈이다.
직장인 조 모 씨는 회식 후 동료들과 마사지업소에 몰려간 적이 있었다. 사실 그 전까지만 해도 그는 유흥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는 문외한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부분이 그에게는 ‘독’이 되었던 것일까. 그는 당일 날 성병에 감염됐고 그 성병은 결국 아내에게 옮겨지게 됐다.
“생각해보면 내가 참 순진했던 것 같다. 내가 성병이 없으니 상대 아가씨 역시 성병에 걸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개 안마 아가씨들은 거의 100% 콘돔을 낀다고 들었는데, 그 날 만큼은 그 아가씨도 뭔가에 필이 꽂혔는지 어쨌는지 나와 성관계를 할 때 콘돔을 끼지 않았다. 문제는 아내가 병원에서 성병 진단을 받은 후였다. 바람이나 외도를 피워보지 않은 아내로서는 결국 범인은 나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결국 나는 그날 밤에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다 토로하게 됐다. 아내는 결국 나를 용서해주기는 했지만 집안에서 내 위상은 말이 아니게 됐다. 이제는 퇴근하면 바로 집으로 가야하고 주말에도 아내의 한마디에 꼼짝도 할 수 없는 처지다. 하지만 누구를 탓하겠는가. 결국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나일뿐이다.”
이렇듯 심각한 유흥중독은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삶도 파괴한다. 하지만 이러한 삶의 소중한 교훈을 그것을 겪고 난 후에야 체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더욱 안타까운 현실이다.
[김영민·헤이맨라이프 대표] www.heymanli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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