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장휘경 기자] 중견업체 대표와 직원이 지난해 중견 가전업체 모뉴엘이 사용했던 사기 수법·구조와 판박이 형태로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검찰에 붙들렸다.
이들은 모뉴엘과 같은 방법으로 수출 가격을 허위 신고해 1500억 원대 사기 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6일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전성원)는 “전자제품 금형 오퍼·수출업체 후론티어 조모(56) 대표를 관세법 위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며 “조 대표의 범행을 도운 후론티어 경리 담당 과장 유모(34·여)씨는 관세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0년 7월부터 지난 3월까지 291차례에 걸쳐 1560억 원 상당의 수출 가격을 조작했다. 개당 30달러 상당(약 3만 원)의 플라스틱 텔레비전 캐비닛(PTVC) 가격을 20만 달러(약 2억 원)라고 허위 신고함으로써 사기 대출을 받았던 것이다.
검찰은 “이들은 세관에 부풀린 수출 가격을 신고한 뒤 얻은 수출채권을 시중 은행에 팔아 사기 대출을 받았다”면서 “빌린 돈을 갚아야 하는 날짜가 다가오면 허위 수출 신고를 반복해 대출변제금을 마련하는 '돌려막기' 수법을 써왔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들은 일본 업체의 영문 이름으로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만들어 모든 것을 거래하고, 이를 통해 ‘회전거래’를 했다. ‘회전거래’란 세관 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로 거래대금을 빼돌렸다가 국내로 들여오는 수법을 일컫는다.
이들은 후론티어 일본지점으로부터 제품에 필요한 부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하고 페이퍼컴퍼니 일본 계좌로 돈을 송금했다가 세관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다시 그 돈을 국내로 들여왔다. 이들이 672차례에 걸쳐 빼돌린 돈은 2548억원 상당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 대표는 이중 미국에 살고 있는 부인 계좌로 27억7400만 원 상당을 보내 미국에서 고급 빌라와 외제차 등을 사는 데 쓴 것으로 전해졌다.
수출입 관련 은행 대출과 외국환송금 등의 업무는 조 대표가 총괄하고, 유씨는 조 대표의 지시에 따라 세관과 은행에 보낼 서류를 준비하는 업무를 맡은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수출채권으로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한 뒤 이들을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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