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드라마 오명 ‘한국가스공사’
막장드라마 오명 ‘한국가스공사’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5-06-22 10:16
  • 승인 2015.06.22 10:16
  • 호수 1103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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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은 ‘뇌물수수 사퇴’…간부는 ‘향응접대·도박’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한국가스공사가 바람 잘 날 없다. 2013년 공사 창립 30년 만에 처음으로 공채 출신 인물의 내부 사장 승진으로 업계의 귀감을 얻는 듯 하더니 장본인인 장석효 사장이 비리 혐의로 올해 초 회사를 떠났다.

본사 지방이전을 계기로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진 듯 했지만 이번에는 간부급 직원이 대가성 접대를 받고 도박판을 벌인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16일 발표된 2014년도 경영실적 평가결과에서는 최하등급인 ‘E’를 받아 ‘비리공사’라는 불명예까지 쓰고 말았다. 한국가스공사의 총체적 문제를 짚어본다.

경영평가 E등급 퇴출 수준…말뿐인 개혁 반성해야
대가성 여부 수사 받아…사측 “수사 지켜볼 뿐”

서울 서초경찰서는 가스공사 1급 간부 A 씨와 3급 퇴직간부 B 씨, 팀장급 직원 7명 등 9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2012년 6월부터 2013년 1월 사이 강원 원주시의 한 식당 등에서 6개 대형 건설사 관계자들로부터 25차례에 걸쳐 720만 원 상당의 식사와 술대접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공사감독 등을 명분으로 현장을 방문한 A 씨 등은 현장소장에게 식사와 술을 대접받은 뒤 고스톱 도박판까지 벌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수사를 통해 확인한 금액은 720만 원이지만, 건설업체 관계자들이 도박판을 벌여 가스공사 직원들에게 일부러 져주는 수법으로 뇌물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가스공사가 2009년 강원 지역에서 발주한 4000억원대 가스배관 설치 공사를 놓고 참여한 대형 건설사들이 설계변경 등을 통해 공사비를 부풀릴 목적으로 접대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해당 건설사들은 이후 공사비 617억원을 추가로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건설사는 두산중공업, SK건설, 대림건설, 포스코 등으로 알려진다.
이와 관련 A 씨 등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스공사 측은 이와 관련, 지난해 7월 A 씨에게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렸으나 별도의 후속 조치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사는 올해 초 한 시민단체가 경찰에 가스공사 직원들의 비위 사실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해 시작됐다.
경찰 관계자는 “도박을 한 것이 3년 전 일이라 구체적인 판돈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지금까지는 상습도박 혐의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에게 대가성 뇌물 제공이 드러나면 뇌물수수 혐의도 함께 적용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가스공사 직원이 연루된 도박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

2013년에도 감사원에 적발됐다. 해당 직원은 본인의 식사 비용 수백만 원을 하청업체에 떠넘기기도 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가스공사 강원지역본부 B씨는 본인 관할지역에서 지난해 1월부터 진행된 2곳의 주배관 건설공사의 시공관리 업무를 지도·감독했다. 이 공사는 공사비가 4400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공사였다.

그런데도 B씨는 직원 7명과 함께 지도·감독을 하는 하청업체의 현장소장 등을 원주시 소재 한 식당으로 불러내 이른바 ‘고스톱’을 하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B씨는 2012년 5월부터 감사원 감사에 적발되기까지 9개월 이상 한 달 평균 4회 정도 하청업체 현장소장들을 불러 도박을 했다.

가스공사 강원지역본부와 멀리 떨어져 있는 공사 현장소장들은 B씨의 지시에 따라 고스톱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일과시간인 오후 4시30분부터 근무지를 이탈했고, 도박판이 새벽까지 이어져 다음 날 근무에 지장을 초래하게 됐다고도 감사원은 지적했다.

또한 B씨는 지난해 6월부터 그해 12월까지 하청업체 현장소장으로 하여금 본인이 식사한 식당에서 식대 명목으로 723만 원을 결제하도록 했다. 감사원은 가스공사 사장에게 A씨를 징계처분하라고 통보한 전례가 있다.

개혁의지 있기는 하나

현재 한국가스공사의 사장자리는 공석이다. 장석효 사장이 올해 초 물러났다. 2011~2013년 예인선 업체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가족 해외여행 경비를 법인카드로 쓰는 등 회사에 30억3000만 원 상당의 손해를 끼치고, 가스공사 사장에 취임한 뒤에도 이 업체 법인카드로 1억5000만 원 상당을 사용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에 넘겨지자 장 사장은 결국 가스공사 사장직에서 해임됐다.

뿐만 아니라 한국가스공사는 최초 정부로 부터 낙제점인 E등급을 받았다. 사장이 공석이라 기관장 해임 건의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기획재정부는 17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14년도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방문규 기재부 차관은 “국민 여러분께 신뢰받는 공공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직 많다”며 “부채감축과 방만경영 해소는 시작에 불과하고 궁극적으로는 국민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능조정 등 개혁과 혁신을 지속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한국가스공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개혁만을 외칠 뿐 이에 대한 해법이 없다는 것이다. 내부에서도 방만경영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사장 공석 이후 내부 분위기가 흉흉한 것이 사실이다”라며 “잊을 만하면 터지는 비리에 내부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졌다. 한국가스공사 직원이라고 말하기도 불편한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skycros@ilyose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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