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모리 ‘대나무 젤’ 표절 의혹
토니모리 ‘대나무 젤’ 표절 의혹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5-06-22 10:21
  • 승인 2015.06.22 10:21
  • 호수 1103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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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대박나면 줄줄이 출시…이대로 괜찮나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화장품 업체 토니모리를 둘러싼 베끼기 논란이 업계 전체로 번져나가는 모습이다.  토니모리는 최근 출시한 대나무 젤 제품이 더샘에서 출시한 제품과 유사해 논란이 됐다. 양사의 제품이 콘셉트, 주요 성분 함유량뿐만 아니라 용기 디자인까지 비슷하게 출시됐기 때문이다. 해당 논란은 문제의 제품이 더샘, 토니모리를 비롯한 타사에서도 판매 중인 것이 알려지면서 업계 전반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전부터 특정 제품이 인기를 끌면 너도 나도 유사 제품을 만드는 미투제품에 대한 논란이 꾸준히 이어졌기 때문이다.

▲ 더샘 '프래쉬 뱀부 수딩 젤'(좌), 토니모리 '순수에코 대나무 시원한 물 수딩 젤'(우)

 콘셉트·주요성분·디자인 비슷해
“업계 전반의 문제다” 목소리 커져

논란이 된 제품은 대나무 추출물을 함유한 화장품이다. 더샘은 5월 19일, 토니모리는 23일에 각각 ‘프레쉬 뱀부’와 ‘순수에코 대나무 시원한 물 수딩 젤’이란 이름으로 제품을 출시했다.

양사 제품 모두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더샘은 추가 라인 확장을 계획하고 있으며 토니모리 역시 출시 10일 만에 누적 판매량 4만 개를 넘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문제는 두 제품의 콘셉트와 주요성분, 용기 디자인, 가격 등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두 제품은 모두 주요 성분인 대나무수 함유량이 99%다. 용기 디자인도 상표를 가리고 본다면 쉽게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다. 가격 역시 더샘 6000원, 토니모리 5800원으로 책정돼 있어 큰 차이가 없다.

이는 결국 토니모리의 베끼기 의혹으로 불거졌다. 특히 소비자들의 경우 토니모리의 출시 시기가 더샘보다 늦은 데다가 콘셉트, 성분, 용기 디자인이 겹치는 것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양사의 매장 내에서는 두 제품을 비교하고, 누가 원조인지를 따지는 소비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양사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양측 모두 표절 논란을 수면 위로 꺼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이다.

토니모리 측은 출시일은 더샘보다 늦었지만 1년 전부터 준비해온 핵심 제품임을 밝히고 있다. 제품의 성분과 디자인을 연결시키는 콘셉트는 토니모리가 원조라는 것이다. 또 해당 제품의 디자인과 콘셉트에 대한 특허등록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뿐만 아니라 배해동 토니모리 회장이 이 같은 논란이 일자 보안에 신경을 쓰며 제품 완성을 위해 거치는 협력업체들에게도 보안을 당부하고 있다는 후문도 들린다.

더샘 측 역시 “표절논란에 대한 공식 입장은 없다”는 반응이다. 더샘의 한 관계자는 “양사의 제품에서 유사점을 느끼기는 하지만 공식적인 대응이나 입장을 표명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더샘 역시 1년 전부터 준비해온 제품이며, 토니모리와는 다른 성분이 함유돼 있는 등 차이점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외시장서도 논란

토니모리는 해당 제품 외에도 제품 표절 의혹을 받은 사례가 있어 의심을 쉽게 거두지 못하고 있다. 우연으로 여기기에는 타 브랜드와 유사한 제품이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토니모리의 ‘자연그린 핸드크림’은 네이처리퍼블릭 핸드크림 제품과 유사해 미투제품이란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또 ‘프리미엄 알엑스 홀스유 크림’과 일명 ‘이하늬 크림’으로 불리는 클레어스의 ‘게리쏭 마유크림’의 케이스 디자인, 색상이 유사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토니모리를 향한 의심의 시선이 짙어지는 가운데 해당 논란은 업계 전반의 문제로 번져가고 있다. 더페이스샵과 듀이트리에서도 대나무 젤 제품을 판매 중이기 때문이다.

더페이스샵은 지난 4월 19일 ‘신선한 담양 대나무 수딩젤’을 출시했으며, 듀이트리는 5월 14일 ‘대나무 97% 수딩 젤’을 내놨다. 이밖에 네이처리퍼블릭, 스킨푸드 등에서도 대나무 젤 상품이 출시돼 있다.
그동안 화장품업계 내에서는 이 같은 ‘미투제품’으로 인한 논란이 꾸준히 일어났다. 일례로 아모레퍼시픽의 에어쿠션은 출시 후 인기를 끌자 경쟁사 곳곳에서 유사 제품이 나타났다. 그러다 LG생활건강과는 특허권 침해 여부를 놓고 법적 분쟁도 벌였다.

그동안 미투제품은 시장과 소비자들 사이에서 순기능 역할을 수행해온 것이 많다. 국내 화장품 시장 발달에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부담은 줄이고, 선택 범위를 넓혔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미샤는 고가 제품으로 불리는 SK-Ⅱ 에센스 제품과 에스티로더의 갈색병과 흡사한 제품을 출시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기능면에서는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가격은 훨씬 저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시각으로 볼 때 미투제품은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될수록 제품 트렌드를 획일하게 만들고, 품질저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유사제품들은 함량을 정확하게 표기한 경우가 드물어 원료 안전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최근 베끼기 공방이 해외 시장으로까지 번지고 있어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의 에어쿠션은 글로벌 화장품업체 로레알그룹의 브랜드 랑콤이 유사 제품을 출시하면서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네이처리퍼블릭의 알로에 ‘수딩젤’ 제품 역시 표절로 인한 곤혹을 겪었다. 해당 제품을 납품하던 OEM 회사가 국내외 업자들과 짜고, 짝퉁 제품을 만들어 중국으로 밀수출하다 적발된 것이다.

이처럼 국내 화장품 업계들이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하는 동안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중국 브랜드들이 고속으로 성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중국 특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소비자들이 과거와 달리 자국 제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꿔가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언젠간 중국 시장이 한국 화장품 시장을 앞지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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