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피해자 허점 찾아 보상금만 쏙쏙 빼간다
보험·피해자 허점 찾아 보상금만 쏙쏙 빼간다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5-06-15 14:38
  • 승인 2015.06.15 14:38
  • 호수 1102
  • 3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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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외제차 보험사기단 실체
▲ <사진: 뉴시스>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자동차를 끌고 출퇴근을 하다보면 도로 위 교통사고 현장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실제 사고가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부는 보험사기단에 의해 계획된 범죄인 경우도 많다. 최근 사고 사례를 살펴보면 자동차보험 사기가 더 지능화 되고 있다. 사기 행태는 물론 피해액수도 점점 커지다 보니 선의의 피해자가 늘고 있다. 자동차 보험사기가 늘어나는 이유는 그만큼 보험에 허점이 많다는 얘기다. 다양한 보험사기 사례와 함께 보험의 허점을 알아보자.

보험사기 증가할수록 일반 보험자들 피해도 눈덩이
사기 전과자 ‘금융질서 문란자’ 등록해 거래 제한해야

일반 자동차 보험사기보다 외제차 보험사기의 피해가 더 크다. 이유는 간단하다. 외제차 보험 사기가 돈이 더 되기 때문이다. 차값, 수리비, 렌트비 등이 일반 차값에 비해 비싸다보니 한마디로 꾼들이 몰리고 있다.
최근 거제도에서 일어났던 람보르기니 사고도 결국 보험사기로 확인돼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구속됐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사기행각은 아주 원초적인 수준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더욱더 지능화되는 외제차 보험사기는 피해자는 물론 수사 담당자들조차도 깜짝 놀랄 정도다.

20명 이상 조직적 사기
칼치기, 동승자 끼워 넣기 등

지난 7일 전남 지방 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기 혐의로 이모(34) 씨 등 일당 38명을 붙잡아 이 가운데 이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나머지는 입건해 조사했다.

이 씨는 지난 2010년부터 고향 친구, 사회 선후배 등 지인 21명과 짜고 광주, 전남 등지에서 20회에 걸쳐외제차 등을 이용해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금 3억2000여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 등은 외제 중고차에 튜닝(개조)을 하고 단기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뒤 피해차량, 가해차량 운전자, 동승자로 역할을 분담하고 20회에 걸쳐 고의 교통사고를 일으켜 보험사로부터 합의금, 치료비 등으로 보험금을 받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심야시간대 교통사고는 보험회사에서 사고현장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주로 심야시간에 사고를 냈으며 외제차와 튜닝차는 부품 조달 및 튜닝 비용산정이 어려워 보험사에서 미수선 수리비로 처리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수선 수리비는 수리비와 부품교체비 등을 추정하여 차량수리 전에 지급하는 보험금이다.

특히, 이들은 자기들끼리 짜고 교통사고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여성 단독 운행 차량 또는 법규위반 차량을 상대로 고의 교통사고를 내는 이른바 동승자 끼워넣기 수법으로 보험금을 타 가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서울 방배경찰서에서 2012년 3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약 2년간 69차례에 걸쳐 보험금 약 13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보험사기단 총책 김모(27) 씨와 브로커 박모(26) 씨 등을 일당 211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고급 외제차 두 대를 이용해 한 차량이 끼어드는 것에 맞춰 나머지 차량이 급브레이크를 밟아 뒤따르던 피해차량의 추돌 사고를 유발하는 ‘칼치기’ 수법을 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경찰과 보험사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대포차와 대포폰을 이용해 주로 블랙박스가 설치되지 않은 차량을 대상으로 늦은 밤시간대에 범행을 저질렀다.

나이트클럽 주변서
술 취한 운전자 골라 사고

술 취한 운전자만 노리는 보험사기도 있다. 지난 5월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아우디 A8 등 외제차 2대와 오토바이를 이용해 음주 차량과 고의로 사고를 일으켜 보험금을 타낸 혐의(사기)로 조모(45)씨를 구속했다.

조 씨는 2013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충남 아산시와 천안시의 나이트클럽 인근을 돌아다니며 15차례에 걸쳐 사고를 일으켜 2억3000여만 원의 보험금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씨는 나이트클럽 주변을 배회하다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차량을 발견하면 뒤따라가 앞차가 차선변경을 시도할 때 갑자기 속도를 높여 추돌하는 수법을 썼다.

조씨는 피해자의 보험사에 차량 수리비를 청구하고 실제 수리는 하지 않는 방식으로 1인당 300만~5700만 원 상당의 보험금을 가로챘다.

렌트·피해보상 NO
현금 100% 보상해 달라

중고 외제차로 보험사기를 저지른 경우도 있다. 남모(46) 씨는 2007년쯤 서울 서초구 양재동 중고차 매장에서 1000만 원이 안 되는 돈을 주고 샀다. 10년이 다 된 ‘똥차’였다. 하지만 남씨는 이 차로 4년간 최소 2억7000만 원을 벌었다. 남씨는 자신의 차 앞으로 차선을 넘어 들어오는 차들을 표적삼아 사고를 냈다.

사람이 다칠 정도의 사고는 내지 않고 차에 흠집만 남을 정도의 사고만 냈다. 얼핏 봐서는 사고가 났는지 안 났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남씨는 당당히 가해자에게 보험처리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렌트도 안하고 병원에도 안 갈 테니 현금으로 해결하자고 했다. 대신 100% 보상을 요구했다. 더 이상의 피해보상을 요구하지 않다보니 대부분 현금으로 해결하는 데 동의하고 곧장 현금을 입금해줬다.

경찰 조사결과 남씨가 일부러 낸 것으로 의심되는 교통사고는 2010년 10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만 80차례가 넘었다. 보험사로부터는 미수선 수리비 명목으로 매번 수백만원씩 약 2억7000만 원을 챙겼다.

정비업자·렌터카 업자
모두 다 한통속

외제차 소유주, 차량 정비업자, 렌터카 업자 등이 짜고 보험사기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지난 5월 서울 마포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이모(35) 씨와 차량 정비업자 이모(30) 씨, 렌터카 업체 운영자 박모(32) 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 씨 등 차량 소유자 5명은 정비업자 이 씨, 렌터카 업자 박 씨와 짜고 2013년부터 2014년 11월까지 서울과 인천 일대에서 교통사고가 난 것처럼 속여 차량 수리비와 렌터카 사용료 명목으로 6차례 보험금 1억300여만 원을 챙겼다.

이들은 BMW, 아우디, 캐딜락 등 고급 외제차를 일부러 주차장 벽에 부딪히는 등의 수법으로 훼손하고 정비업자 이씨에게 차량을 넘겼다.

이 씨는 자신이 아는 공업사에 차량을 맡기고는 교통사고가 난 것처럼 견적서를 써줘 차량 소유자들이 보험사로부터 높은 수리비를 받도록 했다. 이 씨는 그들이 받은 보험금 가운데 일부를 수수료로 챙겼다.

렌터카 업자 박 씨는 차량 소유자들이 수리 기간 렌터카를 빌리지 않았음에도 마치 빌린 것처럼 서류를꾸며 보험사로부터 대여비용을 타내도록 도왔다.

미수선 수리비·전손처리 등
보험 허점 많다

보험 사기업자들이 가장 많이 써먹는 수법은 미수선 수리비 과다청구다. 미수선 수리비는 사고 피해자가 자동차 수리비 견적을 받은 상태에서 실제 차를 수리하지 않고 해당 금액을 보험회사로부터 현금으로 지급받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아는 공업사를 이용할 경우 과잉견적서를 뗄 수 있어 뻥튀기된 수리비를 청구할 수 있다. 공업사 수리비에는 부품비, 공임비 등이 포함돼 있는데 사실 명확한 기준이 없어 제 각각이다. 그러다보니 부풀린 견적서를 보고도 보험사가 사기여부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뻥튀기된 수리비로 인해 새 나가는 보험금은 연간 30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결국 이렇게 새나간 보험료는 일반 운전자들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또 많은 운전자들이 외제차 사고를 이유로 보험료 인상을 감수하며 대물배상한도를 수억 원대로 올리기도 한다. 통계에 따르면 대물배상 금액이 2억 원을 넘는 보험가입자는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가입자의 56.3%다. 통상 배상한도를 1억 원으로 올리면 연간 보험료가 10만 원 이상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손처리 차량을 보험사기에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전손처리는 충돌, 침수, 도난 등 사고로 차 수리비가 차량가액(보험가액)보다 많으면 보험사가 차량가액을 전액 보상하고 사고 차량은 매각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외제차는 수리비가 표준화돼 있는 국산차에 비해 수리비가 적정한지 판단하기 어렵다. 수리비를 부풀려 차를 전손처리하면 많은 액수의 전손보험금을 타낼 수 있다. 이렇게 전손처리된 차는 중고시장에 넘어가 다른 이에게 팔린 뒤 또 보험사기에 반복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실제 이모(40) 씨는 전손처리된 재규어를 218만 원에 산 뒤 차량번호를 바꾸고 차량가액 4093만 원짜리 자동차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2009년 8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골라 고의사고를 13번 내고 수리비로 1억2700만 원을 챙겨갔다. 보험금 전액은 당연히 미수선 수리비로 타갔다.

김모(45)씨는 2011년 6월 전손처리된 렉서스를 620만 원에 사고 차량번호를 바꾼 뒤 그 해 8월부터 3년 동안 고의적으로 10번 사고를 냈다. 이렇게 김 씨가 타간 보험금 1억1100만 원 중 미수선 수리비가 6500만 원에 달한다. 마지막 사고에서는 차를 전손처리해 전손보험금 1600만 원을 받아갔다.

늘어나는 자동차 보험 사기에 결국 정부도 칼날을 꺼내 들었다. 금융감독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경미한 질병 및 상해에 대한 세부 입원 인정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고가의 자동차 및 외제차 사고 시 렌트비를 허위로 과다청구하는 보험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렌트비 지급기준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보험사기 전과자를 ‘금융질서 문란자’로 등록해 보험가입 등의 금융거래를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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