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정치이야기-23] 3권 분립인가, 권력투쟁인가?
[알쏭달쏭 정치이야기-23] 3권 분립인가, 권력투쟁인가?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5-07-06 10:34
  • 승인 2015.07.06 10:34
  • 호수 1105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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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세우기’, ‘권력투쟁의 산물’국민들은 피로감 느껴
- 국회법 재의결 결과에 따라 정치적 책임을 져야

일찍이 민주주의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꽃을 피웠다.당시 민주주의의 크기와 내용은 지금보다도 더 큰 민주주의,더 폭넓은 민주주의였다.그러한 민주주의가 중세 암흑기를 거치면서 절대적 종교, 절대적 권력에 의해 왜곡되는 상황을 맞이한다.이러한 중세 암흑기,절대 왕정시대의 위정자를 위한 정치에서 벗어나 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인민주권을 실행하기 위한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 것이 사회계약설이다.

사회계약설은 사회나 국가가 자연상태에 있는 개인들의 계약에 의하여 성립되었다고 하는 학설로 근대 시민혁명의 이론적 기초가 된 학설이다.대표적인 학자로는 홉스,로크,루소 몽테스키외 등이 있는데,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국회법개정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이에 따른 재의결 문제로 프랑스의 정치사상가인 몽테스키외가 주장한 권력분립론이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달25일,필자가 초등학생이던시절에는 전국 각지의 모든 초등학교(국민학교)에서 ‘6.25사변’에 대한 어린이 웅변대회(반공웅변대회)가 한창일 그 즈음,우리의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소집하여,정의화 국회의장이 중재하고 여야당의 원내대표가 합의하여 여야 국회의원 다수의 의결로 확정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박근혜 대통령이 거부한 국회법 개정안은 여야 국회의원211명이 찬성한 법률안으로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국회의원95명도 찬성한 법률안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하여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는 이 법률안이 정부입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어,헌법에서 보장하는 3권 분립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아이러니하게도 이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찬성다수로 의결된 이유 또한 행정부가 상위 법률을 위반하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맘대로 제정하여 헌법에서 보장하는3권 분립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3권 분립정신을 살리자는 차원에서 개정된 법률안이라는 것이다.말하자면 대통령도 국회도 3권 분립의 명분하에 정치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들은 현재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극도로 피로감을 갖고 있다.그리고 심히 황당한 상황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메르스라는 우리나라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을 듯한 고유명사가 최근 한 달 사이에 일반명사화하여 가장 많은 빈도로 쓰이고 있는데,하루라도 빨리 메르스 사태를 진정시켜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쟁의 중심에 서있기 때문이다.여의도에서의 여야당 공방을 넘어 여의도와 청와대 간,그리고 집권당 내부는 물론 집권당의 심장이라는 대구시민들까지 끌어들이면서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정쟁을 바라보면서 우리 국민은 참으로 복도 없는 국민들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대통령이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재의를 요구하는 것,즉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우리나라 헌법 제53조2항이 규정하고 있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그러나 그 법률안이 그러한 대통령의 고유 권한까지도 염두에 두고 국회의장이 중재안을 마련하여 여야가 합의한 법률안이라고 하면 얘기는 조금 달라진다.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단순히 헌법적 권한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즉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면서까지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는,단순히 헌법에서 보장하는3권 분립을 수호하고자 하는 의도 이외에도,다른 정치적 이유가 있는 것이다.그것은 메르스 사태로 대통령에 대한 그리고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앞으로 남은2년 반 이상의 임기를 생각할 때,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레임덕은 더 빠르게 그리고 더 광범위하게 진행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고 싶었던 것이다.그런 면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여당의 대표와 국회의원들에게는 줄서기를 강요하고,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게는 굴욕을 강요하는 나쁜 ‘신의 한 수’다.

메르스 사태에 대처하는 자신의 무능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정쟁을 유발하여 정치권 전체로 돌리려는 거부권 행사였는데,이러한 거부권 정국에 의지하여 레임덕을 막아보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처신이 조금은 처량해보이기도 한다.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스스로의 레임덕을 가속화하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정치적으로는 “얼라”에 불과했던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까지 거취문제를 거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꿈쩍도 않고 있다.새누리당 최고위원회는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와 어느 쪽이 봉숭아학당의 원조인지를 경쟁하고 있다.그동안 기죽어 지내던 새누리당 내 친박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주군의 마음을 사기에 안간힘을 쏟는다.정부여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 하기에 앞장서고 있는 모양새다.자신들 스스로가 국정운영의 책임자인지조차 분간이 서지 않는가보다.

그러면 이러한 봉숭아학당을 우리 국민들은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 내년 총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가?기다린다 하더라도 우리들에게 선택지는 있는가?답답한 것은 역시 우리 국민뿐이다.가뜩이나 메르스로 어수선한데 정치권이 정쟁만 일으킬 것이 아니라 일으킨 정쟁에 대해 책임을 지고 정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국회법 개정안,다행히도 정의화 국회의장이 오는6일 본회의에서 재의결을 한다고 한다.국회가 군주시대의 시녀도 아니고,독재시대의 통법부도 아니라는 자각을 입법부의 수장이 일깨워준 것이다.

재의결에 새누리당이 참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 같은데 안타깝기 그지없다.국회법 개정안 재의결 문제는 그것이 가결되거나 부결되거나의 문제가 아니라3권 분립의 근간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그러 면에서 “새누리당이 쿨하게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에 참여하고,그 결과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의 지적은 타당하다.

7월6일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이 이루어지면 그에 따르는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 필요하다.국민들을 피로하게 만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거부권 행사가 마지막 정치행위였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과감하게 새누리당의 당적을 이탈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일 것이다.대통령이 당적을 가지고 있으면서 당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결국 우리들에게는 제왕적 대통령의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자신의 정치행위,정치적 판단이 옳든 그르든 사퇴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그렇게 만신창이가 돼서 거대 여당을 이끌 수는 없지 않겠는가?차라리 이참에 항간에 떠돌고 있는 유승민발 신당을 좀 더 현실화시켜보는 것은 어떤지 권유하고 싶다.

사무총장 임명 하나 가지고 삐지는 새정치민주연합 계파정치는 이번 대통령발 정쟁 속에서 자괴감을 느꼈을 것이다.이쪽도 다음선거를 생각하는 정치꾼들의 집합체인지,다음세대를 준비하는 정치인들의 집합체인지 이번 여름이 지나기 전에 국민들에게 그 실체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언제까지 정부여당의 실정을 기대할 수만은 없지 않겠는가. <김영필 정치개혁 시민의힘 대표>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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