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대의를 지키는 정치
김문수 전 지사가 마침내 수성(갑) 출마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언론, 심지어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비판적입니다.
저는 김 전 지사가 후보가 된다면 선거전을 치러야 할 상대방입니다.
즉 링 밖에서 게임을 지켜볼 관중이 아니라 링에 올라야 할 선수입니다.
혈전이 될 것입니다. 어차피 여기서 죽기로 각오하고 온 대구입니다.
그러니 누가 되든 저는 죽을힘을 다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솔직한 제 심경을 밝히고자 합니다.
그래서 김 전 지사 대신 선배라 부르겠습니다.
어렵게 내려오셨으니 막걸리라도 한 잔 대접하는 게 당연한 도리인, 저의 선배입니다.
김 선배와 저는 같은 대구 경북 출신입니다. 지금도 경상도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는 비극이 하나 있습니다.
영남에서 태어나 민주화운동을 하다 정치에 뛰어든 경우입니다.
새누리당 쪽에서 운동권 출신은 은근히 따돌림 당합니다.
새정치연합 쪽에서 영남 출신은 항상 소수파에 불과합니다. 영남에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 당을 잘못 만나면 그래서 서럽습니다.
저희 둘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김 선배가 대구로 올 생각을 한 것도 보수로부터 인정받고 싶어서 일겁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 저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지역주의의 벽을 넘어섬으로써 그 소외감을 돌파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설움 받던 저희 둘이 대구까지 와서 지금 싸워야 하는 겁니까?
단순히 누가 이기고 지느냐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닙니다.
김 선배나 저는 한국 정치의 이 비극을 끝내는 것이 임무이기 때문입니다.
재야운동 출신이지만 새누리당에서 김문수가 우뚝 서고, 영남 출신이지만 새정치연합에서 김부겸이 자리 잡을 때, 한국 정당은 소모적인 이념 논쟁과 망국적 지역주의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정치가 국민을 편 가르는 게 아니라 통합해내고, 정책과 비전을 놓고 경쟁하는 정당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서로 당은 다르지만 저희 둘에게 공히 부여된 시대적 과제였습니다.
누가 뭐래도 이것은 잘못된 싸움입니다. 정치가 비정하고 정치인으로 산다는 것이 너무나 비애스럽습니다. 하지만 피하지 않겠습니다.
또한 금도를 넘지 않겠습니다.
둘 다 한때 시대의 어둠에 맞섰던 당당한 청년이었습니다.
그 정신으로 추하지 않고 담백하게 나아가겠습니다.
‘경우 있는 정치’, ‘대의를 지키는 정치’를 위한 싸움입니다.
뚜벅뚜벅 역사의 큰 강물을 따라 걷겠습니다.
대구 시민이 정의롭게 심판해주실 것을 믿습니다.
2015년 6월 25일
김부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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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