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남북회담 회의록과 회의 녹화 테이프 등은 완전히 외울 정도라는 것이 측근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치인의 모습은 여전하다. 탈북자들과의 만남에서 수 백명의 사람들과 일일이 악수하는 모습에서 정 장관은 역시 관료라기보다 정치인에 가깝다. 통일부 내에서는 실세 정치인의 입각으로 난제 해결에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주재원 확충, 정원 확대 등 부처 내 숙원 과제가 정 장관으로 하여금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그리고 김 장관도 역시 다양한 자리를 통해 복지현안과 부처를 장악해 가고 있다. 취임 초 과장급 이상 직원과 간담회를 가졌다. 또 사무관급과의 토론도 예정돼 있다. 부처별로 월 1회 호프 미팅도 계획중이다. 뿐만 아니라 민간 관계 전문가들과의 만남과 토론도 자주 갖고 있다. 이처럼 열정적으로 해당부처 업무 파악에 노력하는 이가 흔치 않다는 것이 주위의 설명이다.
따라서 김 장관을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바뀌고 있다. 실세장관, 정치장관이라는 평가에서 그를 바라보는 시각이 업무형 장관으로 변하고 있다.무엇보다 정 장관의 통일부는 민감한 남북문제를 다루고 있어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탈북자 대거 입국과 남북장관급 회담 무산 등 연이어 터지는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또 보건복지부도 주말에 터진 감기약 파동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 이에 김 장관의 정치력에 다시 한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사실 두 장관 모두 외형적으로는 정치적 행사나 모임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정동영·김근태 양진영간 물밑 싸움이 거세지고 있는 양상이다.여·야간 공방과 여당 내부의 주도권 싸움 등에 대해 겉으로는 무관심한 척하지만 실제로는 별도 채널을 통해 정세를 파악하고 있다. 간접적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계파를 통해 당내 목소리 높이기에 신경 쓰고 있는 모습이다.그러나 현실은 두 실세 장관에게 녹록치 않다.
우선 통일부는 김일성 10주기 조문과 탈북자 대량 입국, 남북 장관급 회담 무산 등 고비를 맞고 있다. 남북관계가 갈수록 꼬이고 있다. 특히 탈북자 입국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북으로 인해 남북장관급회담 성사가 불투명한 상황이 정 장관에게는 부담이 되고 있다. 대체로 남북관계라는 것이 꼬였다가도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북이 협상의 리드를 잡기 위해 정 장관을 시험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만두파동에 이어 주말에 터진 감기약 파동으로 보건복지부를 향한 국민적 비난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김 장관은 식약청을 지휘 감독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악화되고 있는 여론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이번 파동은 국민의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어 김 장관에게는 대단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권대경 kwond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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