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합의로 내놓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론’을 사실상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원내사령탑’ 운운하며 배신의 정치라는 말까지 더해 불쾌한 심경을 숨김없이 표출했다. 이에 당·청관계는 얼어붙었고 여당은 친박 비박으로 나뉘어 ‘막말’에 고성까지 오고가는 ‘막장정치’를 연출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와 친박계에서는 비박계의 ‘유승민 구하기’는 명분이 없다는 주장이다. 여당 내 한 친박계 인사는 “원내대표라는 자리가 국정 동반자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데 오히려 ‘자기정치’를 하고 있어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며 “과거 유 원내대표가 평의원이던 시절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제기하는 것과 원내대표직을 갖고서 반대하는 것은 다르다. 직을 망각한 것”이라고 ‘사퇴론’ 배경을 밝혔다. 덧붙여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는 야당이나 당내 반대파를 아우르며 입법기관으로서 입법지원은 당연하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실제로 당 대표는 전국 시도당에에 소속된 당원들을 대표하고 국회의원을 비롯한 선출직의 공천, 인사, 재정 등 당의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직책으로 자기 정치를 펼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원내대표는 여야간 원내 협상의 최종 책임을 맡아 당의 이익을 대표하는 자리로 인식되고 있다.
다른 교섭단체와 협상하고 일정을 조율해 국회 의사 진행이 원활하게 하고 교섭단체 대표로서 창구 역할을 하는 직책이다. 또한 원내대표 자리가 의회정치의 가장 본질적인 기능인 입법권을 총괄한다는 점에서 의회정치의 꽃이라고도 불린다.
과거 원내총무에서 원내대표로 이름을 바꾸면서 위상과 권한은 막강해졌다. 2003년 민주당에서 분당한 열린우리당이 ‘정책정당과 탈권위주의 지향’을 내세우며 처음으로 원내총무를 없애고 원내대표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김근태 전 의원이 최초의 원내대표가 됐고 이후 2004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등 다른 정당들도 원내대표로 명칭을 바꿨다. 당 대표, 사무총장에 이어 서열 3위던 원내총무의 위상이 강화돼 ‘넘버 2’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위상과 권한이 강해진 만큼 책임감도 큰 자리가 원내대표 자리다. 여야간 협상이 어그러지면 당장 책임론이 쏟아진다. 사안에 따라서는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거나 정치생명을 위협받기도 한다. 국회 운영을 둘러싸고 당 지도부나 청와대와 마찰과 갈등, 원내 전략 부재 등으로 소속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여론의 즉각적인 비판 대상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