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군사대표단, 최근 워싱턴에서 군사협약 줄줄이 체결
중국, 미국에 “항공모함 운용술 한 수 배우자” 제의하기도

양국 ‘전략경제대화’ 개최
양국은 군사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미국과 중국 군사대표단은 6월 12일(미국시간) 애쉬턴 카터 미 국방장관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한 판창룽(范長龍)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레이먼드 오디어노 미 육군 참모총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워싱턴의 미 국방대학에서 ‘미·중 육군 간 대화 메커니즘’ 협약을 체결했다. 판 부주석은 육·해·공군을 지휘하는 중국공산당의 실질적인 책임자다(중국 인민해방군을 총지휘하는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겸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겸직).
판 부주석 일행이 서명한 이 협약은 미중 간에 여러 해 만에 처음 체결된 의미 있는 군사협력 문건이다. 이로써 양국은 2016년 육군 연합훈련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미·중 양측은 판 부주석 방미 시 가진 양국 고위 군사 당국자 접촉에서 ‘중요 군사행동 상호통보 메커니즘’, ‘해상·공중 안전행동 준칙’이라는 두 건의 기존 상호신뢰 메커니즘에 ‘공대공(空對空) 부속문건’을 추가하는 문제를 시진핑 주석의 오는 9월 미국 방문 이전에 마무리짓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양국 군은 상호신뢰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합훈련을 할 수 있다는 데 합의했고, 미국은 2016년 열리는 환태평양 합동군사훈련(림팩)에 중국을 초청했다.
중국은 2014년 3월 26일부터 8월 1일까지 하와이 해역에서 미군 주도로 진행된 림팩에 처음 참가했다. 2년마다 실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훈련인 림팩에는 2014년의 경우 한국·일본·영국·캐나다·호주·인도·필리핀·태국 등 23개국이 참가했다. 중국은 ‘2014년 림팩’에 앞서 그해 2월 미국과 태국을 주축으로 한국, 일본 등이 함께 실시한 아태지역 국가 연합훈련인 ‘코브라골드’ 훈련에도 17명의 병력을 파견해 처음 참가했다.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으로 상호 협력하고 있음은 중국이 미국에다 대고 “항공모함 운용술을 한 수 가르쳐 달라”고 조르는 것이 사실로 잘 드러난다. 2013년 미중은 양국 간 새로운 군사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간다는 데 합의했다. 이에 중국 군부는 미국이 과연 중국과 어느 수준까지 군사협력을 할 의향이 있는지 시험해 보려는 듯 민감하기 그지없는 항모 관련 기술을 가르쳐 달라고 미국에 운을 뗐다.
2014년 7월 중순 조너선 그리너트 미국 해군참모총장은 미중 군사협력 분야를 새로이 개척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 그리너트 제독은 중국에서 자신의 대화상대인 우성리(吳勝利) 해군 사령원(참모총장)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우 제독은 그리너트 제독에게 일본을 모항(母港)으로 하는 미국 항공모함 조지워싱턴 호를 중국 본토로 보내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 호의 승조원들이 조지워싱턴 호의 내부를 둘러볼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우 제독은 그러면서 조지워싱턴 호의 승조원들이 랴오닝 함을 교차 방문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의했고 그리너트 제독은 이에 동의했다. 그리너트 제독이 언론에 밝힌 바에 따르면, 만약 우 제독이 미국 항공모함을 중국에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제기해 양국 정책 당국자들의 지지를 얻으면 미국 항공모함이 일 년 안에 중국 항구, 이를테면 상하이(上海)를 방문할 수 있다.
그런데 우 제독은 이보다 앞서 그리너트 제독을 만난 다른 자리에서 미국 측에 약간 곤혹스러운 제의를 했다. 미국 해군과 중국 해군의 함재기 조종사들이 “정비와 전술”에 관해 의견을 상호 교환할 수 있도록 양국 조종사들의 모임을 조직하면 어떻겠느냐고 미국 측에 불쑥 제의한 것이다. 이것은 비록 제의 형식이지만 “미국 해군의 함재기 운용 기술을 한 수 가르쳐 달라”는 요청이나 다름없다. 결국 이 민감한 제의는 미국 측에 의해 거부되었다. 2차 대전 이전부터 지금까지 수십 년 간 미국이 공들여 축적해 온 항공모함 운용술을 중국은 군사협력을 빌미로 슬쩍 얻으려 했고 미국은 이를 완곡하게 거절한 것이다. 미국 법률은 미군의 민감한 전투 노하우를 중국에 전수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남중국해 대치 상황 막자”
판창룽 부주석의 미국 방문과 미·중 양국 간 새로운 군사협력 협정 체결은 두 나라가 남중국해에서 긴장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으로서, 이는 군사적으로 극한대치 상황까지 가는 것을 막아보자는 양국 최고 지도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판 부주석은 미국 방문길에 보잉사를 둘러보았는데, 미중 양국은 이전에도 군사 시설을 <주고받기> 식으로 상호 공개해 왔다. 중국이 2011년 1월 핵·미사일 사령부를 보여주자, 그해 5월 미국은 최첨단 전투기인 F-22와 F-15를 공개했다. 판 부주석의 보잉사 방문과 관련해 미국 《디펜스뉴스》는 “이번에 보잉사는 중국 손님을 맞기 전에 기밀 누설을 차단하려는 조처를 이미 취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주변국들과 영토분쟁 중인 남중국해에서 그간 진행해온 인공 섬 조성 공사를 조만간 마무리하겠다고 최근 발표한 것도 중국이 미국과의 신경전을 지양하고 자국의 경제문제 등에 집중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중국의 이런 방향 전환을 가리켜 홍콩 명보(明報)는 6월 17일 “중국의 양보”라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의 인공
섬 조성을 강제로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에 탈출구를 열어줬다는 것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난사군도(스프래틀리 제도)에 모래를 퍼부어 인공 섬 7개를 건설하고 있으며, 이곳을 두고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베트남·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와 미국은 인공 섬 건설 중단을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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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복 수석 편집위원 scottneaning@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