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되지 않은 수첩 있다” 떨고 있는 검사 누구?

‘스폰서 검사’ 의혹을 수사 중인 민경식 특별검사팀에 국민적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검은 경남지역 건설업자 정모씨가 100여명의 검사를 접대했다고 제기한 의혹과 관련, 박기준ㆍ한승철 전 검사장 외에 현직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 3명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라고 지난 18일 밝혔다.
이준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정씨가 주간지 시사인에 제보한 것도 특검법상 수사대상”이며 “지난 주말 정씨로부터 현직 검사장급 이상 3명에 대한 진술도 청취했다”고 말했다.
앞서 시사인은 지난 6월 ‘(진상조사단에) 법무부 A 검사장에 대해 자세히 진술했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은폐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 또 진정서에는 적지 않았지만 2003년 부장검사 회식때 B 검사장이 참석했고, C 검사장은 시효는 지났겠지만 서울에서 3∼4차례 성 접대를 한 사실이 있다’는 정씨의 편지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정씨의 제보 내용은 대부분 공소시효가 지난 것들이다. 이들 3명에 대한 조사 결과 공소시효가 지났을 경우 처벌 근거가 마땅치 않아 솜방망이 처벌논란이 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검도 이 점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드러났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특검보는 “정씨의 제보 내용에 공소시효가 지난 내용이 많지만, 시효가 지난 것도 사실관계를 파악해 진위여부를 확인 중에 있다”며 “3명에 대한 조사방법은 서면조사 등 여러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할 뿐 공소시효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특검팀은 검사들 가운데 2003년과 2009년에 걸쳐 접대 리스트에 오르는 등 지속적 접대관계가 의심되는 검사부터 주말께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특검팀은 지난 17일 “정씨가 아직 공개하지 않은 장부가 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정씨가 외부에 노출하지 않은 접대 사실을 기록한 장부가 있으며 공개 여부와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제출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정씨가 지난주 부산고검에서 이뤄진 참고인 조사에서 그동안 진정서나 진상조사에서 언급하지 않은 접대 대상과 성매매 등 접대 내용을 일부 진술했다고 밝혔다. 또 정씨가 박기준ㆍ한승철 전 검사장을 접대한 사실 등 기존에 털어놓은 내용에 대해서도 진상조사단의 결론에 틀린 부분이 있다며 추가 진술을 했다고 말했다.
검찰 상대 압박 통할까
정씨가 그동안 거론하지 않았던 부산지역 현직 검사 1명의 실명을 언급함에 따라 특검팀은 정씨 등의 금융계좌 내역, 참고인의 진술 내용 등을 토대로 정씨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고 있다. 특검팀은 접대를 받은 검사들이 더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르면 주말께 정씨한테서 접대를 받았다는 검사들을 차례로 소환할 방침이다.
특검팀에 따르면 정씨는 “건강만 괜찮다면 서울에서 검사들과 대질조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현재 정씨는 수첩의 실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다 특검 이후 신변의 안전을 걱정하고 있어 나머지 스폰서 검사들의 실체가 드러날지는 미지수다.
이와 함께 정씨는 황희철 법무부 차관을 평검사 시절에 접대한 적이 있다고 진술해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19일 특검팀에 따르면 정씨는 조사과정에서 황 차관을 포함 현직 검사장급 3명을 접대했다고 진술했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정씨가 황 차관이 진주지청에서 근무 할 때 접대를 했고, 최근까지 연락을 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정씨가 진술한 검사장 접대진술 등과 관련, 해당 사건의 공소시효는 이미 지났다고 판단하면서도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엇갈리는 진술 결과 주목
또 특검팀은 서울고검 전직 수사관 2명이 건강식품 업체 등을 운영하는 박모씨로부터 수억 원대의 술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술집 종업원을 조사하면서 “변호사와 의뢰인이 검사를 접대한 경우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압수한 장부 등을 통해 이 술집에 드나든 변호사, 검사가 누구인지 캐고 있다. 동시에 이 방송분에서 종업원이 받았다는 검사의 명함 1장을 제출받아 입수경위와 당시 정황 등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특검팀은 김씨가 일관되게 박 사장의 수사관 접대 사실을 진술함에 따라 하루 이틀 내로 박 사장과 수사관들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또 특검은 지난 6월 PD수첩 스폰서 검사 2탄 방영분에서 보도한 사건과 관련, 향응을 접대받은 의혹이 제기된 검사들의 구체적인 신원을 추적하고 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특검팀은 또 강릉지청 김모 계장이 석탄공사 도계광업소 외주업체 장모 사장으로부터 160여 차례에 걸쳐 골프, 술, 성 접대 등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제보자 김모씨를 지난주 소환조사해 “장 사장이 강릉지청에 근무하던 검사들도 접대했으며 그 내역을 기록한 문건도 있다고 얘기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장 사장은 특검 조사에서 “접대 자리에 검사는 없었으며 그런 얘기를 한 적도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특검팀은 장 사장과 함께 김 계장을 접대했다고 지목된 도계 광업소 노조지부장 임모 씨와 김 계장을 소환해 접대자리에 참석한 검사가 있는지와 있다면 누구인지 등 당시의 상황을 확인할 방침이다.
한편 이 특검보는 참고인의 비협조, 진술의 부정확성 등으로 사실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특검보는 “서울고검 수사관 의혹의 제보자가 조사 이후 연락이 잘 되지 않고 입수한 감찰조사 보고서를 제출해달라는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며 “정씨의 검사 접대 의혹과 관련해서도 정씨와 종업원의 진술이 엇갈리는 등 진상조사단에서 확인됐다고 결론내린 부분도 재검토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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