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대기업 면세점 특혜 의혹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재벌기업 특혜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내 재벌기업들은 그동안 국내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이유로 유무형의 다양한 혜택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러한 혜택은 불공정 경쟁 논란을 일으켰고 경제계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가중시켰다. 그런데 최근 관세청이 재벌기업 면세점 사업에 특혜를 준 의혹이 제기돼 문제가 되고 있다.
김낙회 청장 “세부항목 점수 공개 못 하겠다”
개별기업·연결 재무제표 따라 시행령 기준 달라져
관세청은 지난 2월 제주 면세점의 특허기간 만료에 다른 제주시내 면세점의 후속사업자로 신라와 부영을 탈락시키고 롯데면세점을 선정했다. 롯데 면세점은 2014년 매출액 기준으로 면세점 시장에서 점유율 50.8%를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 계열의 사업자다.
평가점수
왜 공개 못하나?
이 과정에서 관세청은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의 심사결과 중 총점만을 공개하고 심사기준표 상의 세부 항목점수 공개를 계속 거부해왔다. 평가결과를 살펴보면 총점은 롯데가 84.07점, 신라가 82.79점, 부영은 82.32점을 받았다.
면세점 특허심사위 심사기준표에 따르면 평가항목은 관리역량, 운영인의 경영능력, 관광인프라 등 주변환경요소, 중소기업제품 판매실적 등 경제사회발전을 위한 공헌도,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정도 등 5개 대항목과 각각의 대항목에 2~4개의 소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와 관련해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관세청에 지난 2월 면세점 선정 과정에서 심사기준표 상 각각의 대항목 및 소항목 평가점수를 공개토록 요구했다. 하지만 관세청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홍종학 의원은 지난 17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도 김낙회 관세청장에게 세부평가 점수 공개를 재요구했으나 김 청장은 세부항목 점수를 공개하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자연스럽게 관세청이 대기업에 유리한 세부항목에 더 많은 점수를 줘서 사실상 대기업에 유리하도록 평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 오고 있다. 또한 세부항목 점수를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가 평가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했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도 낳고 있다.
관세청은 또 지난 2월 롯데면세점 선정 직후 심사기준을 변경, 대기업에 유리하도록 배점을 바꿨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당초 5가지 평가범주 가운데 ‘면세점 관리능력’은 30점, ‘운영인의 경영능력’은 25점이 할당되어 있었으나, 4월쯤 이 기준을 바꿔 ‘면세점 관리능력’에 25점, ‘운영인 경영능력’에 30점을 배점키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실제 면세점 운영업체의 운영능력보다는 자본력에 더 많은 배점을 부여한 것이어서 특정 대기업에 유리하도록 배점을 변경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부른다. 그러나 관세청은 배점 변경 사유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다.
이밖에 현재 관세법 시행령의 ‘보세판매장의 특허비율’ 규정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행령 제192조2항에 따르면 중견기업 충족요건으로 ①직전 3개 사업연도의 매출액 평균금액이 5천억 미만일 것 ②자산총액이 1조원 미만일 것으로 규정돼 있다.
이런 관세법에 따라 관세청은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특허를 부여하기로 하고 대기업 2개, 중소중견기업 1개를 신규지정하기로 하고 지난 1일 입찰을 실시한 바 있다. 이 입찰에는 대기업 7개, 중소중견기업 14곳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재 신청한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시행령이 지정한 ‘자산 및 매출 규모’를 충족하고 있으나 이 기준을 ‘개별 기업 재무재표’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 ‘연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현재 입찰제안을 제출한 중소중견 기업 가운데는 개별기업 재무제표가 아닌 ‘연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할 경우 이 기준을 초과하는 기업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A기업의 경우 개별 재무제표를 보면 2014년 기준 자산총액 9446억원, 매출 4840억원이지만 연결기준으로는 자산 1조2640억원, 매출 7390억원으로 시행령 기준을 훨씬 초과한다.
B기업의 경우는 개별 기준으로 자산총액 6800억원, 매출 2130억원이지만, 연결기준으로 자산총액 6870억원, 매출 2500억원이며, 이 회사의 모기업은 연결기준 자산총액 1조6020억원, 매출 6760억원이다.
C기업의 경우 개별기준 자산총액 3650억원, 매출 3150억원이며 연결기준으로는 자산총액 4370억원, 매출 3850억원이며 40여개의 계열 및 관계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 홍종학 의원은 지난해 11월 발의한 관세법 일부 개정안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홍 의원은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대기업 독과점 체제의 보세판매장 운영은 중소기업의 보세판매 사업에의 참여를 사실상 가로막고 공정한 시장경쟁체제의 유지에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높다”며 “이에 중소기업의 보세판매장 사업 참여를 늘리고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엉터리 통계 밝히는
관세청장
관세청의 대기업 면세점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기업 면세점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0년부터 매년 증가해왔다. 하지만 지난 17일 김낙회 관세청장은 국회 기재위에서 밝힌 엉터리 통계도 구설수에 올랐다.
이날 김 청장은 대기업 면세점 점유율과 관련, “2013년에 82.9%였고요. 2014년 말에 81.3%였습니다. 그리고 금년 4월 현재로는 79.8%로 조금씩은 줄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라고 밝혔다.
김 관세청장이 제시한 통계는 전체 대기업 점유율이 아닌 롯데, 신라의 점유율 수치만 합친 것이었다. 나머지 SK, 신세계, 한화의 점유율을 합치면 다른 수치가 나온다. 이는 마치 면세점시장의 대기업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처럼 허위 또는 조작된 통계를 제시한 것이다.
[박스] 시내 면세점 역시 대기업 싸움
호텔롯데·에이치디씨신라 독과점 논란 일듯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 두 곳을 선정하는 서울시내 대기업 몫 면세점에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호텔롯데, 에이치디씨신라면세점, 신세계디에프, SK네트웍스, 이랜드면세점, 현대디에프 등 7곳이 도전장을 냈다.
하지만 아직까지 어떤 면세점이 선택을 받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게다가 국내 면세점시장의 최강자인 호텔롯데와 에이치디씨신라는 독과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롯데면세점의 시장점유율은 50.76%며 호텔신라의 시장점유율은 30.54%로, 두 개 업체의 합산 점유율이 81.30%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공격적인 홍보에 나설 수도 없는 입장이다. 롯데의 경우 신규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올해 말부터 면허가 만료되는 소공점과 제2롯데월드점에 타격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이 손을 잡고 만든 에이치디씨신라의 경우 입지면에서나, 운영경험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의 독과점 논란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시내 면세점 독과점 실태조사에 착수하면서 낙관할 수 없는 입장이다. 때문에 에이치디씨신라의 운명은 신세계, 현대디에프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범삼성과 범현대의 합작인 에이치디씨신라가 특허권을 획득할 경우 범삼성인 신세계나 범현대인 현대디에프가 선정될 가능성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신세계디에프의 경우 국내 유통의 발원지로 불리는 본점을 외국인을 위한 면세점으로 내놓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이겨내야 한다.
신세계 본점 본관은 1930년 세워진 국내 최초의 백화점 건물이다. 더군다나 시내면세점으로 선정될 경우 입점한 매장들을 다 내보내는 것도 문제다.
입점 매장을 내보내야 하는 문제는 백화점 무역센터점을 입지로 선정한 현대백화점, 용산구 아이파크몰을 입지로 선정한 에이치디씨신라가 공통적으로 가진 난관이다.
신세계디에프, SK네트웍스, 롯데는 교통문제가 약점이다. 신세계디에프는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명품관을, SK네트웍스는 동대문 케레스타를, 롯데는 동대문 피트인을 입지로 내세웠다.
가뜩이나 서울시내가 외국인 관광버스로 몸살을 앓는 마당에 면세점이 더 들어오면 교통혼잡이 더 극심해질 수 있다.
서울시는 국토교통부에 "신규 면세점 허가 때 관광버스 수백 대를 주차할 공간 확보가 돼 있는지 여부를 최우선 판단 기준으로 해달라는 건의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과 이랜드는 면세점 경험이 전무한 것이 약점이다. 특허보세구역 관리역량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랜드의 경우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반년 만에 현재의 GS자이갤러리를 철거하고 면세점을 지어야 해 운영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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