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정부 비리 폭로 후 미국 망명 김씨의 두 번째 이야기
DJ정부 비리 폭로 후 미국 망명 김씨의 두 번째 이야기
  • 윤지환 기자
  • 입력 2010-08-24 10:23
  • 승인 2010.08.24 10:23
  • 호수 852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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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국정원 직원 김기삼씨, ‘YS·DJ 정부 비리’ 책으로 펴내

김대중 정부 때 ‘양심선언문’이라는 글을 통해 DJ의 여러 비리를 폭로해 파장을 일으켰던 전직 국가정보원 직원 김기삼씨가 이번에 양심증언을 묶은 책 ‘김대중과 대한민국을 말한다’를 펴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정원 도청과 관련, 미림팀의 실체를 증언해 파장을 일으킨 김씨는 현재 미국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책을 펴낸 이유에 대해 “내가 국가정보원에 재직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을 적었다. 국정원 직원이라면 비밀을 무덤 속까지 가져가야 하겠지만 불안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면 권력자들의 추악한 비리를 침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책 속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가득하다. 김씨는 언론을 통해 과거 정부의 비리의혹을 폭로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 책에는 그 이상의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 목차의 내용만 살펴봐도 이 책이 갖는 무게를 짐작할 수 있다. ‘김대중의 노벨상 공작과 대북 뒷거래 실상’ ‘거짓의 희극, 도청의 진실’ ‘경찰청 특수수사과의 납품비리 수사’ ‘김대중 정권의 무기도입 비리의혹’ 등등 우리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놀라운 주장들로 가득하다.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민주, 인권, 평화, 통일’의 가면 뒤에 숨겨진 김대중의 실체를 전면적으로 공개한다!!”

이 책의 겉표지에 쓰여 있는 글귀다. 이 책은 우여곡절 끝에 출간됐다. 김씨는 이 책을 출간하기 위해 여러 곳의 출판사 문을 두드렸지만 대부분의 출판사가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또는 정치적으로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번번이 거절당했다.

현재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씨는 1993년 국가정보원(당시는 안전기획부)에 입사한 후에는 정보학교(정규 30기), 대공정책실장 부속실, 해외공작국 정보협력과, 정보학교, 국제정책실, 대외협력보좌관실, 대북전략국 등에서 근무했다.

김씨는 국정원 재직 중 김대중 정권의 노벨상 수상 공작과 그 일환으로 추진되는 남북정상회담의 전체 과정 및 그 후속과정 등을 지켜보면서 국정원 직원이기에 앞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를 느꼈다고 한다. 권력자들의 추악한 뒷거래를 양심상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국정원을 사직하고 전 국민에게 ‘비밀’을 공개했다.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퇴직 후 살해의 위험을 느낀 그는 미국으로 몸을 피한 뒤 미국 법원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고, 2008년 4월 미 연방법원으로부터 망명을 허락받았다. 그는 미국에 머무는 동안 국내의 여러 언론들을 통해 김대중 정권의 노벨상 수상 공작 실태, 노벨상 수상을 위한 이벤트로서의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에 거액을 지원하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 자금으로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또 김영삼 정권과 김대중 정권의 무기도입 비리 의혹과 비자금 의혹, 국정원의 도청 및 감청 실태 등을 폭로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책은 제 1부에서는 그가 그간 국내 언론을 통해 공개했던 4차례의 ‘양심선언문’과 김대중 정권의 노벨상 수상 공작일지를 실었고, 제2부 ‘나의 이야기’에서는 국정원에 입사한 후 기관원 시절, 그가 경험한 YS 문민정부의 숨겨진 이야기들, 해외공작국과 대외협력보좌관실에 근무할 때의 남북관계에 대한 경험, 국민의정부의 실상, 국정원을 퇴사하고 난 후의 이야기, 미국으로 망명한 후의 이야기 등을 싣고 있다.

김씨의 이 이야기는 앞서 [일요서울]이 30여 회에 걸쳐 절찬리에 연재하기도 했다.

그가 국정원에 근무한 8년간은 YS대통령의 문민정부 후반기와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정부 시절 전반기에 해당한다. 책 속에는 당시 국정원 내에서 그가 직접 겪었던 이야기와 그 안에서 겪고 보고 들은 수많은 정보들 가운데 공개되었을 때 국익에 해가 되는 부분과 대북정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부분을 제외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김씨는 책을 통해 “진실을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통이 되는 이 지독한 시대는 하루 빨리 끝내야 할 것이다. 진실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하는 이 끔찍한 세상은 어서 빨리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자신의 처지를 드러냈다.


진실의 문은 언제 열리나

또 권력자들의 행태에 대해서는 “대공정책실 보좌원으로 1년간 근무하면서 참으로 많은 일들을 보고 들었다. 권력의 턱 밑에서 일하다 보니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전체적으로 조망해 볼 수 있었다”라고 적었다.

이어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나는 우리나라의 권력자들이 얼마나 저열한 인간들인지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가 얼마나 형편없는 곳인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우리 사회는 정치권, 언론계뿐만 아니라 법조계, 종교계, 학계, 재계 등 어느 곳 하나 성한 구석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탄식했다.

김씨는 권력자가 어떻게 여론을 통제했는지도 밝혔다. 그에 따르면 김대중 정권은 한민족으로서 남북화합 정책을 표방했지만 정작 북한 동포들의 인권에 대해서는 철저히 외면했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 자체를 거론하는 것이 금기시되었다.

또 중국에서 수입한 조기의 뱃속에 납(鉛)이 들어 있어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납조기’ 사건도 그 내막은 어처구니없다. 납조기 사건 때 조사를 해보니 조기의 원산지가 중국이 아니라 북한이었다. 중국은 단지 중계지에 불과했다. 그러나 권력자들의 지시 하에 이를 허겁지겁 덮을 수밖에 없었다고 김씨는 증언했다.

기가 막힌 것은 이뿐 아니다. 제1차 서해교전에서는 우리 해군이 ‘눈치 없이’너무 잘 싸우는 바람에 김대중 정권이 오히려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국정원은 퇴각하는 북측 선박의 통신을 감청하여 북측의 피해상황을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북한 해군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사상자의 수도 언론에 보도된 것보다 훨씬 많았다. 이에 우리 정부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북측의 사상자 숫자를 줄여 축소보도를 유도했다고 김씨는 책에 적었다.

이 밖에도 김씨는 국정원이 그동안 어떻게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해왔는지도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다.

이 책은 8월 20일 현재 교보문고 정치사회분야 도서순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1위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이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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