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스캔들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사진)이 돌아왔다. 법정관리 중인 팬택과 인연을 맺고 기업가로 새출발한다.
팬택 인수를 추진 중인 옵티스는 지난 23일 변 전 실장을 회장으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변 전 실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기획예산처장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다.
‘노무현 경제’의 설계자요, 집행자였던 인물이다. 그러나 2007년 신정아 전 동국대학교 교수의 학위 위조 사건에 휘말려 불명예 퇴진한 인사다.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인생’을 산 장본인이다.
고위관료→불륜남→기업가 ‘롤러코스터 인생’
글로벌 정보통신 전문성으로 폰 전쟁 뛰어들 듯
지난달 직원 1200명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일간지의 마지막 광고를 끝으로 문을 닫은 팬택이 다시 한 번 비상을 꿈꾼다. 인수를 추진 중인 옵티스의 본 계약이 무리없이 진행 중이다. 옵티스는 내달 중순까지 팬택 실사를 마친 뒤 최종 가격 협의를 거칠 예정이다.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최대주주 ‘스카이레이크’와의 관계도 청산했다.
스카이레이크는 약 100억 원을 투자해 옵티스 지분 22.46%를 가지고 있다.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진대제씨가 대표다.
진 전 장관은 그동안 옵티스 대주주로서 팬택 인수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투자하는 사업이 주로 삼성전자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어 국내 3위 휴대전화 제조사를 인수하는 데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빚이 많은 팬택을 인수하는 것이 펀드 투자자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고민도 있었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그러나 진 전 장관 측이 옵티스 지분 정리를 결정하면서, 최근 옵티스가 회장으로 영입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팬택 인수 후 로드맵’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2007년 공직에서 물러난 변 전 실장은 지난해부터 인도네시아의 IPTV 사업권 획득을 현지 파트너와 함께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옵티스 이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변 회장은 팬택이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가지고 인도네시아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현재 팬택 인수자금 모집에 힘을 쏟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누구?
그러나 2007년 구설에 휘말렸다.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학력 위조(예일대 박사학위를 위조해 동국대 조교수로 임명)사건에 연루됐다.
신 씨가 동국대 조교수로 임용된 건 2005년 9월. 젊은 그녀가 조교수로 임용되자 당시 미술계(학계)에서는 뒷말이 많았다.
그녀가 예일대 출신이 아니라는 의혹이 제기된 것도 이때쯤이다. 의혹을 가진 일부 인사가 신 씨를 조사하기에 이르렀고 심지어 예일대 출신들까지 합세해 신 씨의 과거를 캐기 시작했다. 당시 이들의 허위학력 의혹 제기는 미미한 수준으로 거의 묻히는 수준이었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2007년 2월. 당시 동국대 이사인 장윤 스님이 이사회에서 ‘신정아의 논문이 표절이며 학력도 의심스럽다’는 내용을 공론화했다. 하지만 또 다시 흐지부지됐다.
같은 해 7월 광주비엔날레 측에서 신 씨를 예술감독으로 선임했다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다시 한번 학력위조 소문이 급물살을 탔다. 이때는 이미 신 씨를 향한 마지막 수사망이 좁혀오던 시기라 곳곳에서 신 씨의 가짜 박사학위와 예일대 허위학력에 대한 의혹이 봇물처럼 터지고, 급기야 동국대에서는 더이상 신 씨에 대한 허위학력의혹에 대해 막을수 없다고 판단해 ‘진상조사위원회’를 발족하기에 이른다.
신 씨를 예술감독으로 임명했던 광주비엔날레 이사진 27명은 모두 총사퇴를 하고, 동국대는 급기야 신 씨를 서울 서부지검에 고소함과 동시에 교수직에서 파면한다.
검찰 수사결과 신 씨는 학력위조로 드러나게 되고 박사학위 논문도 모두 가짜였음이 밝혀졌다.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당시 변 회장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밝혀져 더욱 파문을 일으켰고, 변 회장은 결국 그해 7월 공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이 일로 신 씨는 수인 번호 4001번을 달고 1년 6개월 동안 복역했다. 변 회장은 다섯 가지 혐의 중 직권남용죄에서 유죄(집행유예)를 받았다.
변 회장은 과거 저서 ‘노무현의 따뜻한 경제학’ 서문과 후기를 통해 “내 생애 유일한 시련이었으며 가장 큰 고비였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본인 스스로 당시 사건에 대해 직접적으로 소회를 밝힌 것은 이 때가 처음이다.
변 회장은 당시 ‘글을 마치며’ 부분에는 “나의 불찰이고 뼈 아픈 잘못이었지만 그 결과가 그리 참혹할 줄 몰랐다는 것이 더 큰 불찰이고 잘못이었다”고 했다.
이어 “아내와 가족에겐 말할 것도 없다”면서 “그런데 대통령과 내가 몸담았던 참여정부에 그토록 큰 치명타가 될 줄을 몰랐다”고 말했다.
한편 옵티스컨소시엄은 팬택 인수를 통해 김포공항과 에프터서비스(AS)인력도 인수한다는 것을 전제로 동남아시아, 특히 인도네시아 시장을 겨냥한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승부를 본다는 계획이다.
변 회장은 “오래전부터 인도네시아에서 IPTV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며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옵티스 측이 팬택을 함께 살려보자는 제의를 해와 고민 끝에 회장직을 맡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팬택은 세계에 나가면 1등도 할 수 있는 기업인데 한국에서는 계속 3위로 내팽겨져있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며 “옵티스가 팬택을 이용한 시너지를 크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옵티스는 어떤 회사
옵티스는 빛을 이용해 정보를 저장 및 재생하는 광학디스크 드라이브(ODD)제조사다. 2005년 설립됐다. 그러나 그 뿌리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가 필리핀에 진출하면서 컴퓨터 저장장치 사업을 추진했던 사업체가 ‘옵티스’의 시초다. 이후 옵티스는 2012년 필리핀에 있는 삼성전자 공장을 인수하고 2014년에는 도시바삼성테크놀러지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몸집을 불려왔다. 이주형 사장도 삼성전자 출신이다. <범>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