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 볼모삼아 정치색 드러낸 교수님?
학점 볼모삼아 정치색 드러낸 교수님?
  • 조아라 기자
  • 입력 2015-06-22 11:24
  • 승인 2015.06.22 11:24
  • 호수 1103
  • 3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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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일베 교수 논란

[일요서울 | 조아라 기자] 일간베스트(이하 일베)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일반적인 인터넷 커뮤니티로 보기에는 일베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이 극단적인 가치관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일베는 진영논리, 지역감정 조장, 여성 혐오와 차별, 이중 잣대 및 선동, 고인에 대한 조롱 등을 서슴없이 내비친다. 최근엔 공영방송 KBS가 일베 헤비유저로 알려진 수습기자를 일반직으로 발령해 문제가 됐다. 일부에 국한됐던 일베 논란이 이제 대학가 교수들까지로 확대됐다.

일명 ‘일베 교수’ 논란이 커진 건 지난 6일 자신의 정치관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과제를 내면서다. 부산대학교 철학과 최우원 교수는 ‘인터넷에서 노무현 대통령 때의 선거가 조작됐다는 증거 자료를 찾아서 첨부하고, 만약 자기가 대법관이라면 이 같은 명백한 사기극을 어떻게 판결할 것인지 생각해서 이 사건을 평가하라’는 제목의 과제를 냈다.
 
과학철학 강의를 담당하고 있는 최 교수의 과제는 부산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외부에 알려졌다. 같은날 부산대 학내 동아리 단체인 대학혁신연구소와 부산대 총학생회는 대자보와 1인 시위로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지난 10일 사태 해결을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또한 총장과의 만남을 통해 대학본부가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고, 학생들이 피해가 없게 할 것을 요구했다. 총학생회에 따르면 학교본부는 조사를 하고 대책회의를 가질 예정으로 알려졌다. 
 
최 교수는 이날 학내 게시판이 아닌 일베 게시판에 ‘부산대 학생회는 도망가지 말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모든 대학생들과 국민이 지켜보는 공개 토론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길 바란다”고 썼다. 이어 “정체가 수상한 학생회의 바람몰이 중상, 선동에 넘어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에 학생회는 “강의계획서와 무관한 내용의 수업을 진행해 학점을 볼모삼아 강제한 점을 사과하라”며 “부당한 기준으로 채점될 ‘과학철학’ 리포트를 당장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최 교수는 지난 1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방적인 인민재판”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전자개표기 사기사건’에 관해 10년 전부터 공개토론을 주장했지만 중상과 음해만 당했다”며 “학교 안팎이 날 표적삼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대학본부는 나에게 알리지도 않고 학생들을 만나서 분위기를 잡았다”며 “수업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다같이 공개토론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라고 덧붙였다.
 
홍익대에서도 지난 9일 일베 교수 논란이 불거졌다. 홍익대 인터넷 커뮤니티에 ‘류병운 교수님 시험 불쾌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부터다. 류병운 법학과 교수는 미국 계약법 과목을 맡고 있다. 영문으로 출제된 지문 일부에는 ‘Dae Jung Deadbeat’, ‘Roh’와 ‘Bongha prince’ 등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류 교수는 지난 11일 총학생회, 법과대학 학생회장과의 면담에서 “전직 대통령을 비하할 목적으로 낸 것 아니다”며 “김대중이나 노무현이가 신도 아닌데 역사의 비판을 받아야 할 측면도 있고, 물론 업적도 있겠지”라고 말했다. 또 “사자명예훼손죄는 친고죄인 데다 사실을 적시해서 사자의 명예를 훼손시켜야 되지만 이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튿날인 지난 12일 류 교수가 언론사에 시험지 전문을 배포한 사실이 알려지자 총학생회 역시 시험 전문을 공개했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대중(Dae Jung)은 게으름뱅이나 사회낙오자, 노(Roh)는 17살에 지능지수가 69였다. 그는 6살 때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리면서 머리가 나빠졌고, 이로 인해 고통 받았다는 등의 내용이다. 
 
류 교수는 학생의 문제제기 이후 일주일간 세 차례 총학생회와 대학 측과 면담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만의 교수법이다”,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기 위함이다”, “이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다” 등의 말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류 교수는 지난 15일 '영미법' 클래스넷 공지사항에 ‘출제 문제에 대한 담당 교수의 변’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그는 “문제가 된 이번 시험문제들은 압축된 계약법 사례에, 집중력을 높이고 기억에 오래 남도록, 시사적 사건에 옷을 입혀 정성껏 만든 것들로 특정인과도 관련 없고 더욱이 그 비하도 아니다”고 자신의 뜻을 밝히며 해당 문제의 해설을 함께 첨부했다. 
 
현재 총학생회는 총장 면담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총학생회는 류 교수의 자진 퇴진을 유도하고, 앞으로 온라인상으로 여론화 작업을 해나갈 계획이다. 사안이 장기화될 경우 해당 교수의 수강신청 거부 운동도 전개할 방침이다. 한편 류 교수와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chocho621@ilyoseoul.co.kr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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