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환기 맞은 감정원, 환골탈태 계기돼야
- 경영 실적 평가 A등급 받아…이견도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는 지난 1983년에 도입되었다. 최근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는 교수,회계사, 변호사 등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경영평가단이 실시한다. 과거부터 공공기관들의 경영평가 시즌이면 경영평가단 참여 위원들은 평가대상 기관들로부터 시달려 왔다. 연줄을 동원해 읍소를 하고, 잘 부탁한다고 선처를 호소하기도 한다. 역할을 감안하면 경영평가단은 인기상종가다.
한편 공공기관들은 경영평가 대상 결과에 따라 페널티와 인센티브가 부여된다. C등급 이상을 받은 기관은 경영평가 성과급을 지급받는가 하면, 최하위등급인 E등급의 경우 기관장의 해임을 건의받는 등 인사조치가 뒤따른다. 우수기관이나 미흡기관에 대한 예산상의 조치도 이어진다.
A(우수)등급 이상의 공공기관은 차년도 경상경비 예산 편성시 재무상태 등 기관별 여건을 고려하여 1% 이내에서 증액한다. 반면 D(미흡)등급 이하 기관에 대해서는 차년도 경상경비 예산편성시 1% 이내에서 감액한다. 이처럼 경영평가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가 있기 때문에 기관장은 물론 임직원들도 그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특히 기관장이 평가결과에 촉각을 세운다.
금년에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 때문에 희비가 엇갈렸다. 감정원은 다행이도 A등급을 받기는 했으나 등급평가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힘들다. 그동안 감사원 감사나 국회의 국정감사 등에서 지적받은 온갖 사항들을 종합해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이 실무를 맡아 경영평가단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위원장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가 엄정하고 투명하게 평가를 진행했다고 주장하지만 논란이 제기됐다.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가 부실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상당하다. A등급을 받은 일부 공기업의 평가결과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감사원 감사 등에서 드러난 각종 업무소홀, 방만경영 사례 등을 감안하면 우수평가를 받은 경영평가결과를 쉽게 수긍하기는 어렵다.
보상금 지급 업무 소홀
금년 2월, 감사원이 통보한 감정원에 대한 기관운영감사 결과에 따르면, 주의·통보 등 처분조치를 받은 지적사항들이 수두룩했다. 그 중 한 사례만 봐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감정원은 지난 2011년 7월, 나주시 등과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 보상업무 위·수탁 협약을 체결하는 등 같은해 1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132건의 보상업무 협약을 맺어 토지 보상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보상업무를 체결한 132개 사업 가운데 단 2개 사업에 대해서만 보상대상자의 체납 여부를 관할 세무서 등에 조회 요청했으며, 나머지 130개 사업에 대해서는 세무서 등이 조회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사유로 보상대상자가 납세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국세 납세증명정보를 조회하여 체납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보상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엄연한 직무소홀이다.
지난해 감사원이 2012년 이후 보상대상자(개인)을 대상으로 세금 체납여부를 확인한 결과, 보상대상자 83명이 약 36억의 세금을 체납하고 있었음에도 세금체납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보상금 약 73억원을 지급하였고, 이 가운데 약 31억원을 지난해 10월 현재까지 세무당국이 결손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직무소홀로 인해 국가가 제대로 세금징수를 못한 것이다.
비정규직은 근무복도 차별
이 밖에도 직원들의 동계근무복을 구매하면서도 특정업체와 수의계약을 통해 특혜를 베풀었다. 지난 2013년에 전화로 특정한 기간에 공급이 가능하다는 사유를 들어 단 2개 업체만 제안서를 제출하도록 했고, 이어서 직원들의 인터넷 투표를 통해 특정업체에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더구나 당시 동계 근무복 단가를 정규직 1인당 50만원, 계약직 1인당 20만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 직원은 겨울철 근무복마저도 차별을 받았던 것이다. 어이없는 경영행태다.
2011년의 경우에도 같은 사유로 특정 2개 업체에만 제안서를 제출하도록 했고, 현장 품평회를 실시해 특정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처럼 수의계약 남발로 인해 감사원으로부터 일반경쟁을 통해 구매해야 할 물품구매계약을 수의계약함으로써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는 일이 없도록 계약관련 업무를 철저히 할 것을 주의처분을 받았다. 구매계약이 투명치 못한 것이다.
일부 직원채용도 부적정했다. 2010년부터 2014년 사이에 총 18차례에 걸쳐 34명의 전문계약직을 공개채용했고, 2010년에는 경쟁절차 없이 비공개로 2명의 정규직원을 특별채용한 바 있다. 하지만 전문계약직을 채용하면서 2013년 3월과 5월에 응시자격을 정해 채용공고를 해놓고도 실제는 공고문과는 다른 전공자를 전문계약직으로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2010년에 지방이전추진단장과 비정규직인 전문계약직 1명을 경쟁절차 없이 채용했다. 응시자격을 갖춘 다른 사람들에게는 응시 기회 조차 주지 않는 등 인사행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떨어뜨린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마련한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인사운영에 관한 지침」 등을 위반한 것이다. 전문계약직을 채용하면서 면접시험이원을 내부위원으로만 구성하고 서류심사기준도 없이 사업부서에서 채용하거나 비공개로 직원을 채용하는 등 직원채용이 투명하지 못했다.
최근 감정원은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기능 재조정에 앞서 선제적인 기능조정을 추진했다. 감정원은 감정평가업무대신 공시·통계업무를 중점적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그동안도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앞으로도 더 환골탈태를 기대한다. 공기업으로서 설립취지와 목적에 부합하고 과감한 경영혁신과 위상 재정립으로 국민에게 이바지하는 공기업이 되어야 할 시점이다. <끝> <김현목 보좌관>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