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불법스포츠 도박과 승부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프로농구 전창진 KGC감독이 경찰 소환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가운데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극구 거부하는 등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여기에 현직 농구선수들과 전·현직 유도선수들이 불법 스포츠도박과 승부조작에 가담한 정황이 드러나 이번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일 서울 중부경찰서에 출석한 전 감독에 대해 17시간가량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에서 경찰은 미리 확보한 녹취록 중에 사채업자와의 대화내용은 물론 이미 구속된 다른 두 피의자와의 대화내용을 토대로 구속된 피의자 등과 승부조작 의심경기를 사전 모의했는지, 경기 직전에 승패와 관련한 내용을 알려주지 않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베팅하라고 지시했는지 등을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전 감독은 “기억나지 않는다”, “모른다”, “나와는 관련 없는 일”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감독은 또 경찰의 거짓말탐지기 조사 요청에 대해 변호사와 상의해 보겠다고 밝힌 뒤 여러 가지 이유로 거부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혐의에 대한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고 전 감독이 관련자들과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을 잡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경찰은 전 감독이 주장하는 “부동산 투자를 한다는 후배들 말을 믿고 자기가 보증인격으로 돈을 빌렸다. 하지만 그 후배들을 통해서 부동산 계약서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해명에 대해 신빙성이 없다며 스포츠 불법 도박 혐의를 추궁하고 있다.
또 승부조작 시기가 지난 2월과 3월에 열린 5경기로 지목되는 가운데 전 감독은 큰 점수 차이로 패한 경기는 팀 사정상 주전들을 기용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승부조작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신뢰하기 여럽다는 입장이다.
앞서 경찰이 확보한 전 감독이 3억 원을 빌린 차용증과 녹취록에는 전 감독이 “왜 3월 5일 생각을 했느냐면 동생들이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였다. 다른 동생들이 사채 빌리러 명동까지 나갔으니 한 번만 믿어 달라”며 사채업자와 나눈 대화가 포함돼 있다.
한편 스포츠 도박과 승부조작에 지난 5월 국내 남자 프로농구단에서 은퇴한 A씨와 경기지역 모 시청 소속 유도선수 B씨가 가담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사이버수사대에 따르면 이 둘은 상무부대에서 나란히 군복무를 하면서 알게 돼 불법 스포츠 도박에 발을 담근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씨는 2012년부터 중국에 서버를 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서 1억여 원에 달하는 금액을 베팅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와 B씨가 “후배들에게 실수 좀 하게 하라”는 등의 휴대전화 메시지와 음성파일을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 선수들과 실제로 승부조작을 시도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감독에 이어 전·현직 선수들까지 스포츠 불법 도박과 승부조작에 가담한 의혹이 확산되면서 프로농구연맹(KBL)은 줄초상 분위기다.
김영기 KBL 총재는 지난 달 29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종합대책을 내놓는 등 진화에 나섰다. 또 KBL은 KGC구단의 건의에 따라 전 감독의 시즌 등록을 일단 보류했다.
그러나 프로농구가 ‘조작리그’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면서 비시즌에 열리는 유니버시아드대회, 최강전 등 여러 농구 이벤트가 모두 묻혀 버렸다. 당장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 감독의 승부조작 혐의가 인정될 경우 프로농구는 치명타를 입고 근간이 뿌리째 흔들릴 것으로 우려된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