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피해 지원금 720억 ‘그림의 떡’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메르스에 직격탄을 맞은 관광업계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대책을 내놨다. 관광수요가 줄어 경영이 악화된 관광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여행업·호텔업 등 17개 업종의 관광사업자에게 총 720억 원의 특별 융자를 실시한다는 내용이다. 담보 제공에 어려움을 겪는 영세업체는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을 통한 특례보증과 소상공인 특별자금, 지역 신보 특례보증제도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모든 여행업과 호텔업 사업자들이 다 받을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 특별 융자 사각지대에 있는 사업자들 어쩌나
새로운 관광상품 개발보다 메르스 공포 해결이 먼저
문체부에 따르면 메르스 발생 이후 이달 13일까지 방한을 취소한 외국인 관광객은 모두 10만8000여 명이다. 지난해 외국인 1인당 관광지출액(1272달러)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도 누적손실액이 약 1540억 원에 달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대비 20% 감소할 경우 전체 관광수입은 9억 달러(약 1조55억 원), 50% 감소할 경우 23억 달러(약 2조 60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여행업과 호텔업 현장의 충격은 생각보다 크다. 하루 아침에 호텔 예약이 모두 취소되는 것은 물론 여행사 등을 통한 예약도 줄줄이 취소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일본 등 해외에서는 한국에 다녀왔다고 하면 왕따까지 당하는 분위기도 있다.
외국인 관광객에는
경비·치료비·지원금까지
정부는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동원하고 있다. 논란이 되기는 했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치료비와 여행경비를 지원하는 ‘한국관광 안심보험’도 개발한다.
이달 22일부터 내년 6월 21일까지 1년 사이 한국에 들어온 관광객이 가입 대상이며 보험료는 정부가 낸다. 보상액은 여행경비와 치료비(실비), 3000달러의 지원금(사망시 최대 1억 원)이다.
김종 차관은 “외국 관광객에게 잘못된(한국 관광 시 메르스 감염 위험이 높다는) 시그널이 퍼져 있다”며 “한국 정부가 보험을 들어줄 정도이니 안심해도 된다는 점을 전달하고 관광객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문체부가 준비한 720억 원의 특별융자는 지난해 세월호 사태 직후 실시했던 500억 원 규모의 융자보다 40%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융자의 용도는 운영자금으로 제한되며 한도는 10억 원, 대출금리는 연 1.5%(고정금리)다. 2년 거치, 2년 분할상환이다.
관광업 종사자가 유급 휴직할 경우 최대 180일간 월 급여의 3분의 1∼3분의 2를 정부가 지원한다. 업계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문체부·관광협회·여행업협회 등 3개 기관에서 원스톱 상담창구를 운영하고, 영세업체를 위해 기존 여행업공제회 중심의 공제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강구했다.
호텔등급이 메르스 지원과 무슨 상관?
외국인에게는 다양한 혜택을 주지만 정작 국내 여행 및 호텔 사업자들이 이 지원금을 타기란 쉽지 않다.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고 해도 호텔등급을 받지 않았을 경우에는 일부 기관에서 지원금 신청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새롭게 호텔을 만들어 오픈했던 호텔운영자들은 상실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장부에는 엄연히 숙박 예약 현황과 취소 기록이 남아있는데 단순히 호텔등급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지원금 지원 대상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은 이들에게 청천벽력과도 같다.
실제 서울 충무로에 위치한 A호텔도 마찬가지다. 올 초 호텔을 새롭게 오픈해 외국인 관광객을 받기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은 상태에서 ‘메르스 폭탄’을 맞았다. 증가하던 외국인 관광객 수요에 맞춰 호텔을 오픈했지만 오픈한 지 몇 달이 채 되지 않아 예약 취소 사태를 맞았다.
다행스럽게도 A호텔 경영진은 언론에서 발표된 메르스 지원대책을 듣고 특별 융자를 신청하기 위해 관광공사에 문의했다. 하지만 황당하게도 호텔등급을 받지 않은 경우 지원대상이 되지 않는 다는 소리를 들었다.
현재 A호텔은 호텔관광등급 신청을 한 상태였지만 이 상태로는 지원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고 망연자실했다. 호텔관계자들은 결국 다른 기관으로 발길을 돌려 지원 가능한 대책이 있는지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다.
계속되는 메르스 공포
정부대책 약발 안 먹혀
크루즈관광업계의 메르스 피해는 더 심각하다. 지난 23일 제주도에 따르며 전날 중국 상하이를 출발해 제주에 입항할 예정이던 13만8000t급 ‘마리너 오브 더 씨즈’호가 제주 일정을 취소했다.
또 25일 ‘중화태산호(2만4500t)’, 29일 ‘코스타 세레나호(11만4500t)’, ‘스카이시즈호(6만2735t)’ 30일 ‘마리너호(13만8279t)’, ‘사파이어 프린세스호(11만5875t)의 제주 입항 여부도 불투명하다. 중국 내 크루즈 모객 여행사들이 대규모 예약 취소에 따라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운항을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다음 달의 경우 1일 ‘코스타 세레나호’, 2일 ‘사파이어 프린세스호’, 7일 ‘코스타 세레나호’, ‘스카이시즈호’, 14일 ‘사파이어 프린세스호’, 29일 ‘코스타 세레나호’ 등 크루즈 6척도 관광객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입항 취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메르스 여파로 운항이 취소될 것으로 전망되는 크루즈 선사들의 규모가 비교적 크기 때문에 제주 관광업계가 입는 타격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실제 ‘코스타 세레나호’의 경우 최대 승객 인원이 3780명으로 3회 운항 취소 시 1만1340명, ‘사파이어 프린세스호’는 2회 운항 취소 시 5340명, ‘스카이시즈호’는 1814명 등으로 최대 1만8494명이 제주 방문을 포기하게 된다.
화려한 정책과는 별개로 실제 사업자들은 아직도 피해를 보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감소한 관광 수요를 다시 창출하기 위해 비수기에 실시했던 '코리아 그랜드세일' 행사를 앞당기기로 했다. 배우 김수현 등 한류스타를 활용한 관광 홍보물 제작과 드라마 '프로듀사' 촬영지 관광 상품 등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상품 개발도 추진한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이 갖고 있는 메르스 공포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이러한 행사가 실제 관광객 유입으로 얼마나 이어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차라리 메르스로 피해를 본 관광 관련 사업자들을 살리는 길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말들이 나오는 이유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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