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검찰의 기업비리 수사 소식이 잇따라 알려지면서 가석방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특별사면’이 물 건너갔다는 말이 재계에 만연한 상황에서 나온 터라 총수가 구속된 기업으로서는 상당한 충격이다.
여기에 하루가 멀다하고 알려지는 검찰발 기업 수사소식이 한때나마 가석방을 피력했던 황교안 국무총리와 최경환 부총리의 입을 닫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회자된다.
검찰 발 꼬리물기식 재계수사에 기업들 속수무책
‘최태원-재원·구본상’ 가석방 충족…광복절 사면?
지난달 23일에는 바른사회시민회의(바른사회)가 나서 ‘휘둘리는 사법, 어떻게 할까’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박상열 광운대 법대 교수가 ‘교정 실태와 가석방 확대 방안’에 대해 발표했고 이정민 단국대 법학과 교수, 남선모 세명대 법학과 교수,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참여해 활발한 토론을 이어갔다.
이날 토론회는 구속된 기업인을 거론하거나 사례로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가석방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광복절을 불과 두 달도 채 안 남겨둔 상황에서 진행돼 ‘가석방 군불’을 지폈다는 평가다. 광복절에 맞춰 가석방을 진행하려면 실무부서의 사전작업이 시작돼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이미 가석방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된 바 있어 더욱 주목받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해 9월 중순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가 이렇게 안 좋은 상황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은 일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기업인 가석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최경환 부총리가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화답했고,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기업인들에게 불이익을 줘서는 안된다”며 기업인 역차별 문제를 거론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당시 법무장관)도 가석방에 공감을 표시했다. 이구동성으로 기업인 가석방을 들고 나온 셈이다. 민생은 뒷전이더니 재벌총수 가석방 촉구는 마치 입을 맞춘 듯 빨랐다.
검찰수사 대상기업은
일반인 사이에서는 기업인들의 사면이 꼭 필요한 것이냐는 분위기가 늘고 있다. 오히려 이들이 경제의 악이 아니냐는 반문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 다수는 최근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알려지는 검찰의 기업 수사 소식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다.
실제로 지난 6월에 알려진 기업 수사건만 해도 엄청나다.
SK그룹의 경우 그룹은 물론 SK증권, SK C&C, SK이노베이션, SK인천석유화학 등이 수사를 받았고 포스코그룹-포스코 건설, 대림산업, GS건설, (주)신안, 가스공사, 한국전력 공사 등도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내사 소식까지 범위를 넓혀보면 “안 받는 곳을 찾기가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광범위하다.
여기에 총수들 중 일부는 제대로 된 수감생활을 하지 않고 있어 특사나 가석방의 선기능을 악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부른다.
한 관계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에 반감을 갖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젠 이 말조차 과거형이다.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총수가 나와야 경제가 산다는 말에 호응하는 사람이 적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검찰의 잇따른 기업 수사로 황교안 국무총리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주장했던 ‘가석방’도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형기 80% 이상
채운 총수는
그렇다면 가석방 요건을 충족하는 총수 및 가족은 누구일까.
비리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서 실형을 선고받은 재벌총수나 가족은 현재 8명 정도다. 유기징역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나면 가석방 요건이 충족된다.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가석방 요건을 적용하면 5명으로 압축된다. 최태원-재원 형제, 구본상 전 부회장, 이호진 회장, 구본엽 부사장 등이 가석방 요건에 충족된다. 절반 이상이 포함되는 것이다.
다만 법조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3분의 1의 형기를 마치면 모범수의 경우로 한정해서 가석방이 사능하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통상 형기의 80%를 복역한 후에 가석방심사위원회회에서 심사를 하는 것이 관례로 돼 있다”며 “그동안 통계로 봤을 때 형기의 50% 미만을 마친 사람이 가석방 된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말대로라 해도 최태원-재원 형제, 구본상 전 부회장 등은 가석방 심사 요건을 충족한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