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강휘호 기자]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은행장 이덕훈·사진)을 둘러싼 의혹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우선 수출입은행은 퇴직 임직원들이 거래기업으로 잇달아 재취업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다. 특히 해당기업들은 수출입은행이 지분을 보유한 자율협약 대상 업체인데, 공교롭게도 이후 해당 기업에 대한 대출과 보증이 급격히 늘어나 유착 관계가 형성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또 이들은 허위 입찰서로 대외경제협력기금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에 대한 제재도 허술하게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일요서울]이 이 모든 의혹들을 들여다봤다.
자율협약 이후 재취업 집중…여신도 급격히 증가 ‘의심’
해외 SOC 사업 가짜 서류 낸 입찰기업은 징계도 없어
수출입은행이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수출입은행 퇴직 임직원 9명이 수출입은행과 거래를 맺고 있는 기업들에 재취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율협약 이후 집중적으로 재취업이 이루어졌다. 또 그 후 대출과 보증이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면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수출입은행 퇴직자 9명이 재취업을 한 회사는 수출입은행과 거래관계에 있는 성동조선해양(주), 대선조선(주), SPP 조선(주), STX 중공업(주) 등이다. 이들은 사내·외 이사 및 감사로 재취업을 도왔다.
그 가운데 성동조선해양(주), SPP 조선(주), 대선조선(주)은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조선사이며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해양(주)과 대선조선(주)의 주채권은행이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홍종학 의원은 성동조선해양(주)의 경우 2005년 여신 잔액이 480억 원에 불과하였지만 수출입은행 이사 출신 김모씨를 부사장(이후 재무총괄 사장 역임)으로 영입한 이후 2012년 2조6000억 원으로 7년간 약 55배의 여신증가율을 기록했다고 짚었다.
아울러 2008년과 2013년, 2014년에 각각 수출입은행 출신이 사내이사와 감사, 사외이사로 재취업을 했다. 그러나 성동조선해양(주)은 경영난을 겪다가 2010년에 자율협약 조선사가 됐고, 이후 경영이 더욱 악화돼 현재 법정관리 또는 위탁경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대선조선(주)은 2005년 수출입은행과의 여신 잔액이 548억 원에 불과하였으나,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다 10년 만에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여신 잔액은 2015년 5월 현재 4848억 원에 이르고 있다. 대선조선의 경우도 2012년 1명, 2014년 2명의 수출입은행 퇴직자가 재취업한 회사다.
SPP조선(주)은 2007년 1100억 원이었던 여신 잔액이 4년 만에 10배 가까운 수치로 2011년 1조에 달하는 등 급속하게 증가했다. 2013년 수출입은행 퇴직자가 감사로 재취업했으며 현재도 여신 잔액이 9435억 원 수준이다.
때문에 재취업자들의 대부분이 선박금융, 플랜트 금융, 여신부서 등 조선사들의 거래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부서에 근무 경험이 있는 등 업무적으로 유착관계에 있다가 재취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생기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
또 한국수출입은행은 EDCF (대외경제협력기금)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이 허위 입찰서로 문서를 제출하고 이 사실이 현지 사업실시기관에 의해 적발됐음에도 이들 기업에 대한 제재를 허술하게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마찬가지로 홍종학 의원이 감사원에 요구해 받은 공적개발원조 추진 실태 감사보고서 등 자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이 2011년 5월경 진행한 2억 달러 규모의 베트남 밤콩교량 건설사업 컨설팅 입찰에 유신은 사업총괄관리자(PM: Project Manager) 후보자 경력관련 서류를 2건이나 위·변조한 채 제출했다.
수성도 PM후보자 경력서류를 엔지니어 참여경력을 사업총괄 경력으로 위조해 허위로 제출했다. 베트남 현지의 사업실시기관(PMU)이 자체조사를 실시하여 두 업체가 입찰서류를 위조·변조한 사실을 적발했던 것이다.
하지만 수출입은행은 이들 기업의 허위 기재를 확인하고도 징계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기획재정부의 대외경제협력기금 운용관리규정 및 경협기금업무 취급세칙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허위 문서를 제출한 기업에 대해 구매관리실무협의회의 심의회를 열고 문제유발 기업으로 판단될 경우, 해당 기업의 기금지원사업 참여를 금지하기 위해 기재부 장관에게 이를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수출입은행은 심의회조차 열지 않았고, 대신 2012년 2월 유신과 수성 등 입찰서류를 위·변조한 업체들에게 자발적으로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임의각서만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홍종학 의원은 “대외경제협력기금 사업 추진 과정에서 수출입은행의 허술한 입찰관리는 국가의 대외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퇴직자들의 재취업에 대해선 “모뉴엘 사건으로 수출입은행 직원 2명이 로비를 받은 것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등 수출입은행의 청렴성에 심각한 우려가 발생했다. 성동조선 등이 급속도로 여신이 증가한 것에 대해 금융당국의 우선적인 조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수출입은행의 손실은 곧 국민의 부담으로 연결될 것”이라며 “향후 수출입은행 경영 전반에 대한 점검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수출입은행은 어느 정도 억울한 부분이 있다는 설명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재취업과 여신 증가는 전혀 인과관계가 없다”면서 “홍종학 의원의 지적을 반박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여신은 조선업 활황기 때와 맞물려 증가했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유착관계가 있지 않냐는 물음에는 “수출입은행에서 근무하던 분들이 모두 전문가들이었고, 공모 등을 통해 취업을 한 그들만의 개인적인 일이다. 은행과의 유착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