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박물관 허가에 권력개입 [의혹]
유명박물관 허가에 권력개입 [의혹]
  • 김재현 프리랜서
  • 입력 2015-06-29 10:28
  • 승인 2015.06.29 10:28
  • 호수 1104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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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업체 - 시청 검은커넥션 [내막]

무속인 A씨가 공사 추진…정재계 유력인사들이 고객
“공무원 현장 확인 없이 도장” 건설업자 뇌물 혐의도


[일요서울 | 김재현 프리랜서]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한 토속문화 박물관이 공사허가와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박물관은 2010년 사용허가를 받고도 5년 동안이나 개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부실공사에 따른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해당지역 공사현장을 조사하고 있는 경찰은 공사 허가를 내준 남양주시청 공무원과 건설업체 간에 모종의 유착이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시청 공무원이 공사현장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허가를 내준 것뿐만 아니라 이 박물관 건설을 둘러싼 사기사건 정황도 포착돼 관련 내용을 캐고 있다.
주목을 끄는 대목은 이 박물관 건설을 추진한 이가 유명 무속인이라는 점이다. 이 무속인의 고객 중에는 정치권과 재계 인사들이 적지 않다. 때문에 이 박물관 공사와 관련해 막대한 부지매입비용과 공사비용 등 자금의 출처도 경찰은 살피고 있다.


부실공사와 이에 따른 허가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이 박물관은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하고 있다. 경찰은 이 박물관 공사업체가 시청에 허가를 받아낸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 업체 대표가 시청공무원에 뇌물을 줬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박물관 현장은 허가에 필요한 구성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부분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부실공사로 인해 사고위험도 적지 않다.

이 박물관에는 예언가로 알려진 김모씨가 수집한 토속 신앙물 8만 점이 전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박물관도 부실공사일 뿐만 아니라 고가의 토속 문화재들이 여러 곳으로 빼돌려진 정황도 일부 드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도 추가로 조사 중이다.

건물 완공하고도 개장 못해

박물관 공사는 2004년부터 추진돼 왔다. 하지만 건물을 완공하고도 바닥이 내려앉고 기둥이 불안정해 도저히 일반 관람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박물관에는 필수 시설인 화장실이 한 곳도 설치되지 않았지만, 사용과 준공 허가가 났다”며 “필수시설과 건축안전 요건 등을 조금만 살펴보면 절대 허가가 날 수 없는데, 허가가 났다. 시청 관계자가 단 한 번도 현장에 나와 시찰한 적이 없고 심지어 서류가 제대로 갖춰진 것인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요즘에도 일어날 수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배수 설비 등의 공사를 맡았던 시공 업체가 공사를 하지도 않고 허위 서류를 꾸민 뒤 시청 측에 제출했다. 공사 허가 배경과 관련해 공사를 담당한 업체와 시청 공무원 간의 유착 정황도 있다.

경찰은 “해당 업체는 시청이 지정한 대행업체로 시청 공사 허가 관계자들과 안면이 있는 것 같다”며 “지방자치단체기관의 경우 유착돼 있는 업자들에 대해 여러 면에서 편의를 봐 주는 게 관례처럼 돼 있다”고 말했다.

경찰 주변에서는 “이번 사건이 지자체 공사 허가 비리 수사로 확대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2013년 말경 박근혜 대통령은 숭례문 부실복원 문제가 불거지자 문화재 복원 사업 비리 수사를 총체적으로 실시할 것을 지시한 적 있다.

이후 전국 문화재 복구업체 상당수가 검찰 경찰 조사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문화재 보수를 명목으로 29억 원이 넘는 국가보조금을 편취한 문화재 수리업체와 사찰 관계자 등이 무더기로 검찰에 기소되기도 했다.

지난 5월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권익환 지청장)은 숭례문 복원공사 중 단청 공사를 하면서 약정과 달리 화학안료와 화학접착제를 혼용하는 방법으로 공사대금 약 6억 원을 편취한 단청장 B(59.중요무형문화재)씨를 특정경제 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로 구속 기소했다. 이 범행에 가담한 제자 B(48)씨도 같은 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수사결과, 피고인들은 전통기법과 전통재료를 사용해 숭례문 복원 단청 공사를 하기로 했음에도 원가절감을 목적으로 문화재청 담당 공무원과 감리원 몰래 화학안료와 화학접착제를 섞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나타난 피막현상으로 단청의 박리와 들뜸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피고인들은 문화재청과 ‘분쇄한 조개껍질에 색소를 가미한 수간분채와 천연교착제인 아교만 사용’하는 전통기법으로 단청공사를 하기로 약정했으나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다.

박물관 부실공사 허가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은 “문화재 고건물 보수공사는 아니지만 전통건축물공사인 데다 용도가 박물관이라는 점에서 연결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며 “더구나 이런 부실공사에 인허가를 내준 시청직원들은 직무유기로 처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 무속인 김씨는 누구?

이 박물관 공사를 추진한 김씨는 무속인들 사이에서 상당한 재력가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김씨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행사에도 책임자로 참여한 적이 많아 정·재계에서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그런 인물이다. 김씨는 무속인으로 유명세를 떨치다보니 유력 정치권 인사들과 재계의 임원급 인사, 그리고 고위 공직자들이 그를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물관에 전시할 8만점에 이르는 골동품급 전시품들도 김씨가 개인자금으로 매입한 것들이다. 김씨가 사들인 것 중에는 일본 중국 등 해외로 유출된 것도 있다. 김씨는 우리나라 토속 무속신앙과 관련된 골동품을 모아 최초의 무속신앙 박물관을 세우겠다는 목표 아래 박물관 공사를 추진했으나 부실공사라는 걸림돌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ilyo@ilyoseoul.co.kr 

김재현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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