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공화국 대한민국 실태 대해부
괴담 공화국 대한민국 실태 대해부
  • 조아라 기자
  • 입력 2015-06-22 11:27
  • 승인 2015.06.22 11:27
  • 호수 1103
  • 4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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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기자 사칭까지 ‘이래도 안믿어

[일요서울 | 조아라 기자] 괴담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미국의 심리학자 고든 올프트는 1945년 괴담에 대한 공식을 발표했다. 공식에 따르면 괴담은 주제의 중요성과 해당 이슈의 모호성이 곱해진 결과다.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주제와 관련 증거의 부족이 만들어내는 괴담. 굵직한 주요 사건마다 등장했던 괴담을 정리해봤다.

 
부족한 정보와 왜곡이 원인…정부 “엄정 대응”  
사회 신뢰 무너뜨리는 괴담…SNS서 눈덩이로 커져
 
#[헤럴드경제=윤병찬 기자] 4일 오전 메르스 확산의 여파로 정부는 6월 8일~10일까지 3일을 임시 공휴일로 결정하기로 하였다. 이는 보건당국의 강력한 주장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메르스에 최초 감염된 1번 환자의 소식이 전해질 때만 해도 메르스와 관련된 괴담은 없었다. 하지만 지난 1일 첫 번째 사망자가 발생하고, 격리대상자가 1000여명을 넘어서면서 메스르 괴담은 삽시간에 퍼지기 시작했다. 당시 정부가 감염 확진자의 이동경로를 공개하지 않았던 만큼 SNS를 통해 출처불명의 괴담이 더욱 퍼졌다.
 
일명 ‘공기전파설’까지 제기되자 SNS 상에는 ‘임시 공휴일’ 루머도 돌았다. 이번엔 실제 언론사 기자를 사칭해 사람들을 속였다. 해당기사 링크를 열면 ‘월척을 낚은 외국 관광객’이라는 제목의 뉴시스 사진기사로 연결됐다. 헤럴드경제 측은 “경찰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했다”며 “뉴시스 쪽에서 고발한 건에 대해서는 최초 유포자를 잡았지만 윤병찬 기자를 사칭한 사람은 못 잡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기 이름으로 퍼진 탓에 해당 기자는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회 이슈마다 퍼진 괴담
 
그간 굵직한 사회 이슈가 터질 때마다 괴담과 루머는 끊이지 않고 퍼졌다. 지난해 세월호 사건 당시엔 ‘사고 발생 7시20분설’, ‘희생자 주검 손가락 골절설’, ‘세월호 에어포켓 존재설’, ‘다이빙벨 논란’ 등이 퍼졌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괴담도 끊이지 않았다. ‘세월호 유가족이 과도한 보상금을 요구한다’, ‘희생자를 의사자로 지정해 달라’는 등 사실과 다른 내용이 진실처럼 유포됐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엔 일본 원전 괴담이 등장했다. ‘일본 열도의 절반이 고농도 방사능에 오염됐다’, ‘일본정부가 방사능 정보를 통제하고 있다’, ‘우리나라 명태의 90% 이상이 일본산이다’ 등의 내용이다. 당시 정홍원 국무총리는 “악의적으로 괴담을 조작, 유포하는 행위를 추적해 처벌함으로써 근절되도록 해달라”고 발언했다.
 
2013년엔 KTX 자회사 설립을 두고 괴담이 퍼졌다. 코레일 측이 수익악화와 적자 문제를 거론하며 수서발 KTX를 코레일에서 분할해 별도의 회사를 세워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다. 이는 공기업을 민간기업으로 부분 전환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이 됐다. 이에 반발한 철도 노조는 파업을 시작했다.
 
더불어 ‘수도권 전철 요금 5천원으로 인상된다’, ‘서울-부산행 KTX 요금이 40만 원까지 오른다’, ‘민영화한 뒤 철도사업을 국내외 대기업에 팔아넘길 것’이라는 내용의 괴담이 퍼졌다. 당시 코레일 측은 “괴담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도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서울시 등의 통제를 받는 만큼 지하철 요금을 일방적으로 올릴 수 없다는 것도 강조했다.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대책을 놓고도 의료민영화 논란이 컸다. 원격의료와 의료법인 자회사, 의료법인 간 합병 허용 등의 정책이 추진되면 의료민영화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된 것이다. 인터넷상에서는 “의료 민영화가 되면 병원비가 미국처럼 폭등할 것”이라는 주장이 사실처럼 굳어졌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가 한국에서도 현실화 될 것이라는 불안이 확산됐다. 이 영화는 미국 의료제도의 모순을 겪은 사람들의 실제 사례를 모아 다큐멘터리로 전개했다. 미국 의료보험 제도의 취약성을 고발하며 미국 의료의 암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돈 없으면 죽으란 말이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워 제왕절개 분만비 2000만 원, 맹장수술 비 1000만 원 등 구체적인 금액까지 제시됐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정부도 의료민영화에 반대한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2008년엔 미국산 소고기 수입 여부 협상을 두고 ‘광우병’ 괴담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광우병 소고기를 다룬 칼과 도마에 의해 수돗물까지 오염된다’, ‘한국인 95%가 광우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미국인이 먹는 소고기와 우리나라에 수출하는 소고기가 다르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확산됐다.
 
소고기 통상 협상에서 광우병에 대해 제기된 의혹에 정부가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소고기는 수입할 수 없다’는 주장이 공감대를 얻으며 2008년 5월 촛불집회가 시작됐다. 걷잡을 수 없이 퍼진 괴담에 당시 농림수산식품부와 보건복지가족부는 ‘광우병괴담 10문 10답’을 통해 근거 없는 오해를 불식시키려 했다. 
 
장난삼아 퍼트린 괴담?
 
괴담이 끊이지 않고 퍼지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에 따르면 괴담은 크게 두 가지가 이유로 퍼진다. 하나는 불만 표출 심리고 다른 하나는 경제적 이익이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서다. 더불어 ‘인터넷 부머(Internet Boomer)’의 등장도 유언비어를 확산시켰다. 이들은 인터넷상에 장난삼아 유언비어를 퍼트린다. 정보 부족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교묘히 왜곡시키기에 대개 보통사람들은 진실처럼 믿기 일쑤다. 문제는 SNS로 인한 눈덩이 효과다. 
 
전문가들은 괴담이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사회질병’인 만큼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역할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신뢰감 회복으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해 괴담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미디어학부 교수는 “신뢰 잃은 정부와 전문성이 부족한 언론 오보로 시민들이 인터넷을 뒤져 믿을만한 유언비어를 찾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뢰 회복을 위해 정부가 국민과 정보를 공유하며 괴담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정부는 그간 악의적 괴담 유포자에 대해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chocho621@ilyoseoul.co.kr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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