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메르스에 발목잡힌 청와대
[심층분석] 메르스에 발목잡힌 청와대
  • 김재현 프리랜서
  • 입력 2015-06-22 10:32
  • 승인 2015.06.22 10:32
  • 호수 1103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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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돌파 승부수 띄운다
▲ photo@ilyoseoul.co.kr

“메르스 사태 해결하지 않고선 개혁 일정 차질”
내년 총선후보 놓고 친이-친박계 갈등 조짐도

[일요서울 | 김재현 프리랜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8일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당시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총리 공백’ 사태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청와대는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이완구 전 총리가 지난 4월 27일 ‘성완종 리스트’파문에 발목 잡혀 낙마한 이후 52일 만에 신임 총리를 임명한 청와대는 신임 총리를 선두로 메르스 확산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각오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첫 번째 당부 사항은 역시 메르스 종식이었다. 황 총리와 관련, 일부에서는 총리 임명과 동시에 사정정국이 도래할 것이라며 우려 섞인 관측을 내놓았지만 메르스의 확산으로 사정정국은 당분간 뒤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 등 사정기관의 조직개편은 추진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현재 청와대와 검찰이 정치권 수사 본격화를 집중 검토하고 있어 정치권 특히 친이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정기관이 수사를 정치권으로 확대할 것이며, 총선을 앞두고 친이계를 정면으로 겨냥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머지않아 친박계와 친이계의 갈등이 또다시 수면위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친박계와 새누리당의 당권을 장악한 친이계가 심상치 않다.

‘성완종 리스트’가 불거지기 전 검찰의 칼날은 친이계 핵심부를 겨누는 듯했다. 하지만 성완종 리스트에 이어 메르스 사태가 터지면서 사정정국의 기세는 허공에 메아리치다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우려 섞인 관측이 제기된다. “황 총리의 인선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면 검찰이 더 강도 높게 친이계 핵심부를 압박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게 나돌고 있다. 이에 청와대는 빠르면 6월 중 늦어도 7월 중순 이전에 메르스 사태를 일단 한 단계 진정시키고 검찰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정치권과 청와대 주변에서 나온다.

박 대통령이 황 총리에 메르스 사태 진정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이유도 이 같은 다급함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확산과 공포는 단기간에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완전한 진정세로 접어들기 위해선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청와대는 한달 안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재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제 진정세가 아니라 여론을 통해 진정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소식통은 “메르스 쇼크로 내수마저 위축되는 등 한국경제가 흔들릴 조짐을 보이는 데다 메르스 사태를 해결하지 않고선 정치개혁과 4대 부문 구조개혁 등 주요 국정과제 동력마저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절박한 인식이 청와대 전반에 자리잡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메르스의 진정 없이 사정정국을 본격화 할 경우 심각한 국민적 비난여론에 직면함과 동시에 상당한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 청와대의 계산이다. 이에 따라 일단 메르스 진정을 발판으로 사정정국을 재가동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이 황 총리에게 메르스 종식을 당부하면서 “총리가 사회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의 사령탑이 돼야 한다”며 “사회개혁과 4대 개혁은 지금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적 과제인 만큼 중단 없는 개혁을 당부한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이에 황 총리 주도의 사정기관 인사 개편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최근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마무리하고 이 사건 전에 수사하던 사건과 새로 진행하는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의 검찰 인사와 향후 검찰인사는 이 수사들에 초점을 맞춰 추진될 것이라는 게 검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현재 검찰이 조사하고 있는 사건들을 살펴보면 사건의 정치권 확대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검찰은 현재 해상작전헬기 도입 사업 비리에 백범 김구 선생의 손자인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이 연루된 정황을 발견하고 수사 중이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의 영국 개발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김 전 처장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2013년 추진한 차기 호위함 등 해군 함정에 탑재될 해상작전헬기 선정 사업을 추진했는데, 당초 유력했던 미국의 '시호크' 대신 영국 기종인 '와일드캣'이 선정되면서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보훈처장을 지낸 김 전 청장이 금품을 받고 막판에 기종이 와일드캣으로 바뀌도록 군 고위 인사 등을 대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와일드캣의 시험평가결과서 조작을 지시한 혐의로 박모 해군 소장을 구속한 바 있다.

또 패션기업 신원그룹의 박성철(75) 회장이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한동훈)는 국세청이 고발한 박 회장의 탈세 관련 자료에 대한 분석 작업을 마치고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지난 16일 밝혔다.

이에 앞서 국세청은 신원그룹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서 박 회장의 탈세 혐의를 적발, 박 회장 아내와 회사 관계자 등에게 190억원 상당의 세금을 추징하고 박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뿐만 아니라 검찰은 해외도박 사실이 있는 기업인들을 추가로 조사할 방침이어서 사건이 재계 전반에 확대될 전망이다.

친이계 압박 카드 나오나

폭력조직의 원정도박 알선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기업인들의 연루 정황을 포착하고 본격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최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심재철)는 원정도박자들을 마카오 도박장으로 안내하고 수수료를 받아 챙긴 혐의로 폭력조직 ‘학동파’ 부두목 이모씨(53)와 행동대장 정모씨(37)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 해외에서 거액의 원정도박을 벌인 기업인들을 향해 수사에 착수했다. 원정도박에 가담한 기업인들은 마카오 외에도 필리핀, 캄보디아 등에서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와대가 재계로 수사를 확대하자 정치권 수사도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전망과 함께 친이계와 친박계가 다시 갈등을 겪게 될 것이라는 말이 적지 않다. 최근 청와대 주변에서는 “친박계가 친이계에 대한 압박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최근 이 같은 조짐이 감지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시작은 국회법 개정이다.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예상했던 대로 여권 내 계파간 충돌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명분 확보를 위해 계파 간 전초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7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청와대를 향해 “정치판을 깨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는 견해를 드러냈다.

정 의원은 “87%의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이고 “국회의장의 중재 하에서 여야 합의로 개정안을 수정해 정부로 이첩하는 등 국회에서는 나름대로는 성의를 다했다”며 개정안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비박·친이계 중진 의원으로 분류되는 정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대표적인 친박계 의원인 이정현 최고의원이 이견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법을 이렇게 애매모호하게 만들고 현장에서 알아서 하라고 던질 수 있느냐”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몇 년 뒤면 설립 70년에 이르는 국회에서 법 하나를 애매모호하게 만들면 일반 국민이 입법부에 어떤 신뢰 가질 수 있겠냐”며 정 의원을 쏘아붙였다.

역시 친박계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글자 하나를 고쳐서 정부에 이송했다고 해서 위헌 논란을 불식시키지는 못해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원내대표의 상황 인식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개정안 처리를 주도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친박계 내부에서는 이미 예상됐던 일이라는 말도 나온다. 청와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커지고 있는 시점을 친이계가 그냥 지나칠 리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친이계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검찰 수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의혹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친이계 내부에서 청와대의 움직임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바로 그래서다.

한편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교체 및 정무수석 인선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메르스 사태가 종식되고 난 뒤에는 복지장관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따라서 문 장관이 메르스 사태를 마무리 지은 뒤 적절한 시점에 사의를 표명하면 박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공석인 정무수석 인사도 박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청와대는 내년 총선에 불출마할 정치인을 중심으로 후임자를 찾다 인물난에 봉착했고, 언론계 인사로 범위를 넓혀 적임자를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여권 일각에선 복지장관, 정무수석 등의 인사 수요와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의원 겸직 국무위원의 새누리당 복귀 가능성 등을 들어 중폭개각설이 나오고 있다.
ilyo@ilyoseoul.co.kr 

김재현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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