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3대 주주 헤지펀드 엘리엇
삼성물산 3대 주주 헤지펀드 엘리엇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5-06-22 10:29
  • 승인 2015.06.22 10:29
  • 호수 1103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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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저평가로 주주들 7조8000억 손해”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삼성이 전격 발표했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반기를 들고 나섰다. 삼성물산의 3대 주주인 엘리엇은 현재 주가보다 실적과 보유지분 등 실제 회사가치 산정으로 합병비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엘리엇의 등장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흔들리는 가운데 삼성SDS의 향방도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 주가보다 실적·보유지분으로 회사가치 산정 주장
여전한 삼성의 시나리오…이재용 위한 그림 성공할까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1977년 미국에서 설립된 헤지펀드다. 회사 설립자인 폴 싱어의 중간이름을 딴 명칭으로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

38년이 지난 현재 엘리엇은 250억 달러(약 28조 원)를 운용하는 거대자본으로 성장했다. 연 수익률도 평균 15%를 웃도는 성적을 내지만 가장 유명한 부문은 아이러니하게도 소송이다.

법정 분쟁으로 대부분 목적 달성

사실 엘리엇이라는 이름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구도에 등장한 순간부터 삼성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앞서 엘리엇은 12년 전인 2003년 미국 피앤지(P&G)를 대상으로 법적 분쟁을 벌인 바 있다. 피앤지가 독일 웰라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제시한 주가가 부당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당시 엘리엇은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자산운용사와 이 같은 주장을 제기했다. 소송 끝에 피앤지는 결국 웰라의 인수 가격을 높이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또 2005년에는 엘리엇이 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미국 샵코(Shopko)를 상대로 매각가격에 대한 반대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이때도 엘리엇은 다른 헤지펀드들과 함께 샵코의 헐값매각 논란을 키웠다. 결국 샵코는 자사의 매각가격을 높여 팔 수밖에 없었다.

이어 2006년 스위스 아데코(Adecco)가 디아이에스(DIS)의 지분을 확대할 때에도 엘리엇의 소송장은 날아들었다.

원래 아데코는 디아이에스 지분 35%를 사들여 비상장사로 전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엘리엇과 여타 헤지펀드들의 반대로 소송에 휘말리자 주당 가격을 두 배 넘게 높여 매입해야 했다.

국민연금 등 다른 주주 입장은

이 엘리엇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반대하고 나설 수 있던 것은 삼성물산의 3대 주주라는 명분이다.

삼성물산의 지분을 가장 많이 쥔 것은 삼성 계열사와 오너 일가 등 우호지분이 19.75 %다. 이는 삼성물산 자사주 전량을 KCC에 매각한다는 가정 아래 산정한 비율이다.

이어 2대주주가 국민연금 9.79%, 3대주주가 엘리엇 7.12%다. 엘리엇을 제외한 외국인 지분은 26.63%로 향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삼성물산은 제일모직보다 매출액이 5배 이상 많고 영업이익은 3배가 넘는 실적을 올리고 있다.

그럼에도 합병비율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1:0.35로 매우 불리하다. 합병의 기준으로 삼는 실제 주가에서는 제일모직이 삼성물산보다 훨씬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현행 국내법에서는 합병 시 총 자산가치를 모두 반영할 필요가 없으며 오로지 주가로만 결정해도 무방하다.

이를 통해 삼성이 산정한 회사가치는 제일모직이 21조5000억 원, 삼성물산이 8조7000억 원이다. 둘의 합병비율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게다가 삼성물산은 타 계열사 보유지분만으로도 16조 원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지분만도 8조6000억 원에 이를 정도다.

결국 삼성물산의 평가가치가 회사 자체는 물론 보유지분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에서 이뤄진 것이다.

엘리엇 측은 “이번 합병계약은 삼성물산을 심각하게 저평가했고 제일모직 주식의 시장 가치가 극단적으로 고평가됐다는 점에서 불공정하다”면서 “합병 시 삼성물산 주주들은 제일모직 주주들을 위해 7조8000억 원의 장부 가치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삼성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것은 사실 이재용 부회장의 기업 지배력 강화에 맞춰져 있다.

알려진 것처럼 이재용 부회장의 현재 지분으로는 삼성 전체에 대한 영향력이 상당히 미약하다. 

SDS는 전자 대신 SDI와?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사실상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을 필두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가 각 계열사로 뻗어나가는 형태를 이루고 있다.

새로 상장한 제일모직의 경우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23.24%로 문제가 없다. 비슷한 시기에 상장한 삼성SDS 지분도 11.25%나 된다.

그러나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보면 이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이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각각 0.06%, 0.57%에 지나지 않는다.

비교하자면 지난해 말 상장한 삼성SDS와 제일모직은 삼성의 지배구조개선 작업을 염두에 두고 이뤄졌다. 이 부회장이 다수의 지분을 보유하도록 처음부터 판이 짜여 있었다는 의미다.

때문에 제일모직의 경우 이 부회장이 삼성을 이끌려면 지분을 계속 가져갈 수밖에 없으니 계열사 중 하나와 합병시켜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점쳤다.

또 삼성SDS의 경우 주가를 올려 처분함으로써 주요 계열사 지분 인수 등 상속세 마련에 필요한 현금으로 활용할 것이라 여겼다.

여기에서 주요 계열사란 지분이 거의 없는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다. 현재 이 부회장과 달리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지분은 각각 20.76%, 3.38%다.

만약 이 부회장이 상속으로 이를 승계하면 보다 단순해진 지배구조를 통해 각 부문의 계열사를 지휘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삼성 일가가 정상적으로 상속을 할 경우 상속세로 납부해야 할 금액이 최고 5조 원에 이른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이 부회장이 가장 많이 가진 제일모직 지분을 팔자니 구조상 삼성 전체에 대한 지배력이 사라진다.

남은 삼성SDS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보다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이 역시 당초 예상과 달라지고 있다.

당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발표 직후 삼성SDS는 삼성전자와의 합병설에 이어 최근 삼성SDI와의 합병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실 엘리엇이 이 같은 주장을 제기하기 이전에도 국내 일부 기관들 역시 문제를 인식한 바 있다”면서 “다만 삼성이라는 큰 고객을 상대로 말하지 못했던 측면이 커 이번 엘리엇의 행보는 한동안 최대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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