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2015 경북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긴급진단] 2015 경북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5-06-22 11:30
  • 승인 2015.06.22 11:30
  • 호수 1103
  • 4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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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사업 지역 업체 제외…‘관경유착’ 의혹
▲ <사진: 뉴시스>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2015 경북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문경시와 조직위의 지역경제 외면 행태와 관경유착 의혹 등으로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조직위는 지난달 개·폐막식 입장료 유료화 방침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또 선수단 급식 위탁 용역 업체로 지역업체가 아닌 서울업체를 선정했고 선수촌 건립마저 무산되면서 대회 유치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의 부푼 꿈을 안고 있던 시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문경시와 조직위는 세계군인체육대회를 ‘국민·시민을 위한 행사’가 아닌 ‘자신들을 위한 행사’로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개·폐막식 입장료 유료화, 시민 발길 끊을 수도
수익사업 낙찰 업체만 배 불린다는 지적도 나와

지난 5월 14일 조직위는 대회 개·폐막식 입장료를 유료화 한다고 발표했다. 역대 대회 사상 처음으로 개·폐막식 입장료를 유료화 했다. 조직위가 밝힌 유료화 이유는 대회 수익이었다. 하지만 축구, 야구 등 24개 종목 경기는 무료입장이다.
문제는 입장권 가격이다. 좌석가격은 개막식 S석(4천14석) 10만 원, A석(1천26석) 5만 원, B석(7천489석)은 3만 원이며 폐막식은 각각 5만 원, 3만 원, 1만 원으로 정했다. 조직위는 입장권이 모두 팔릴 경우 4억 원의 수익이 예상된다고 밝히며 홍보했지만 문제는 누가 이 비싼 표를 살까 하는 것이다.

조직위는
지역 업체 외면

10만 원짜리 입장권은 대회 개회식과 폐회식을 모두 합하면 2만 4천여장이다. 문경시의 인구가 7만 명 정도인데 약 3분의 1에 이르는 시민들이 표를 사야 개·폐막식 소요비용인 50억을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 있다. 물론 경북도 내 자치단체를 다 포함한다면 규모는 조금 더 커지지만 문경시 시민들은 회의적이다.

개·폐막식 소요비용을 도내 시민들에게 티켓을 팔아 충당하겠다는 조직위가 정작 수익사업이 되는 다른 사업들은 지역기업이 아닌 서울 등 수도권 업체에게 맡기고 있어 문제다.
각종 대회를 치를 경우 가장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분은 급식 사업, 선수촌 사업, 개·폐회식 대행사 선정 사업, 공식후원은행 지정 사업 등이다. 하지만 조직위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앞선 사업분야 선정사 모두를 경북도 내 기업이 아닌 외지업체로 선정했다.

특히 110개국 선수 및 임원 7천800여 명에게 제공될 78억5천만원 규모의 급식 위탁 용역 업체의 경우 지역 업체를 탈락시키고 서울의 아모제푸드㈜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비록 입찰 참가자격이 국가를 상대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을 따랐다고 하지만 지역 업체에 대한 배려 없이 입찰을 진행해 지역 업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실 이 과정에서 조직위와 문경시는 마찰을 빚기도 했다. 문경시의 입장에서는 앞선 사업 업체 선정 시 지역업체를 선정해 주길 요청했으나 조직위 측에서는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원리원칙대로 후원금을 많이 내는 업체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입찰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커다란 국제 행사를 앞두고 문경시의 이상한 행보도 구설에 오르고 있다. 문경시는 선수촌 건립이 무산된 뒤 선수촌용 캐러반 하우스를 활용해 대회를 치르기로 했다.

문경시는 업체 위해
행사용품 판매 나서

임시숙소인 선수촌용 캐러반 하우스는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두성특장차가 34억 5천만 원에 사업을 낙찰 받았다. 모두 350개로 1천300명이 사용할 수 있다. 캐러반 하우스는 제작업체가 대회기간 10일 동안 개당 사용료 1천만 원씩 35억 원을 받은 뒤 철거해 가져가는 내용으로 계약이 됐다.

문제는 대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문경시가 이 캐러반 하우스를 일반인에게 판매하면서 불거졌다. 문경시는 지난달 말부터 시청 마당에 4인 1실 규모의 캐러밴형 하우스를 전시하면서 업체와 손잡고 예약 판매에 들어갔다.

캐러반 하우스는 개당 2천650만 원이다. 하지만 대회 기간 중 사용료 1천만 원을 문경시가 업체에 지급하기 때문에 1천650만원에 판매된다. 한마디로 중고 캐러반 하우스를 사는 셈이다.
길이 12m 높이 3m 면적 36㎡ 크기의 이 캐러반 하우스는 일반 캐러반과 달리 특수제작돼 바퀴가 없다. 결국 특수장비를 이용해 구매자가 원하는 곳까지 가져가야 한다.

또 실제 구매자는 대회기간 중 사용됐던 캐러반 하우스를 그대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껍데기만 구매하는 형태다. 대회가 끝나고 캐러밴 하우스 내부에 있던 침대와 냉난방 시설 등이 조직위로 반납되기 때문이다.

불편한 점은 또 있다. 이 캐러반 하우스를 가져간다 해도 아무 곳에나 둘 수 없다는 점이다. 주거용 시설로 분류돼 있어 건축법상 농지 및 산지의 경우, 전용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기 및 우·오수 설비도 갖춰야 설치허가를 받을 수 있다.

문경시가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서면서 14일 기준으로 100여개의 캐러반 하우스에 대해 구매 예약을 했다. 개당 계약금은 150만 원씩이다. 캐러반 하우스를 만들었던 두성특장차는 업체 측 입장에서 보면 대회 후 수송과 보관 재판매 문제가 모두 해결되면서 약 35억원의 입찰금액 외에 16억5천만원 이상을 더 가져가게 됐다.

문경시의 이런 행보는 지역 시민과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각종 사업에서 지역업체를 선정하지도 못하면서 정작 사업권을 따낸 외지 업체를 위해서는 뒤처리까지 해주는 상황이다 보니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관경유착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업체 스스로 판매계획을 세워 판매에 나서도 되는 상황인데 굳이 문경시가 직접 나서서 판매를 돕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회가 끝난 후 캐러반 하우스 안의 모든 제품들은 조직위가 가져가 사실상 껍데기뿐인 제품을 판매하는데 가격할인은 커녕 정가 그대로 판매하다 보니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시민·국민 발길 모을
방안부터 세워야

‘2015 경북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는 성공적인 개최 여부가 아직까지 불확실한 것이 사실이다. 대회 자체를 알고 있는 국민들도 그리 많지 않다. 조직위와 문경시는 스스로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확신하는 분위기지만 자칫 ‘그들만의 대회’로 머물 수도 있다.

대회 개최까지 4개월여가 남았지만 아직도 국민들은 세계군인체육대회가 무슨 대회인지 어디서 열리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 대회 수익사업을 낙찰 받은 업체를 도와주는 것보다 시민과 국민들의 발길을 대회장으로 이끌 방안을 모색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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