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여름철 쿨비즈룩이 다시 힘 못 쓰는 까닭…
은행권, 여름철 쿨비즈룩이 다시 힘 못 쓰는 까닭…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5-06-22 10:25
  • 승인 2015.06.22 10:25
  • 호수 1103
  • 2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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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은행권의 여름용 쿨비즈룩이 다시금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부터 단체로 지급되던 폴로셔츠류를 입은 남성직원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은행들이 캐주얼한 쿨비즈룩을 없애고 일반 정장에서 반소매 셔츠나 노타이 등만 허용하는 쪽으로 지침을 선회한 것이다.

캐주얼한 폴로셔츠 대신 다시 정장으로 회귀
호불호 갈리지만 은행 특성상 신뢰성 지적 커

일반 대기업과 달리 은행권은 전통적으로 여성직원의 유니폼 착용을 지켜왔다. 특히 본점이 아닌 영업점에 있는 행원의 경우 가끔 차장급까지도 유니폼을 입곤 했다.

이처럼 직급에 상관없이 여성만 특정 옷을 입는 것에 대해 일부 대상자들은 불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은행은 신뢰성과 통일성 등 여러 이유를 들어 이를 고수해왔다.

본점과 영업점 다소 갈려

근래 몇 년간 이슈가 되었던 계절성 쿨비즈(cool-biz)룩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이는 앞서 이명박 정부부터 확대된 정책 중 하나로 여름철 에너지 절약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항상 정장을 입던 남성직원들의 넥타이를 풀게 한 것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또 긴소매 와이셔츠만 고집하던 보수적인 기업도 반소매 와이셔츠를 허용하게 됐다.

소재 역시 기존보다 자유로운 면과 린넨 등 여름에 걸맞은 쪽으로 바뀌었다. 여름철 습도가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체면보다 실용성에 주안점을 두게 된 것이다.

특히 은행권은 아예 직접 제작한 반소매 폴로셔츠를 단체로 지급하며 여기에 앞장섰다. 참여은행도 시중은행에서부터 일부 국책은행과 외국계은행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2007년 여름 폴로셔츠류의 쿨비즈룩을 가장 먼저 시행했다. 여기에 매년 타행들도 동참하면서 지난해까지 은행권의 캐주얼한 쿨비즈룩은 당연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은행권에서 이 쿨비즈룩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선두였던 신한은행은 올해 여름부터 쿨비즈룩을 아예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또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개인의 선택에 따라 반소매 와이셔츠를 착용할 수 있는 정도에 그쳤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일부 노타이까지 허용됐으나 올해는 아직 여부가 나오지 않았다.

자율적인 면과 비용 문제도

반면 기업은행은 기존처럼 모두 쿨비즈룩을 착용하는 쪽을 지켰다. 농협은행도 영업점에서는 쿨비즈룩을 여전히 시행하기로 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다시 쿨비즈룩에서 일반 정장으로 선회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사실 폭염과 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에서 업무 능률을 올리기에는 쿨비즈룩이 적합하다.

그러나 은행은 금융권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집단 중 하나로 제1금융권답게 고객들에게 비춰지는 면도 중요하다. 개인별로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신뢰성을 중시하는 은행에서 폴로셔츠류는 다소 가벼워 보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일괄적으로 폴로셔츠를 입기보다는 반소매 와이셔츠나 노타이 등 개인의 선택에 따른 자율성을 살린다는 면도 있었다. 그러나 뜯어보면 이는 사실상 여성직원의 성비가 비교적 높은 은행에서 남성직원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로 다소 맞지 않다.

또 은행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1만 명이 넘는 직원 절반의 폴로셔츠 제작에 따른 비용 문제도 한몫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관치금융에 젖은 국내 은행들이 기존 정권의 쿨비즈룩을 현 정권에서 문제 삼지 않도록 포기했다는 다소 비약적인 자조도 나돈다.

은행권 관계자는 “사실 쿨비즈룩이 한창 확대될 때나 현재처럼 다시 축소될 때 모두 각각에 대한 동조와 불만은 여전하다”면서 “은행 특성상 고객을 대면할 일이 많다 보니 쿨비즈룩 시행과 같은 자체적인 움직임도 더욱 눈에 띄는 듯하다”고 말했다.

내 쿨비즈룩, 남들에겐 어떻게 보일까
직장인 10명 중 9명 찬성…규제 줄여야

여름철 기업에서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쿨비즈룩에 대한 일반 직장인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2388명에게 여름철 근무 복장에 대해 설문을 실시한 결과 10명 중 9명은 여기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최근 여러 기업에서 점차 시행하는 쿨비즈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조사대상 중 89.5%가 ‘찬성한다’는 의견을 내보였다.

찬성하는 이유로는 35.5%의 응답자가 ‘직장에서 입을 수 있는 단정한 디자인도 많다’고 답했다.

이어 ‘시원해서 일이 더 잘 될 것 같다’(31.4%), ‘복장 규제 자체가 불필요한 규제다’(13%)라는 의견들이 뒤를 이었다.

반면 쿨비즈룩을 반대하는 직장인도 10.5%에 이르렀다. 반대 이유로는 ‘옷도 하나의 예의인데, 예의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응답자 중 26.0%로 가장 많았다.

또한 ‘보기에 단정하지 않다.’(22%), ‘너무 편한 복장은 불쾌감이나 거부감을 줄 수 있다’(18.4%), ‘맨다리나 다리털 등이 민망하다’(17.2%)는 의견도 나왔다.

직종별로는 상대적으로 광고홍보(100%), 디자인(96%), 연구개발(92.9%), 마케팅(92.6%) 등에서 찬성이 더 높게 나왔다.

그러나 인사(17.9%), 영업관리(14.7%), 영업직무(13.8%) 등에서는 다른 직종에 비해 반대 비율이 높게 나와 패션에 대한 직종 간의 시선 차이도 드러났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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