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눈먼 비정한 동생들… ‘세상에 이럴 수가’
돈에 눈먼 비정한 동생들… ‘세상에 이럴 수가’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0-07-27 10:30
  • 승인 2010.07.27 10:30
  • 호수 848
  • 16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사회의 병폐가 가장 잘 드러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버지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정신이 멀쩡한 언니를 두 차례나 강제로 정신병원에 가둔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7월 19일 서울동부지법 형사5단독 정원 판사는 부친의 남겨둔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강제로 장녀 맹순자(가명)씨를 정신병원에 감금한 차녀 맹말자(가명·여·54)씨와 맹진수(가명·남·45)씨에게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감금) 혐의로 각각 징역 1년 6개월과 징역 6월을 선고했다. 사건의 내막을 알아본다.


유산은 돈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지혜다.

게리 스탠리의 아버지 G.L. 스탠리는 자녀들에게 돈이 인생의 전부 아니라 지혜가 중요함을 일깨워줬다. 이는 유산 싸움 때문에 가족이 해체되는 현대인들에게 전해 주는 감동의 메시지이다.

서양이나 한국도 재산을 둘러싼 분쟁들이 많다. 대부분 법을 통해서 해결한다. 최근 한 비정한 동생들이 아버지가 남겨놓은 재산을 빼앗기 위해 멀쩡한 언니를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 파문을 확산시키고 있다.


유산 내역 함구하자 정신병원 감금

서울동부지법에 따르면 3남 2녀 중 둘째인 맹말자씨는 장녀 맹순자씨와 유산문제로 말다툼을 자주 벌였다. 지난 2006년 1월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은행예금과 부동산 등 유산내역을 동생들에게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맹순자씨가 아버지의 유산을 혼자 관리하면서 동생들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자 형제간의 다툼이 잦아졌다.

결국 유산문제로 가족 간 갈등이 깊어졌다. 맹말자씨는 동생들과 남편을 범행에 끌어들여 맹순자씨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킨 후 아버지의 유산을 자신들이 관리하기로 결심한다. 이 과정에서 유산에 대한 처리에 대해서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맹말자씨의 지휘 하에 언니 납치사건은 치밀하게 준비됐다. 각자는 맹말자씨의 시나리오대로 역할을 맡았다.

2006년 3월 15일 맹말자씨는 언니 집을 찾아와 맹순자씨와 유산문제로 말다툼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맹말자씨의 남편은 각본에 따라 응급환자이송단에 전화를 걸어 구급차를 불렀다.

응급환자이송단이 오자 맹말자씨 남매는 “언니가 미쳤다”면서 이송단에게 언니의 손과 발을 끈으로 묶게 한 다음 앰뷸런스에 태워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킨다.

맹순자씨를 태운 앰뷸런스가 정신병원에 도착하자 남동생 맹진수씨는 누나의 보호자로 나서 입원동의서를 작성, 병원에 제출했다. 이렇게 해서 멀쩡한 맹순자씨는 정신질환자로 분류되어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이들의 계획은 일사천리로 끝난다.

하지만 빈틈은 있기 마련. 맹순자씨의 정신병원 입원사실을 알게 된 모친의 도움으로 11시간 만에 같은 날 오후 12시 40분께 병원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첫 번째 실패, 그리고 두 번째 계획

첫 번째 범행에 실패한 맹말자씨는 더욱 계획적인 2차 범행을 꾸몄다.

첫 범행 이후 넉달이 지난 2006년 7월 1일 오전 8시경, 맹말자씨의 남편은 또 다시 응급환자이송단에 전화를 걸어 맹순자씨를 강제 입원시켰다. 이 과정에 남동생 맹진수씨가 보호자 자격으로 앰뷸런스를 함께 탑승해 간다.

하지만 병원 측에서 멀쩡한 맹순자씨의 입원을 거부한다. 첫 번째 정신병원에서 입원을 시킬 수 없게 되자 맹말자씨는 같은 날 오후 4시께 다른 정신병원으로 맹순자씨를 데리고 간다. 이 과정에서 맹말자씨는 병원측으로부터 의심을 피하기 위해 동생 맹진수에게 입원 동의서를 작성케 했다.

맹순자씨는 자신이 정신질환자가 아니라 강제로 입원된 사실을 밝히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지만, 병원 측에선 그녀의 말을 받아주지 않았고 정신질환자들과 똑 같이 치료를 했다.

맹순자씨는 정신병원에서 27일을 보낸 지난해 8월 7일에서야 외삼촌과 연락이 닿아 병원을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맹말자씨는 아버지가 남긴 재산을 모두 처분해 남동생들과 나눠 갖고 잠적해 버린 후였다.

2006년께 맹말자씨의 남편은 실형, 첫째 남동생은 집행유예, 둘째 남동생은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재판부는 “첫 범행과 관련해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똑같은 수법의 범행을 반복했고 유산을 임의로 처분하고 언니가 맹말자씨를 상대로 제기한 소를 모두 취하시킨 후 잠적하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반성한 기미가 없어 처벌이 불가피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한편 법원관계자는 “유산의 액수는 작았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작은 액수의 유산 때문에 패륜적인 범죄로까지 치달은 것이다.


관련 법규 손질해야

현행 정신보건법 24조에 따르면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가 있고 정신과 전문의가 입원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본인 동의 없어도 입원시킬 수 있다.

그러나 진단기준도 구체적인 지침이 없는데다 정신과 전문의의 재량에 맡겨진 상태라 허점이 존재한다.

병원에서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환자들까지 입원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있고 퇴원해도 되는 환자를 계속 입원시키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앞선 사건처럼 본인 동의 없이도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범죄가 발생하고 있어 현행 법규를 손질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가위원회에 따르면 2008년 국내 정신보건기관에서 치료받은 환자 6만 8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보호의무자나 자치단체장 등에 의해 비자의적으로 입원한 사람은 86%에 달했고 자의로 입원한 환자는 13.8%에 불과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