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찜한 승점 3점, 슈틸리케호 완생은 언제
찜찜한 승점 3점, 슈틸리케호 완생은 언제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5-06-22 15:12
  • 승인 2015.06.22 15:12
  • 호수 1103
  • 5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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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째 접어든 슈틸리케호, 강한팀 피한 우물 안 개구리 성적

동남아 2연전 무실점 기록…미얀마의 밀집수비에 허우적

▲ 손흥민 선수의 슈팅<뉴시스>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UAE 평가전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지역예선을 치른 슈틸리케호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승점 3점의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끼웠다. 하지만 시원치 않은 경기력에 의문점을 남기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물론 이번 A매치를 통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탁월한 선수 발탁능력을 재확인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골 결정력에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A매치 축구대표팀은 지난 16일(한국시각)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G조 1차전에서 미얀마를 상대로 2-0을 기록하며 1승을 기록했다.

한국은 승점 3점을 챙기며 본선 진출에 한 걸음 다가섰다. 하지만 한국은 승리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개운치 않은 경기를 펼쳐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앞서 펼쳐진 아랍에미리트(UAE)와의 평가전에서 보여준 세밀함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번 경기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조차 “패스 실수가 잦고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경기”라고 언급했을 정도로 한국은 미얀마의 밀집 수비를 제대로 뚫지 못하면서 큰 숙제를 남겼다.

필드골 무산
세트피스에 위안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3위인 미얀마는 한국에 맞서 예상대로 ‘선수비-후역습’ 카드를 들고 나왔다. 이에 미얀마는 경기 시작부터 최전방 공격수 1명을 제외하고 필드 플레이어 9명이 자기 진영이 그물을 쳤다.

이에 대해 한국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태극전사들은 그 틈새를 효과적으로 공략해 양쪽 측면의 배후를 침투하며 기회를 만들었다. 전반 6분 염기훈(수원)의 슈팅이 골대를 맞았고 5분뒤 손흥민(레버쿠젠)의 슈팅은 골키퍼가 아닌 수비수의 몸에 맞고 흘러나오면서 득점과 연결시키지 못했다. 이것이 화근이 됐다.

결정적인 골 기회를 놓치자 한국팀은 초심을 잃은 듯 무너지고 말았다. 패스의 정확도는 떨어졌고 공격 전개 속도가 느려지면서 측면에서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결국 공격 루트도 중앙 쪽으로 단순해지면서 미얀마의 밀집수비에 갇혀버렸다.

이에 대해 한 축구해설위원은 “전반에 원톱 이정협(상주 상무)의 움직임이 아쉬웠다. 상대 수비진 사이에서 수평적, 수직적 움직임을 적절히 분배해 가져가야 하는데 오프사이드 지역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해설위원은 또 “손흥민, 염기훈의 경우는 볼을 안 갖고 있을 때 수비라인과 미드필드라인 사이의 공간에서 좀 더 기민하게 움직였어야 했다. 측면 수비수가 오버래핑에 나섰을 때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들은 크로스를 예상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침투해 좋은 위치를 점할 필요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재대로 밀집수비를 뚫지 못하면서 같은 조에 속한 레바논, 쿠웨이트, 라오스도 미얀마와 유사한 플레이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슈틸리케호가 밀집수비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남은 예선경기를 힘겹게 치러야 할 수도 있다. 더욱이 이번 예선전은 ‘제3국 개최’라는 프리미엄도 작용했지만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점이 특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동아시안 컵에서
공격력 보완될까

▲ 이재성 선수의 골 세리머니 <뉴시스>
다만 한국은 세트피스로 골문을 열었다는 점에 위안을 삼을 수 있다. 전반 34분 이재성(전북)은 손흥민이 올려준 코너킥을 헤딩슛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넣었다. 또 후반 21분 손흥민은 프리킥으로 추가골을 터트려 미얀마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대표팀은 이번 동남아 2연전 5골 중 3골을 세트피스 상황에서 만들어냈다. 더욱이 슈틸리케호의 세트피스가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는 건 고무적이다. 단 약한 팀들을 상대로 더 많은 필드 골을 뽑아내지 못한 것 또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 때문에 슈틸리케 감독은 오는 8월에 열리는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축구선수권대회(동아시안 컵)를 앞두고 대대적인 실험에 들어 갈 것으로 보인다.

우선 동아시안 컵은 FIFA 공식 A매치 기간에 속하지 않아 유럽파 선수들을 소집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K리그, 일본 J리그, 중국 슈퍼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릴 수밖에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에 노출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 발탁한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표팀의 세밀한 공격능력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오는 8월 1~9일까지 중국 우한에서 열리는 동아시안 컵은 한국, 북한, 일본, 중국 등 4개 팀이 출전해 기량을 겨루게 된다. 한국은 지난 2013년 대회에서 2무 1패의 부진한 성적으로 3위에 그쳤다. 이에 이번 대회 우승으로 2년 전 수모를 설욕해야 하고 오는 9월 3일 열리는 라오스와의 월드컵 2차 예선 2차전 홈경기를 앞두고 대표팀 상승세를 이어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떠안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동남아 2연전에서) 공간 창출이나 볼 컨트롤 등 기술적 세밀함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며 “(동아시아 컵에 대비해) 올림픽팀의 유망한 선수를 포함시키는 방안도 고려하는 등 최대한 젊은 선수 위주로 꾸리겠다. 매주 K리그 경기를 보며 많은 선수를 점검하기 때문에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아쉬움 속에서
발굴 능력 재확인

지난해 10월 본격 출항하며 이번 동남아 2연전까지 약 9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는 슈틸리케호의 키워드는 새로운 얼굴을 찾아내는 ‘발굴 능력’과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골 결정력’으로 압축된다. 물론 지난 브라질 월드컵을 치르는 과정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참혹했던 골 결정력에 비해서는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고민 중인 원톱 자원과 미궁에 빠진 공격루트는 슈틸리케 감독의 최대 근심거리다.

하지만 그 사이에 슈틸리케 감독이 새롭게 발굴해낸 자원들은 축구대표팀의 새로운 희망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이제는 축구팬들에게 익숙한 이정협의 경우 2부 리그 소속 선수지만 지난해 12월 제주도 전지훈련 때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이용재(V바렌 나가사키) 역시 마찬가지.

이정협은 올해 아시안컵 직전 치러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과 데뷔골을 동시에 기록했고 아시안 컵에서는 2골을 기록하는 등 숨은 옥석 찾기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이용재는 이번 동남아 2연전에 발탁돼 지난 11일 UAE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과 데뷔골을 기록하는 기쁨을 맛봤다.

슈틸리케도 못 푼
약팀 징크스

▲ 귀국후 기자회견을 가진 울리 슈틸리케 감독<뉴시스>
더불어 ‘멀티 플레이어’ 이재성도 옥석 찾기 시리즈의 하나로 아쉽게 아시안 컵 본선 무대는 밟지 못했지만 지난 3월 우즈베키스탄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뉴질랜드 평가전에서는 A매치 데뷔골을 맛보며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에 응답했다. 해외파의 대거 불참으로 다시 부름을 받은 염기훈도 UAE 평가전에서 인상적인 왼발 슛을 선보여 대체자원으로 높이 평가를 받았다.

새로운 자원 발굴이라는 희망적인 소식에도 불구하고 축구대표팀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부분도 남아 있다. 유달리 약팀을 상대로 헛심을 쓰는 징크스는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여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국 축구가 약팀을 상대로 약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말 그대로 ‘실력’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한국 축구는 2003년 10월 오만 무스카트에서 얼린 아시안컵 예선에서 오만에게 1-3으로 패배를 당해 오만 쇼크라는 불명예를 떠 안은 바 있다. 이후 2004년 2월 몰디브와의 독일월드컵 2차 예선 2차전 원정에서도 득점 없이 비기는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이번 미얀마 전에서도 한국은 상대의 밀집 수비를 뚫어낼 정교함과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가까스로 승리를 거뒀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태극전사들의 정교함과 창의력 부족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슈틸리케 호는 그간 15경기를 치르면서 11승 1무 3패의 성적을 받았지만 대부분 FIFA랭킹이 낮은 팀들이었다.

우리보다 수준 높다고 평가되는 코스타리카(1패), 호주(1승1패), 이란(1패) 등을 상대로는 우세한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더욱이 아직 유럽 팀과는 맞붙어 보지 못하면서 자칫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제 출항한 지 1년도 채 안된 슈틸리케호가 단번에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제 러시아월드컵을 향해 한걸음 전진한 만큼 이제는 본선무대를 향해 본격적인 담금질이 필요하다. 또 해외파의 합류여부에 따라 실력이 출렁이는 대표팀은 불안감을 더할 뿐이다. 이제는 K리그 중심으로 꾸려진 안정적인 플랜B를 완성하기 위해 슈틸리케 감독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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