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SBS가 지난 8일부터 신작 ‘상류사회’를 선보였다. 이 드라마는 태진퍼시픽가(家)의 삼남매 장예원(윤지혜), 장경준(이상우), 장윤하(유이)등이 기업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양보 없는 신경전을 벌인다는 게 주된 내용의 골자다.
현실 속 재벌 오너일가 사이에서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형제간 다툼’이 드라마 소제로 등장한 것이다. 또한 이 드라마의 일부 내용이 허구로 꾸며졌다는 방송사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현실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이 늘면서 재계가 긴장한다. 이 드라마의 모티브가 된 기업을 찾으려는 누리꾼도 등장했다.
오너 경영권 다툼 기업들 괜한 불똥 튈까 긴장
허구로 꾸며진 내용, 그대로 믿는 사람 많아
드라마 ‘상류사회'는 ‘재벌 3세의 전쟁', ‘후계 구도 둘러싼 전쟁 펼친다' 등의 소제목과 함께 방송 전부터 이목을 모았다.
전작 ‘풍문으로 들었소'가 대한민국 초일류 상류층 집안 내 비서들의 역할과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종영했기 때문에 상류사회 또한 얼마나 사실적으로 재벌 후계자들의 다툼을 다룰지도 관심포인트다.
방송사 관계자는 “‘상류사회’에는 재벌가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피를 나눈 남매들의 전쟁 같은 관계가 날카롭게 묘사된다"고 전해 기대감을 키웠다.
드라마의 주된 내용은 태진 퍼시픽 그룹을 물려받기 위한 후계구도 경쟁에 따라 세 사람은 피를 나눈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살얼음판 같은 관계를 유지한다.
특히 첫째 예원과 둘째 경준의 관계가 치열하다. 태진 제약회사의 대표이자 야심가인 예원은 자신이 여자라는 이유로 남동생 경준을 차기 그룹 회장으로 낙점된 것에 불만을 갖고 이를 뒤집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반면 둘째 경준과 막내 윤하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의 깊숙한 비밀을 공유한다. 특히 경준은 윤하의 이중생활을 아는 유일한 사람으로, 동생의 생각을 지지하고 어려움을 대신 해결해줄 만큼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한다는 내용이다.
과거 복수의 매체가 보도한 얽히고 설킨 재벌 기업 자제들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모티브가 됐다는 추정이 가능한 이유다. 더욱이 최근까지도 형제간 대결구도를 형성하는 기업들이 있어 이번 드라마를 더욱 주목 받게 한다.
금수저 문 남매들 싸움
모 기업 대외협력팀 관계자는 “오너 이야기는 기업으로선 상당한 부담감을 갖게 마련이다.
상류사회가 표면적인 내용으로 형제간 다툼을 다룬다고 해도 결국은 기업 오너가 이야기이고 소소한 이야기까지 다루다보면 특정 기업 이름이 거론되는 건 시간문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일부 누리꾼들도 방송이 나간 첫 주부터 모티브가 된 기업 찾기에 혈안이 됐다. 방송사 게시판에는 ‘보이지 않는 신경전과 후계구도 싸움 어떻게 전개될까, 1남 2녀 기업 실제로는 어느 기업인가'라는 글이 도배돼 있다.
때문에 대외협력팀 관계자도 게시글을 보며 혹시 모를 불똥을 예의주시 중이다. 모 대외협력팀 관계자는 “자사와는 무관한 내용이라고 하면서도 괜한 이야기가 회자될까 조심스러운 건 사실"이라며 “드라마가 초반인만큼 좀더 내용 파악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후계구도와 관련해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는 기업은 어디일까. 대표적인 곳은 삼성이다. 형제간 다툼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오랜 기간 병석을 지키면서 남매간 후계구도가 주목 받는다. 내부적으론 교통정리가 되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지만 아직 공표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 더 지켜봐야 한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까
롯데그룹도 마찬가지다. 신동빈 회장은 형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사장과의 후계구도 문제로 한때나마 언론의 이목을 받았다. 현재도 진행형이다. 지난 1월 신동빈 회장의 일본 방문이 장남 신동주 일본 롯데그룹 전 부회장이 계열사 임원은 물론 부회장직에서도 해임되는 등 후계구도가 요동치는 시점에 이뤄진 것이어서 그 배경과 일본 내 행보가 주목받았다.
당시 재계에선 ‘한국 롯데=신동빈 회장, 일본 롯데=신동주 전 부회장' 등식에 변화가 발생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일련의 정황상 신 회장이 한·일 롯데를 총괄 경영할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면서 “이번 일본 방문도 그런 흐름의 일환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롯데그룹 측은 이런 관측에 대해 “해임 건과 일본 방문은 전혀 무관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