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대가 나와의 잠자리보다 1분의 행운을 더 누린다면 어디에 쓰겠소?” “남편이 침실에서 참아내는 시간을 늘리는 데 쓰겠어요.”
셰익스피어 희곡 ‘안토니오와 클레오파트라’의 대사는 끈기 있는 심볼을 원하는 여성의 심리가 기원전까지 거슬러 올라감을 보여준다. 일본 최고(最古) 역사서인 ‘고사기’에는 “제 가슴을 살며시 두드리고 허벅지에 손을 들이 밀어 숲을 어루만지고 샘이 흥건해지면 들어오세요. 그때까지 초조해하시면 안됩니다”라는 여성의 걱정이 기록돼 있다.
남성은 쉽게 타올라서 금방 꺼지는 불이고 여성은 천천히 끓고 완만히 식는 물이다. 이에 조루는 남성의 원초적 비애인데 비애로만 끝나면 다행이지만 가정 파탄까지 흘러간다. 대한남성과학회가 비뇨기과 환자 8000명을 조사해보니 조루 남성의 이혼율이 정상 남성의 2배 이상이었다.
조루를 막는다는 민간요법이 고금동서에 다양하다. 이집트에선 나뭇가지로 심볼을 긁거나 두드렸고 중동에선 귀두에 모래를 뿌려 예민함을 둔화시켰다. 필자의 환자 중에는 때밀이 타올이나 칫솔로 귀두를 문질렀다는 남성도 있다. 이런 처방이 조루 예방은 고사하고 음경 피부가 벗겨져서 세균에 감염되는 불상사만 일으킨다.
의학적 치료법은 원인마다 다르다. 음경신경이 지나치게 예민해서 생기는 조루는 신경 일부를 차단하거나, 감각을 둔하게 하는 약물 주입으로 치료한다. 시만즈기법과 마스터&존슨기법이라는 행동요법도 쓴다. 일명 ‘쥐어짜기 훈련법’이라고 하는데 자위 등 인위적 자극으로 지나치게 예민한 음경신경을 둔화시킨다. 대뇌의 성감이 지나지게 강하거나 사정관 근육이 너무 느슨해서 생기는 조루는 성관계 전에 대뇌나 사정관 근육에 작용하는 약을 먹게 한다.
조루로 인한 부부 갈등을 덜어주는 방법이 있다. 부드럽고 감미로운 전희를 충분히 즐기는 것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성적 반응이 늦으므로 조급하게 돌진하지 말고 사랑의 밀어와 스킨십으로 천천히 들뜨게 해주면 남편의 삽입시간이 짧아도 심각한 불만까지는 이르지 않는다.
정력은 남자에게 있어 절대적이다. 나이가 들어도 정력이 좋다는 말을 듣고 싶고 여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남자이고 싶은 것이 남자의 심리다.
남미가 원산지인 감자는 15세기 중엽 스페인을 거쳐서 전 유럽에 퍼졌다. 감자가 스페인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엄청난 고가에 팔렸는데 정력제라는 엉뚱한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자는 정력과 관계가 없다. 이후 유럽에선 빈민층이 끼니를 때우는 구황작물이 됐다.
비슷한 시기 중국 명나라에서는 여성의 초경혈(初經血)을 이용한 월경환(月經丸)이라는 황당한 정력제가 비싸게 팔렸는데 이시진은 ‘본초강목’에서 이 환약을 “사악한 주술”이라고 비판했다. 19세기 서양에선 스트리키닌이라는 중추신경흥분제가 강력한 섹스 자극제로 유행했는데 이는 오늘날 쥐약으로 쓰는 맹독성 물질이다. 회춘을 향한 동서양 남성들의 분투가 눈물겹기도 하고 가증스럽기도 하다.
해구신은 오랜 세월 선호된 정력제이다. 그런데 해구신도 ‘침대 위 파워’를 직접 강화시키지는 못한다. 남성호르몬이 들어 있어서 신체 전반의 기력을 회복시킬 뿐이다. 이뿐 아니라 민간에서 전해지는 정력제에는 대부분 영양제 한 알 정도의 성분밖에 없다. 이런 정력제를 먹고 효과를 느꼈다면 위약(僞藥) 효과에 불과하다.
그러면 ‘진짜 정력제’는 아예 없나? 있긴 있다. 과학적으로 확실한 정력식품은 단백질이 풍부한 육류다. 하지만 이것도 가난했던 옛날에나 들어맞던 이야기이다. 식생활이 부실했던 시절에는 어쩌다가 고기를 먹으면 아미노산 대사량이 급증해서 성생활에 불꽃이 일었지만 현대인은 오히려 기름진 육류를 너무 많이 먹어서 문제다. 비만이 되고 혈관에 기름이 끼면 발기력이 떨어진다. 그러니 정력을 키운다고 육류에 탐닉하면 아내의 한숨만 깊어진다.
정력 강화에는 ‘특효약’ 한 알보다 꾸준하고 활기찬 성생활이 훨씬 낫다. 50대 남성들에게 부부관계를 3배 자주 시켰더니 1년 뒤 신체 나이가 20세 넘게 어려졌고 정력도 따라서 좋아졌다. 그리고 심리학에서 권하는 댄디즘(dandysm)을 실천해보자. 외모에 신경 써서 멋을 부리고 젊은이들과 어울리면 정신적으로 회춘이 되는데 그러면 실제 정력도 강해진다.
퍼스트 비뇨기과 김재영 원장
<정리=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