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일 대구시장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
김범일 대구시장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
  • 윤지환 기자
  • 입력 2010-07-27 10:31
  • 승인 2010.07.27 10:31
  • 호수 848
  • 1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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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정신 나갔다. 복지부동의 대표적인 지역이란 비판이 쏟아지며 김범일 대구시장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집중호우로 대구시 북구 노곡동 주택가가 침수돼 수해복구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물난리 와중에도 대구시 고위 공무원과 시의원들이 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대구시청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7시께 경북 경산의 모 골프장에서 A시의원을 비롯한 대구시의회 건설환경위원회 소속 시의원 3명, 대구시 국장급 공무원 4명이 2개 조를 이뤄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징계 여부는 불투명하다. 대구시청 측은 골프를 친 당사자들이 수해복구와는 상관없는 부서의 국장들이기 때문에 골프를 쳤다는 이유만으로 징계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수해골프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경북 경산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시의원과 공직자는 대구시의회 건설환경위원회 양명모(51·한나라당) 위원장과 같은 상임위 소속 홍창호(48·한나라당) 부위원장, 강재형(59·한나라당) 의원, 대구시 박대녕 도시주택국장, 김상준 상수도사업본부장, 이재욱 건설관리본부장, 김영대 도시디자인 본부장 등이다.

대구시청에 따르면 골프 회동은 이날 오전 7시부터 낮 12시까지 골프를 친 후 함께 점심식사를 한 뒤에 끝났다.

이들은 지방선거가 끝난 뒤 이달 초 대구시 간부 공무원과 시의원 간 상견례가 이뤄진 자리에서 골프 회동을 하기로 했고 양 의원이 부킹을 맡았다.


골프는 어쩔 수 없는 선택

하지만 지난 16일 오후부터 17일 오전까지 대구 북구에 112㎜의 호우가 쏟아져 노곡동 주택 44채와 차량 96대 등이 물에 잠기면서 공무원이 수해 현장에 긴급 투입되는 등 지역사회가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이들은 부킹을 취소하지 않은 채 골프회동을 강행했다.

양 의원은 “부킹을 취소하기엔 이미 늦은 데다 호우주의보도 해제되고 날씨가 좋아져 예정대로 골프를 쳤다”며 “유관 분야 공무원과 시의원이 앞으로 일을 잘해보자며 계획한 일이었는데 공교롭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양 의원은 “그린피 등 비용은 각자 부담해 접대받은 일은 없다"며 “내가 주도해 다른 분들이 곤란한 상황이 돼 곤혹스럽다"라고 덧붙였다.

함께 골프를 친 박 국장은 “골프 당일 수해 때문에 내심 신경쓰였지만 시 건설방재국과 관할 구청이 투입돼 있기에 예정대로 골프를 쳤다”며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연수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 노곡동 침수피해와 간부공무원의 수해골프와 관련, “시민들에게 걱정을 끼쳐 미안하고, 죄송하다”라며 공식 사과했다.

또 김 부시장은 “침수피해와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고위 공무원들이 자숙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머리를 숙였다.


“일하는 이들 정해져 있어”

그러나 대구시청의 사후처리는 김 부시장의 이같은 사과와는 차이가 있다.

대구시청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지금 해당자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수해와 관련된 부서의 국장은 수해 현장에 나갔고 이번에 골프회동한 이들은 그와 무관한 부서의 국장들이라서 무조건 징계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수해 때 골프를 쳤다는 이유만으로 골프회동 관련 국장들을 징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이 관계자는 “수해 등 재해가 발생했을 때는 비상근무 계획에 따라 책임자가 정해진다”며 “이번 골프회동 당사자들에 대한 조사는 골프 라운딩에 대한 결재 등에 문제를 맞추고 있다. 수해 때 골프를 친 것으로는 처벌하기가 애매하다”라고 말했다.

이는 김 부시장의 사과와 달리 고위 공무원이 수해 때 골프를 쳤다하더라도 해당부서 당사자나 비상근무계획에 따른 책임자가 아니면 큰 잘못이 아니라는 식의 논리다.

또 휴가 중이던 김범일 대구시장은 지난 21일 긴급 복귀해, 간부회의를 소집하고 공무원 기강확립 및 침수 피해 대책마련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확인 결과 김 시장은 이번 골프회동에 대해 별다른 특별지시 없이 “사실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라”는 지시만 했다고 대구시청 관계자는 전했다. 물의를 일으킨데 대한 징계는 없다는 것이 대구시청의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수해 때 대구시청에서는 최선을 다해 수해복구에 매진했다”며 “골프회동 때문에 수해 때 상황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의 말을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대구에서는 물난리 당시 배수펌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데다 호우주의보 속에 비상근무자가 없어 재해가 일어났다는 주장이 제기돼 경찰이 시설 관계자와 담당 공무원 등을 상대로 과실 여부를 조사 중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구시가 골프회동 국장들을 조사한 후 어떤 결론에 이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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