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인상깊은 연기로 갈채를 받았던 배우 유준상은 다양한 활동때문에 바쁘기로 유명하다. 최근까지 뮤지컬 ‘로빈훗’과 ‘그날들’로 무대에서 대중들과 호흡했고 드라마 촬영도 병행했다. 지난달에는 자신의 3번째 앨범까지 발표해 어엿한 뮤지션의 면모도 드러냈다.

유준상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일요서울을 만나 “동시에 세 작품을 소화하면서 죽는 줄 알았다”며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정신력이 향상됐다는 것을 느꼈다. 제가 내일 모레면 50인데 정신력으로 버티면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바쁜 삶의 보람에 대해 소회를 밝혔다.
누가 봐도 바쁜 그지만 이번에는 저예산 영화인 ‘성난 화가’를 통해 자신의 다양성에 또다시 방점을 찍었다.
유준상은 “1년 전에 촬영한 것이라 다 잊어버렸다. 영화에 대한 기억이 통째로 다 날아갔다”면서 “일단 2개월 정도 몸을 만드느라 투자를 했다. 그 시간에 무술 액션을 계속 했었고 또 대역을 해주는 친구가 영화 ‘전설의 주먹’에서도 대역을 했던 친구여서 그 친구를 봐서라도 열심히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근데 오기가 더 생겼다. 여러가지 여건이 힘드니깐 어떻게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서 그런 여건들을 잘 막아봐야지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한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영화 ‘성난 화가’에서 그는 화가 역할을 맡았다. 극중 화가는 천사의 이미지가 투영되어 있어 악한 사람들을 징벌하고 그들의 장기를 꺼내 아이나 여자에게 제공하는 독특한 캐릭터다.
유준상은 “제 역할은 실제 천사로 설정하고 한 역할이었어요. 그래서 진짜 날개가 나오기로 했었다. 감독님도 분명 날개가 나온다고 했는데 막상 CG비용이 많이 들어서 날개를 포기할 수밖에 없어 아쉬웠다. 실존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표현하기가 힘들었다. 특히 무표정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려웠다”고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꺼내놨다.
하지만 유준상의 진짜 고민은 장르 자체에 숨어 있었다. 그는 “(징그럽고 무서운 거 싫어하는데) 우리 미술팀이 진짜 열심히 모형 장기를 진짜처럼 보이게 해서 정말 힘들었다”고 당시의 고충을 토로해 웃음을 선사했다.

인연만큼이나 저예산 영화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그는 “알게 모르게 저예산 영화를 많이 했다. 일단 홍상수 감독님 작품을 5편이나 했고 이 영화도 1억 미만이었다. 그간의 경험 덕분에 많이 단련이 됐다. 스탭 5명과 찍어본 적도 있을 정도”라며 “이런 영화가 주는 즐거움이 있다. 상업 영화에서 펼쳐보지 못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상업영화에서는 이런 영화를 누가 만들라고 하겠나. 돈도 안 줄 뿐더러. 근데 이렇게라도 할 수 있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작을 하는 이유를 묻자 유준상은 “제가 20년째 공연을 하고 있잖아요. 무대에 계속 선다는 게 다행이다. 무대는 잠깐 나오면 다시 돌아가기 힘들다.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똑같은 것을 매일 매일 외워야하고 늘 마음을 졸이지만 사실 그게 좋은 거고 엄청난 공부가 된다. 때문에 계속 트레이닝을 하면서 공연을 하고 있다”며 “어찌 됐건 배우로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이다. 뮤지컬이나 다양성 영화를 찾는 이유도 더 많은 재미있는 얘기를 전달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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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촬영=송승진 기자>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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